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Escalation
테러와 전략폭격기 드론 공격에 대해 러시아가 보복을 할 것인가?
진재일
2025. 6. 4. 02:19
최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내에서 테러와 5곳의 공군 기지에 대한 드론 공격이 있었다. 그 이외에도 다수의 드론으로 러시아 깊숙히 민간 지역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어 왔었다. SNS에서는 상당한 격앙된 반응이 있었고, 보복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특히 "러시아는 반드시 대대적으로 보복해야 한다!"는 쪽이 많다. 심지어, "푸틴은 반드시 핵을 써야 한다", "보복하지 않으면 약하다, 굴복이다"라는 반응이 확산되어 왔다. 그래서 러시아는 어떻게 보복을 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전략적 사고 방식의 차이
그런데, 서구와 러시아의 전략적 사고방식 사이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서방 사람들은 우크라이나가 어떤 지역을 탈환하면, "푸틴은 왜 반격 안 하냐?", "러시아는 졌다"고 외친다. 하지만 러시아의 행동은 완전히 기대와 다르다. 병력이 부족한 지역은 과감히 포기하고 일단 물러난다. 그 후에 차분하게 병력을 재편성하고 동원령을 시행하고 필요하면 전선을 보강한 후에 재공세를 한다.
2022년 9월 헤르손에서 철수할 때, 수로비킨 라인을 형성하였다. 당시 총사령관으로 임명된 수로비킨이 수몰 등의 위험 등을 고려해서 과감하게 드니프로 강 이남으로 철수한 바 있다. 러우전 미스테리#1, 2022년 케르손 전투에서 일정부분 다룬 바 있다.
우리군에서는 특히 이 전투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임 총사령관의 첫번째 작전이 철수 작전인 것이 가능하겠는가? 러시아군은 철저하게 COFM(Correlation Of Forces and Means)를 계산하여 수학적으로 결정한다. 지휘관의 ego 따위는 없다.
러시아는 전쟁 중에도 '핵을 쏘자" 같은 극단적 대응은 하지 않는다. 대신 기술적 군사 평가, 병력 장비 보충, 작전 유지의 일상적인 패턴을 유지한다. SNS에서 "푸틴을 당장 교체해야 한다!" 같은 과잉 반응은 무시된다. 이 번에도 공격을 받은 공군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는 원성이 높았다. 그러나 필자는 러시아 지도부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것을 확신한다. 군지휘부에게 오는 책임을 피하기 위해 하급 지휘관에게 문책하는 것을 수도 없이 보아온 우리에게는 이해가 쉽지 않겠지만, 러시아군은 그의 직무수행이 문제가 되어 문책의 필요성이 있을 때만 문책할 것이 분명하다.
전략의 중요성
전장에서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일상공간에 전해지는 현대 전쟁에서 단순한 군사적 충돌이 아니라 철학과 심리, 장기적인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 필요가 있다. 러시아가 보여주는 전쟁 수행 방식은 겉으로 보기에는 단조롭고 무미건조해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치밀하게 설계된 반복적 전술과 극도의 감정 통제가 결합된 고도의 전략이라는 점이라는 것을 통찰할 필요가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 가한 드론 및 사보타주 공격과 이를 둘러싼 서방의 대응, 그리고 러시아의 반응 방식을 분석하면 이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서방이 실행한 작전
NYT 기사 해설을 중심으로 한 포스트 CIA의 우크라이나 내의 활동을 읽어보신 분들은,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타격한 여러 사례는 단독 행동이 아닌 서방 정보기관의 직접적 기획과 통제 하에서 이뤄졌고, 우크라이나는 실행만 담당하는 하청업체처럼 움직인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실 것이다. 민간 열차가 폭발하고, 러시아 공군기지가 파괴되며, 국경 인근 민간 지역이 드론으로 공격받는 상황에서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반드시 보복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하며 긴장을 고조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은 단기적인 감정 발산에 불과하다. 러시아는 분노에 따라 움직이지 않으며, 오히려 감정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각 단계마다 철저한 계산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러시아의 대응
러시아 지도부, 특히 푸틴과 라브로프는 전황이 불리하게 전개되더라도 겉으로는 동요하지 않으며, 속으로는 병력 재편, 전선 조정, 무기 보급 등 실질적인 조치를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여준다. 전장의 상황이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더라도 항로와 속도를 유지하며 끝까지 나아가는 것이 러시아 전략의 핵심이다. 지금 화가 나서 길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결국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코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일시적 감정이 전쟁의 방향을 바꿔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전쟁을 매우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러시아가 만약에 방향을 바꾼다면 득을 보는 것은 러시아의 적이다.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러시아를 흔들어서 방향을 바꾸도록하는 계략이다는 것을 러시아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바꾸지 않는 것이 말려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대조적인 서방의 구조
서구의 자극-반응 구조는 전략적으로 취약하다. 현대 사회는 SNS와 실시간 정보 소비에 익숙해져 있어,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면 즉각적인 반응이 강요되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 이런 문화가 개인 관계뿐 아니라 국가 전략에도 영향을 끼치며, 장기적 안목을 희생시키고 감정적 폭발로 이어지게 만든다. 반면, 러시아는 자극과 반응 사이에 사고와 전략이라는 필터를 반드시 거친다. 이 사고의 공간이 성숙함과 훈련의 핵심이며, 국제정치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러시아의 전략목표
러시아는 단지 이번 전쟁에서 이기려는 것이 아니라, 5년, 10년 후에도 다시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구조적 종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감정적 보복이 아니라, 적이 다시는 전쟁을 일으킬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목표이다. 이 점은 우리나라의 역사적 전쟁에서도 잘 나타난다. 우리는 청야입성으로 전쟁을 했고, 쳐들어온 적이 물러날 때 그냥 보내지 않고 섬멸했다. 그들이 지금은 불리해서 돌아가더라도 다시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다시는 전쟁을 일으킬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수나라 당나라의 침략과 거란, 심지어는 임진왜란 때도 패전하여 돌아가는 왜군을 그냥 보내주지 않았다.
1,000년 간 입증 된 방식 고수
러시아는 가능한 한 전쟁의 마지막까지 이성적으로, 감정을 배제한 방식으로 전략을 수행하며, 이는 핵무기 사용에 있어서도 같은 태도로 나타난다. 작년 초 크로커스 시청 테러나 크림반도 해변 민간인 공격과 같은 자극에도 러시아는 핵 보복을 하지 않았고, 이는 앞으로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러시아의 일관된 전략 철학이다. 나폴레옹과 히틀러, 그리고 NATO에 이르기까지 러시아는 늘 비슷한 전략을 유지해 왔으며, 반복되는 압박과 소모전을 통해 적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승리해왔다. 일관된 전략, 감정 억제, 반복의 힘이 러시아를 승자로 만들어 온 근간이다. 러우전 역시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러시아는 이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절대 전략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승리의 레시피를 왜 던져버리겠는가?
포크롭스크-콘스탄티노프카 전선 급격한 변화
10개월 이상 교착상태로 보이던 포크롭스크 일대 전선이 최근 약 10주 사이에 큰 변화가 있었다. 지금은 가속 구간으로 우크라이나군은 드니프로 방향으로 후방 방어선을 구축 중이다. 그러나 현재는 방어선의 물리적 견고함의 문제가 아닌, 병력 부족으로 붕괴중이므로 우크라이나군의 붕괴는 가속화 중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선에서의 문제를 해결 불가능하므로 러시아를 다른 쪽으로 분산시키려 하는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는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을 것이다.
러시아의 언론의 차분한 반응
전략폭격기에 대한 기사는 이제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지금 전쟁 중이므로 공군기지에 대한 공격은 합법적이므로 문제 삼지 않는다. 그 만큼 우크라이나에 피해를 주면 된다. 현재 돈바스 전선에서 그리고 수미에서 엄청나게 공격 중에 있다. 새로운 공격도 아니다. 다만 테러에 대해서는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공군기지에서 일부 피해를 입은 것을 가지고 징징대지 않는다. 대신 불법적인 테러에 대해서는 부각시키고 있다. 테러로 확인되었으니까, 이를 주도한 측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다.
현재 가장 격정적인 반응이 메드베데프의 반응인데, 러시아의 보복은 "불가피하다"면서 그가 한 말을 보자. "우리 군은 적극적인 공세 중이고, 계속 전진할 것이다. 파괴할 것은 모두 파괴할 것이고, 제거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은 제거될 것이다." 얼굴 표정은 좀 열 받은 사진을 골라 올렸는데, 그의 말에는 어떤 과잉도 없다. 그러니까 그의 말을 듣고 겁먹을 것은 없다. 과연 그럴까? 지도부에서 제일 열받은 사람의 말이 저정도이다. 모든 것이 계산된 것이다. 짐작도 없고 확률만 계산하고 있다.
젤렌스키와 루비오는 미칠 지경일 것이다. 트럼프도 돌아버릴 것이다. 이제 러시아가 휴전협정을 미루고 전쟁을 질질 끈다는 말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입을 열려면 러시아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언급해야 한다. New START에 대한 언급도 해야 하며, 테러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한다. 별 짓을 다해도 꿈쩍하지 않는 푸틴에 대해서 매 시간 말이 바뀌는 트럼프가 입을 열어서 손해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래적으로 침묵하고 있는 트럼프에 대해서 모두가 주시하고 있다.
전선 붕괴 이후의 모습
이 같은 러시아의 태도와 전선의 상황이 결합하면 어떤 현상이 가능할까? 만약에 돈바스의 전선이 붕괴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우크라이나군은 서쪽으로 밖에 갈 곳이 없다. 지금 반달모양 비슷한 곳에 새로운 방어선을 구축 중이지만, 그 진은 사실 배수진이다. 서쪽은 드니프로강이 있고 이를 건너려면 다리를 건너야 한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철수로를 유도할 때, 다리를 파괴하지 않은 채 남겨둘 가능성이 크다. 후퇴하는 병력이 다리로 몰릴 때 집중적으로 포격하거나 드론 공격을 가해 괴멸시키기 위함이다. 일종의 덫이다. 러시아가 전략적으로 상대를 유도한 뒤 완전히 파괴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이는 단지 일시적인 승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적의 재편 자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장기 전략이다. 앞에서 말한 살수대첩 귀주대첩 노량해전과 같은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