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이슈

5월9일 전승절 행사 공격 논란(2부): 답변

진재일 2025. 5. 7. 23:12

어제 포스팅한 5월9일 전승절 행사 공격 논란(1부): 질문 에 이어 2부를 이어간다. 어제 던진 화두는 벤 호지스의 말처럼 5월 9일 모스코바의 전승절 행사장은 합법적인 군사적인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였다. 이에 대한 답은 각자가 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의견이 반드시 옳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각자가 개별적인 합리성을 가지는 것은 필요하며, 더 나아가 보편성이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다음은 필자의 견해일 뿐이다. 따라서 보편성을 보장할 수는 없다.

 

 

1. 화두에 대한 견해

벤 호지스 전 미 유럽 육군사령관의 발언군사적 정당성을 강조하며 러시아 전승절 퍼레이드를 우크라이나의 타격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은 겉보기에 논리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전략적 판단, 정치적 맥락, 국제 여론, 외교 파장 등 전쟁의 복합적인 변수들을 무시한 위험천만한 조언이다.

가능한 것과 바람직한 것, 표적에 대한 전략적 인식

전쟁에서 가능한 것과 바람직한 것 사이에는 명확한 간극이 존재한다. 전시에 적국의 군사시설이나 병력을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은 국제법상 허용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전략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퍼레이드에 등장하는 무기와 병사들이 군사적 속성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 행위 자체는 정치적 상징의 영역에 속한다. 특히 러시아 전승절은 민족주의 정서가 집약되는 행사, 내부 결속과 국제적 위신을 동시에 겨냥하는 대표적인 정치 퍼포먼스다. 이 시점에서 공격이 가해질 경우, 그것은 단순한 군사행위가 아니라 상징 파괴, 나아가 국가 정체성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공격의 대가, ① 군사적 표적의 확대

더욱이 러시아는 지금까지 키에프에 대한 공격에서 눈에 띄는 자제를 보여왔다. 정부청사, 대통령실, 국회 등 상징적 지휘기관은 표적에서 제외되어 왔고, 이는 일종의 억제와 자제의 메시지로 읽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전승절을 공격함으로써 이러한 자제선을 무너뜨린다면, 러시아가 보복의 수위를 급격히 끌어올릴 명분을 제공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표적은 키에프의 지도부가 될 수 있으며, 물리적 제거 시도나 대규모 파괴를 할 수있다.

 

공격의 대가, ② 외교적 대가

외교적 측면에서의 대가는 더욱 심각하다. 전승절 행사에는 푸틴 대통령뿐만 아니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라 브라질 대통령,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 등 다양한 외국 지도자들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 이 상황에서 공격이 감행된다면, 의도치 않게 이들 외국 정상에게 피해가 발생하거나 신변 위협이 가해질 경우, 우크라이나는 국제사회로부터 돌이킬 수 없는 불신과 외면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는 전장의 승패와는 별개로, 외교적 자해이자 정치적 자멸로 연결될 수 있는 치명적 실수다.

 

모든 군사적 행동에는 전략이 우선되어야

이처럼 군사적 정당성이 있다고 해서 전술적 승리를 보장하지 않으며, 전술적 성과가 곧 전략적 이익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전략 없는 공세는 상대에게 보복의 정당성을 주고, 동맹국의 지지를 잃게 만들며, 전쟁의 정당성을 흐리게 만든다. 벤 호지스의 조언은 이러한 복합적 현실을 무시한 채, 단편적인 군사 논리만을 전면에 내세운 무책임한 발언이라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이러한 조언을 실제 전략에 반영한다면, 그것은 단기적인 만족을 위한 장기적인 파탄의 길로 들어서는 선택이 될 것이다.

 

전쟁의 승패의 결정요소

전쟁의 승패는 총성보다 설득의 지속성에서 결정된다. 전쟁에서는 단순히 이길 수 있는 전투를 골라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정치적 정당성과 외교적 지원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지금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것은 전략적 냉정과 외교적 균형 감각이지, 감정적 충동과 상징적 자극이 아니다. 퍼레이드를 공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지만, 그로 인해 잃게 될 것은 국가의 생존 조건 그 자체일 수 있다.


2. 평가: 무책임한 참모, 전쟁을 망친다

전쟁에서 전략적 조언의 질은 생사를 가른다. 벤 호지스는 "내가 조언했다면, 수백 대의 드론을 전승절에 투입했을 것"이라는 식의 발언을 남겼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전쟁의 정세와 외교적 균형, 전략적 억제 체계, 국제정치적 후폭풍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단견에 불과하다. 실제로 이 조언을 따른다면 우크라이나는 단지 러시아의 분노만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지지국들의 외면, 국제사회의 신뢰 상실, 그리고 전면적 보복이라는 세 가지 위험을 동시에 초래할 수 있다벤 호지스의 조언은 군사전문가로서의 책임을 저버린 무책임한 발언이며, 우크라이나는 오히려 그러한 주장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가진다.

필자는 일전에도 벤 호지스를 비판한 적이 있는데, 그는 미국유럽육군사령관(미국유럽사령관 휘하에 있는 3성장군) 출신이다. 현직에 있었다면 미국유럽사령관이 위원장이 되는 연합표적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이었을 것이다. 즉, 즉 상황이 주어진다면, 실제로 모스코바 퍼레이드를 표적으로 선정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주류언론에 출연하여 러우전에 대한 코멘트를 매우 자주한다. 두 차례에 걸친 포스팅에서 필자가 독자들께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미국의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의 실제적인 수준에 대한 목격이다. 물론 저정도의 사람들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겠지만, 저 정도의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전쟁이든지 정책이든지 사람들이 결정한다. 필자가 미국과 러시아의 군사력에 대해서 평가해오면서 느낀 것 중에 하나는 미군의 인적인 수준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군사력은 인원, 장비, 물자로 구성된다. 인원에는 사상, 철학, 교리, 리더십, 교육, 훈련 등 많은 무형의 요소(intangibles)가 포함된다. 장비와 물자는 만져지는 유형요소tangibles가 중심인 것과 많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