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진화

우크라이나 참전 경험 인터뷰 3부

진재일 2025. 5. 18. 15:00

우크라이나 참전 경험 인터뷰 2부 에 이어 3부를 진행한다. 

 

6. 기동의 변화

① 러시아군의 오토바이 전술

2차 대전에서 재현된 모터사이클 정찰대

라이즈너 대령은 러시아군이 오토바이를 활용한 소규모 기동 전술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술과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2차 대전 당시 소련군에는 모터사이클 정찰대대라는 편제가 존재했고, 여기에는 약 150대의 오토바이와 전차 한 개 중대가 배속되어 있었다. 이들은 독일군 진지 근처에서 틈새를 찾아내면, 탱크로 틈을 넓힌 후 본대가 진입하는 식의 전술을 사용했다.

 

서방언론에서는 러시아의 기동장비가 동이나서 오토바이부대를 투입했다는 식의 보도를 했다. 내러티브전의 전형이다. 이런 보도가 우크라이나군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인지는 나중에 모두 판명될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방산관련 매체 Defense News에도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뷰에서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전장의 진화인 것이다.

 

러시아군의 오토바이 전술 절차

현대 러시아군도 유사하게 ①오토바이에 연막탄을 부착한 후 전진, ②드론으로 침투 정도를 실시간 확인, ③가장 멀리 도달한 오토바이 경로를 기준으로 본격적인 돌격을 개시, ④이후 1~2대의 탱크 및 보병전투차량(IFV)을 보내 소규모 진지를 점령하는 방식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이 방식은 우크라이나군 병력 부족 상황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많은 부대가 병력의 40~50% 수준으로 감소하여, 참호가 '비어 있는' 구간이 늘고 있어 방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인간 파도 전술(Human Wave Tactics)

푸티 프라이만은 이러한 오토바이+기갑 돌격 전술이 인간 파도 전술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반복 충돌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①처음에는 소규모 병력이 돌입, ②우크라이나군의 중화기 위치(박격포, 기관총 등)를 유도, ③위치가 드러나면 즉시 그 화점을 제거, ④만약 반격이 없다면, 빠르게 깊숙이 진입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특히 도시 내 전투(urban combat)에서 자주 목격되며, 서방 시각에서는 비인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전술적으로는 일정한 논리가 있다는 분석이다"작은 단위로 돌파하면 위험하지만, 소대~중대 단위 병력이 단번에 돌입하면 방어선이 붕괴될 수 있다."

 

②우크라이나군의 기동대응전술: 전선의 소방대(Fire Brigades)

소규모 기동전술의 변화

전쟁 초기에는 특수부대 스타일의 직접 침투 임무(Direct Action)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감시체계의 고도화로 인해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한다그래서 지금의 우크라이나군의 소규모 기동전술은 ①TDF(영토방위군) 같은 약해 보이는 부대를 미끼로 배치, ②러시아군의 정찰이 이들을 취약한 목표로 인식하게 유도, ③그 뒤에는 실제 전투력을 가진 소규모 기동부대(Fire Brigade)가 대기, ④러시아군이 접근하면 기습 대응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는 일종의 역정보전술 또는 전략적 위장(disguise)을 통한 국지 방어의 전환 전술이다. 

 

긴급 대응부대: 전선을 누비는 ‘47기계화여단 

라이즈너 대령은 우크라이나군이 전선 전역에 소방대처럼 기동하는 기계화 여단을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대표적 사례가 47기계화여단 (47th Mechanized Brigade)으로 역할은 전선 전체에서 긴급한 구간에 우선 투입되어 전선을 지키는 응급 대응자’이다.

 

러시아군의 대응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이 새로 전략 예비 병력을 형성하는 것을 방해하려고 한다. 즉, 러시아군은 이런 식의 '긴급 기동 방어' 체계를 깨기 위해 전선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③ 전선 상황에 대한 평가 (Assessment of the Front)

병력 부족으로 참호가 비어 있다

라이즈너 대령은 특히 우크라이나 전선 남부(포크롭스크 지역)에서 병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고 한다. 많은 부대들이 병력 40~50% 수준으로 축소되어 있다. 참호가 절반 정도만 채워져 있는 상태”이다. 이로 인해 러시아군은 빈 구간을 쉽게 찾아 돌파 가능하다. 돌파 후 일정 거리(1km 정도)를 점령  다음 파도 전술 투입  반복 하는 방식으로 진출하는데, 이러한 상황은 우크라이나군에게 심리적, 전략적으로 큰 타격을 주며, “매우 좌절감을 느낀다고 표현한다. 

 

인력과 장비의 불균형

푸티 프라이만은 우크라이나군이 단순히 병력이 부족한 것만이 아니라, 병력과 장비 사이의 불균형이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어떤 부대는 충분한 병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장갑차나 수송장비 부족으로 인해 전선 투입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장갑차(APC)나 기갑화 수송수단 없이 병력을 이동시키면 피해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편 어떤 부대는 장비는 많지만 인력이 부족한 상태이다. 결국 전선 상황은 매우 이질적(homogeneous하지 않음)이며, 지역·부대마다 상황이 완전히 다름을 강조한다.

 

화력의 열세가 결정적

병력이 있더라도 화력이 부족하면 전선을 유지할 수 없다. 상대보다 화력이 약하면 결국 후퇴하게 되는 구조이다. 이로 인해 물자·인력·지원 모두 갖춘 부대만이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상황이 형성되고 있다.

 

7. 전자전: 현대 전장의 보이지 않는 지배력

전자전의 전략적 범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강력하고 결정적인 기술 중 하나는 바로 전자전(Electronic Warfare, EW)이다. 단순히 HIMARS나 JDAM 같은 서방의 정밀 무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군은 전선 전역에 걸쳐 전자전 장비를 배치함으로써 전장 전체의 전자 환경을 압도하고 있다. GPS 신호를 교란하고, 드론의 통신을 차단하며, 탄도 조정 무기의 명중력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군의 정보망과 지휘 체계를 전방위로 마비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릴 전파 교란 체계

프라이만은 러시아의 전자전 체계를 "모든 주파수를 굽는다"고 표현한다. 우크라이나군이 ‘그릴(grill)’이라 부르는 이 대형 전자전 시스템은, 수십 km 반경 내 모든 신호를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으며, 컨테이너 형태의 본체에 수십 개의 안테나가 부착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에 더해 국지적인 특수 전파 교란(Specialized Jamming)도 병행되고 있으며, 그 주요 표적은 드론이다. 이로 인해 드론의 손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서방 드론의 추락 사례

실제로 서방에서 공급된 최신 드론조차도 이러한 전자전에 속수무책이다. 프라이만은 2023년 초 자신이 두 종류의 신형 드론을 운용했지만, 모두 20분 만에 추락했다고 증언한다. 이는 러시아군이 빠르게 GPS 스푸핑(GPS spoofing)을 적용하여 드론의 위치 인식을 왜곡시켰기 때문이다. 드론은 고도를 잘못 인식하고 9,999미터 상공에 있다고 착각한 채 곤두박질쳐 낙하 충돌을 일으켰다. 이 드론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큰 성과를 내지 못했으며, 우크라이나에서는 더욱 심각한 실패로 이어졌다. (*주: 어떤 드론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으나, 10km 고도로 올라갈 능력이 있는 드론은 상당히 고성능 드론을 암시하고 있다.)

 

구식 체계로의 회귀

이러한 전자전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은 디지털 체계에서 벗어나 전통적 전술로 회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간접 보고 체계, 수기 기록, 관측자 기반 명령 체계 등이 다시 채택되고 있으며, 이는 현대적 디지털 전쟁과 구식 전통 교리가 혼재된 전장의 양상을 보여준다. 전자전은 이제 특정 장비에 국한된 방해가 아니라, 전장 전체의 ‘작동 방식’을 재구성하는 지휘 인프라 파괴전으로 진화하고 있다. (*주: 이 사실은 매우 심각한 것이다. 서방의 장비가 러시아에게 전자전에서 참패한 것을 뜻한다. 이것 자체로 제압Suppress 되었음을 의미한다.)

 

통신 교란에 대한 대응

무전 통신의 경우, 드론보다는 덜 집중적으로 차단되는데, 이는 양측 모두 유사한 민수용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면 충돌 직전이나 교전 중에는 대부분의 통신이 집중적으로 차단(jamming)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은 각 지점에서 인근 관측소로 상황을 전달하고, 지휘소는 간접 보고를 통해 현장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시스템을 운용한다. 이는 즉각적인 명령 전달에는 제약이 있지만, ‘부분적 상황 판단’을 통해 포괄적인 지휘를 유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프라이만은 이를 “즉시 명령은 어렵지만, 포괄적 상황 판단은 간신히 유지된다”고 표현한다. (*주: 표현을 완화한 것이다. 대규모 교전이 발생하면 우크라이나군은 눈을 감은 채 더듬이로 전투를 한다는 뜻이다.)

 

결론: 전자전의 본질

결과적으로, 전자전은 단순히 ‘장비 마비’가 아니라, 전장의 질서 자체를 무너뜨리고 다시 구성하려는 전면적인 전쟁 형태로 작동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자전이 단순한 기술적 부문이 아닌, 전략의 중심이 되는 시대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계속해서 4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