북한군 포로 인터뷰 영상에 대하여(수정, 내용 추가)
가능님이 방명록에 남기신 글에 대한 검토 내용입니다. 댓글을 달기에는 다소 길어서 포스팅으로 대체합니다. 글을 남겨주신 가능님의 성의와 열정에 감사드립니다.
가능님의 글
교수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북한군 참전관련해서는 포로의 증언이 조선일보로 나왔네요.
북한군이 참전한 사실에 대해서는 부정하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조선일보 공개한 포로 인터뷰
[단독] “北에서 포로는 변절, 한국 가고 싶다" 전장서 붙잡힌 북한군 인터뷰
단독 北에서 포로는 변절, 한국 가고 싶다 전장서 붙잡힌 북한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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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가 전쟁터 있는지도 모르는 홀어머니, 모시러 돌아가고 싶지만…”
단독 내가 전쟁터 있는지도 모르는 홀어머니, 모시러 돌아가고 싶지만 우크라 포로된 북한군 / 정철환 특파원 인터뷰 2 21세 소총수 백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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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답변
가능님, 알려주신 영상을 잘 보았습니다. 제가 북한군 참전에 대해서, 우크라이나 정보국의 위정보에 국정원이 속았을 수 있다라고 주장하였으므로, 저 스스로 확정편향에 빠질 위험이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즉, 보여주신 증거에도 불구하고 제가 확정편향에 빠져서, 사실을 부인하고, 평가를 왜곡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저는 적포로와 관련한 연구를 한 경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인들보다는 약간 더 포로관련 규정을 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전문가들은 군사경찰 병과의 장교들입니다. 필요하면 그분들에게 참고하면 더 설명이 쉬울 수 있습니다. 일단 제 일천한 경험으로 답변 드리겠습니다.
위의 영상이 정말 우크라이나가 포획한 북한군 포로라고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를 한번 설명 드리겠습니다.
영상에 나오는 사람이 북한군 포로라면, 우크라이나 에게는 적 포로 (EPW) 입니다. 제네바 협약에 따르면 군인일 경우, 전쟁포로(POW)입니다. 일반인일 경우 민간인 억류자(detainee)로 분류됩니다.
1. 먼저 포로를 포획한 우크라이나군은 신분을 확정하기 위해 포로를 특정해야 합니다.
이미 잡힌 지 오래되었으니까(최소 2025년 1월 11일 이전), 이미 우크라이나 당국이 심문을 하였을 것입니다. 따라서 제네바 협약 17조에 따라 영상에 나오는 북한군 포로의 성, 이름, 계급, 군대, 연대, 개인 또는 일련 번호 또는 동등한 정보, 생년월일이 표시된 신분증을 제공해야 합니다. 신분증에는 소유자의 서명 또는 지문, 또는 둘 다 포함될 수 있으며, 분쟁 당사국이 군대에 속한 사람에 관해 추가하고자 하는 다른 정보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신분증을 보면 간단히 포로를 특정할 수 있습니다.
제네바 협약에 따라 전쟁포로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신분 증명서 없이 지내서는 안 됩니다. 구금국은 신분 증명서를 소지하지 않은 전쟁포로에게 그러한 증명서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런데 인터뷰에서 어디 출신인지 등을 물었다는 것은 신분증이 발급되지 않았거나, 소지하지 않고 있었다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이는 제네바 협약 위반입니다.
2. 포로로 잡힐 때 군복을 항상 제공되어야 합니다.
비록 그 포로가 환자상태여서 환자복으로 생활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관등성명을 확인할 수 있는 포로로 잡힐 때 복장을 돌려줘야 합니다. 따라서 병실로 보이는 저 방에는 그의 군복이 세탁한 상태로 비치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의 복장에는 러시아군의 계급장과 명찰 등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조선일보 영상팀은 당연히 러시아군으로 위장한 그의 러시아군복을 촬영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 방에는 복장이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전 영상에 군복을 입었으므로 그 군복에 그의 신분에 관한 사항이 있을 것입니다. 신분증도 영상을 올렸으니까, 그 신분증을 통해서 그의 고향도 가볼 수 있으나, 그런 취재활동은 없었습니다. 따라서 그의 신분은 현재로는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러시아군에게 통보했는지 여부도 알 수 없습니다.
3. 통보의 의무
그리고 북한 또는 러시아에 저 포로의 포획사항을 5W원칙에 의해, 그리고 현재의 상태에 대해 통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송할 때는 그의 우편주소의 변경을 통보해주어야 합니다. 즉 러시아군은 최소한 그의 상태를 알고 있어야 하며, 국제적십자사 등에 전쟁포로로 등록했을 것입니다.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간의 포로교환 때 러시아가 교환을 요청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크라이나군은 포로를 협약 범위 밖에서 자의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되어 위반이 됩니다. 이런 사소한 것을 위반할 리는 없다고 봅니다. 당연히 러시아나 북한은 그의 존재를 부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부인했다는 증거를 우크라이나 당국이 확보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것으로 이 포로에 대한 정확한 상태를 확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식적인 절차에 관한 사항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사람이 북한군 포로인지는 영상으로는 확인이 되지 않으며, 공식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고 의심할 수 있습니다.
4. 인터뷰 관련 규정
인터뷰는 뉘앙스는 다르지만 심문으로 번역하겠습니다.
제네바 협약에 따라서 우크라이나 당국은 포로에 관한 심문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북한군)을 심문하는 것에 해당하겠죠. 조선일보 영상은 분명히 이같이 규정한 심문은 아닙니다.
그러나 대중적인 호기심이나 선전(propaganda)을 위한 인터뷰는 제네바협약의 정신을 벗어납니다. 포로의 존엄성을 침해할 요소가 있기 때문이죠. 조선일보의 심문은 분류기준에 따르면 프로파간다 목적 또는 대중적인 호기심을 위한 목적의 심문에 해당합니다.
영상에 나온 사람이 러시아군(북한군) 포로라면, 조선일보 인터뷰는 제네바 협약을 위반한 것입니다. 위반의 주체는 인터뷰를 허용한 우크라이나군 당국입니다. 조선일보는 협약위반에 이용되었거나 이용하였거나 중의 하나입니다.
5. 조선일보의 자격
한국의 조선일보가 어떤 자격으로 인터뷰를 하는 것인지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한국은 이 전쟁과 아무런 관계가 없고, 그냥 민간 언론사에 불과합니다. 제네바협약에 따른 당사국(러시아)이 아닙니다. 따라서 프로파간다 또는 대중적 호기심의 목적으로 아무런 상관도 없는 한국의 조선일보가 인터뷰한 것으로 결론 낼 수 있습니다.
이는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통역을 한 앞선(1월 모일) 심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국정원이 그 장소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분쟁 당사국도 아니고, 통역기로 통역이 충분한 상황에서 하필 그 자리에 국정원 직원이 통역을 위해, 여행이 금지되어 일반인은 비행기표를 구하기도 힘든 그 먼 길을 가 있었다는 것이 이해가 힘듭니다. 여러가지로 사전에 세팅되었을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장면을 보았던 1월 중순 어느 날, 제가 인천공항에서 우크라이나 키이우로 가는 비행편을 찾으려고 폴란드를 거치는 등 여러가지를 몇시간 동안 추진해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제가 실력이 없는 까닭이 크겠지만, 우크라이나는 아무나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우크라이나에는 한국 교민들이 100명 정도는 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통역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통역기로도 충분히 심문이 가능합니다.
6. 포로수용소의 위치 공개(2-22일 보충 내용)
제네바 협약 23조에 의해 포로 수용소 위치는 표시 및 공개를 해야 합니다. 규정상, 군사적 고려 사항이 허락하는 한, 포로 수용소는 낮에는 PW 또는 PG라는 문자로 표시해야 하며, 공중에서 명확히 볼 수 있도록 배치해야 합니다. 그러나 관련 국가는 다른 표시 시스템에 동의할 수 있습니다. 포로 수용소만 그렇게 표시해야 합니다.
그런데 영상 촬영은 도무지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트장으로 보이도록 주변 상황을 영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와 같이 전문적인 언론기관에서 이렇게 촬영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다른 목적을 의심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겠습니까?
아래는 1년전에 우크라이나 언론에서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 영상에서도 군사적인 기밀 사항에 대한 언급은 있습니다.
- 환자포로도 나옵니다.
- 포로수용소의 표시와 감시망루 등이 보입니다.
- 기본적인 사항과 절차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 복장에 대해서 환복규정을 어기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포로복장이 면으로되어 더 편리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 지급하는 부츠와 샌들과 실내복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식사하는 장면도 보여줍니다.
- 포로에게 일을 시키는 장면(포로에게 노동을 시키는 것은 제네바 규정에 부합합니다. 다만 임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 6년 형기를 복역 중에 러시아군에 지원했던 포로가 된 사람을 인터뷰를 합니다. (이것은 프로파간다 인터뷰에 해당)
- 전화하는 장면도 나오고,
- 영어로 포로와 인터뷰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프로파간다나 호기심에서 하는 인터뷰로 분류될 수 있으므로, 사실 이것도 제네바 협정의 정신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정도를 가지고 문제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살짝 경계선을 위반한 정도로 보입니다.
- 화면에는 포로명찰이 없는데, 환자포로여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 규정상 포로는 군복을 입고 있어야 합니다. 계급에 따라 적군이지만 경례를 하게 되어있습니다. 즉, 높은 계급의 포로에게 낮은 계급의 감시병이 경례를 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그 규정 위반이 얼마나 심각하게 다루어지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계급장이 없으면 이런 일이 불가능합니다.
비교:
조선일보가 촬영한 장면은 우크라이나 언론이 보여준 영상과는 비교가 될 것입니다. 저 사람들이 포로가 아니고, 국정원이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시베리아 벌목공 또는 탈북하여 외국에 머물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조선일보의 영상을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서 그 영상에서 포로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한 것이 있는지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노이즈 기사
이런 이야기를 하면, 저를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실 것입니다. 명백하게 영상이 나왔는데, 확정편향에 빠져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능님이 입증 여부의 결정 책임을 지고 있는 재판관의 위치에 있다면, 아래의 기사들이 포로를 입증하는 증거로 채택하겠습니까? 아래 기사들은 대중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유도하는데는 사용될 수 있어도, 증거로는 곤란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언론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 3년간 거짓 보도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날 진실보도를 한다는 어떤 계기가 있나요? 아래의 기사들은 결국 시베리아 벌목공이나 다른 탈북자일 수도 있는 두 사람을 한국으로 송환하여 우리나라 국민으로 만드는 것을 출구전략으로 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북한군 포로가 입증된 것일까요? 대중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것으로 완벽합니다. 저를 포함해서 누가 생업을 팽개치고 조사를 하고 다니겠습니까? 탐사보도기자도 힘든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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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oners of War A combatant who falls into the hands of an adverse party to a conflict in the course of an international armed conflict is a prisoner of war. Individuals who fall into the hands of the enemy during an armed conflict are protected under h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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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한국행 관련
인터뷰 내용 중에 한국으로 가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관련 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적대 행위가 발발하면, 각 분쟁 당사국은 자국 국민이 가석방 또는 약속에 따라 자유를 받아들이는 것을 허용하거나 금지하는 법률 및 규정을 적대 당사국에 통보해야 한다. 가석방되거나 그렇게 통보된 법률 및 규정에 따라 약속한 전쟁 포로는 자신이 의존하는 국가와 자신을 포로로 잡은 국가에 대해 가석방 또는 약속의 의무를 철저히 이행할 개인적 명예에 대한 의무가 있다. 그러한 경우, 그들이 의존하는 국가는 가석방 또는 약속과 양립할 수 없는 서비스를 요구하거나 수락할 의무가 없다.”
이 절차가 쉬운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엄연히 절차가 있었을 것이므로, 조선일보는 이 절차에 관한 사항을 취재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이에 제가 모르는 보도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한국으로 가는 것에 대한 절차적 문제에 대해 보도하기 보다는 다소 선정적인 부분에 치우쳤다고 봅니다.
교묘한 카메라의 FOV
잘 보면, 카메라 화면에 나오는 것은 인터뷰하는 사람에 매우 근접해 있습니다. 그 배경은 가능한한 담지 않고 있습니다. 카메라 시야각 조작은 영상조작의 기초입니다. 가장 유명한 카메라 조작은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유세 때 발생했죠. 힐러리의 경우 보통 수십명과 수백명이 모였지만, 트럼프의 경우 수만명의 군중이 모였죠. 이 차이를 방영하지 않기 위해, TV 카메라는 절대로 힐러리와 트럼프의 주변을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실제로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지만, 카메라 앵글로 비슷한 규모로 조작했죠. 이번 조선일보의 경우가 전형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람의 모습도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상으로 판단할 때, 북한군 포로 인터뷰 영상은 강력한 증거로서의 가치는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아마도 법정에서 다툰다면 증거로 채택되지 못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저의 앞선 주장에 약간의 안전장치(~속았을 수 있다.)를 달기는 했지만, 제가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엄청 많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잘못된 판단으로 독자분들을 혼란에 빠지게 할 수 있으니까요. OSINT 이외는 아무 수단이 없는 개인이 조직적인 정보수집 능력을 가진 기관의 활동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은 매우 무모한 행위입니다. 그렇지만 생각과 다른 말씀을 드릴 수 없기에 다소 무모한 주장을 하였습니다. 물론 항상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제 판단의 잘못이 확정되면 제 실수를 말씀드리고 당연히 해명과 사과를 할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는 것이고, 실수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 당당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수의 위험 때문에 방관하거나 피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실을 추구할 할 때,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