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확대/아제르바이잔

흔들리는 동맹, 새로운 역학: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 관계의 변화

진재일 2025. 7. 13. 00:47

배경

12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공군기와 드론이 아제르바이잔을 통해서 공격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란 만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므로 사실 자체는 아직 확인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서방이 아제르바이잔과의 밀착된 관계이므로, 이 설의 개연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구소련에서 독립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두 나라 간에는 매우 복잡한 지정학적이자 지경학적인 상황이 존재한다. 아제르바이잔 영토 내에 아르메니아인이 대거 거주하고 있다. 양국간에는 지난 30여년간 2차례나 전쟁이 있었다. 첫 전쟁에서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아르메니아가 이겼지만, 지금은 바쿠에서 나오는 석유 때문에 매우 부유해진 아제르바이잔이 거의 일방적인 우세에 있다. 두나라는 모두 CSTO의 일원이지만, CSTO 정상회담장에서 푸틴 앞에서 서로 싸울 정도로 양보가 없다.

 

아제르바이잔은 또 이란과의 관계의 문제가 있다. 이란의 서북부 지역에는 아제르바이잔인이 아제르바이잔 본국보다 더 많이 거주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의 인구는 1천만명이지만, 이란에 거주하는 아제르바이잔인은 1,500만명이다. 현재의 아제르바이잔은 이란에 거주하는 아제르바이잔인 지역과 통합을 꿈꾸고 있다.

한편, 터키는 아르메니아, 이란, 러시아와 대척점에 있으면서, 아제르바이잔과 나아가 이란일대과 중앙아시아로 연결되는 지역에 거주하는 투르크족들을 모두 연결하는 대터키를 꿈꾸고 있다. 이스라엘은 바쿠에서 생산되는 석유가 전체 수입량의 40%에 해당한다. 댓가로 이스라엘은 아제르바이잔에게 무기를 공급한다. 그리고 이란 공격때 아제르바이잔은 공역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럽은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생산되는 석유를 아제르바이잔과 터키를 통하는 파이프라인으로 석유를 공급받고 있다. 

이같은 복잡한 상황 속에서 서방이 분쟁지역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터키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극단적인 경우 3차 대전이 일어날 도 있다. 여러모로 불안정적인 요소가 많다. 발칸 반도와 함께 다음 분쟁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에 발생한 일들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살펴보고자 한다. 본 포스트에서는 최근에 발생한 사태를 중심으로 역사적 연원을 간략하게 요약한다. 그리고 앞으로 추가적인 포스팅을 몇 차례 더 할 것이다.

 

서론: 실용적 동맹의 균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오랜 기간 권위주의적 리더십, 군사적 지향점, 그리고 풍부한 화석 연료 자원이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실용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비록 러시아가 아제르바이잔의 오랜 숙적인 아르메니아와 명목상 동맹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는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특히 2023년 이후 두 국가 간의 긴장은 급격히 고조되었으며, 이는 캅카스 지역 및 그 너머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약화와 아제르바이잔의 새로운 자기 주장적 태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배경: 러시아 궤도에서 벗어나려는 아제르바이잔

아제르바이잔은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의 궤도 안에 있었으며, 한때 러시아 주도의 집단 안보 조약 CSTO의 서명국이었고 현재도 독립국가연합 CIS의 회원국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아제르바이잔은 2011년 비동맹 운동 가입과 1994년 나토의 평화를 위한 파트너십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관계 다각화를 끊임없이 모색해왔다. 이러한 노력은 아제르바이잔이 단순히 러시아의 위성국가로 머무르지 않고, 자체적인 외교적 균형을 추구하려는 의지를 반영한다.

전환점: 나고르노카라바흐와 아제르바이잔의 부상

관계의 전환점은 2020년 아제르바이잔이 수십 년간 아르메니아군이 점령했던 영토를 성공적으로 탈환하면서 시작되었다. 러시아의 중재로 이루어진 휴전은 약 2,000명의 러시아 평화유지군을 나고르노카라바흐에 배치시켰는데, 이는 이 지역에서 러시아의 여전한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점은 러시아가 동맹국인 아르메니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인데, 이는 아제르바이잔과의 관계 강화를 우선시하는 러시아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시사했다.

하지만 2022년 푸틴과 알리예프가 '동맹 상호작용 선언'에 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지역적 영향력은 점차 약화되고 아제르바이잔은 다른 국가들과의 파트너십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2021, 아제르바이잔은 이미 주요 군사적 지원국이었던 튀르키예와 동맹을 강화하는 선언에 서명했다. 또한 이스라엘과의 외교, 국방, 에너지 관계를 심화시켰으며,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연합(EU) 2027년까지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의 가스 수입을 두 배로 늘리는 협정을 체결했다. 결정적으로 2023 9,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카라바흐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전격적인 공세를 감행했으며, 러시아 평화유지군은 어떠한 개입이나 저항도 없이 2024년 예정보다 일찍 철수했다. 이는 이미 변동하고 있던 양국 간의 힘의 균형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관계 붕괴: 일련의 사건과 알리예프의 강경 대응

관계의 급격한 악화는 2024 12 25일에 발생한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아제르바이잔 항공기가 러시아 방공망에 의해 격추되어 38명이 사망한 사고였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러시아 당국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점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명했고, 블라디미르 푸틴의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회피적인 사과는 러시아의 책임을 명확히 인정하지 않아 알리예프를 더욱 불만족스럽게 만들었다. 알리예프는 공개적으로 러시아에 책임을 전가하며 유죄 인정, 관련자 처벌, 그리고 사건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이러한 긴장은 지속적인 외교적 마찰로 이어졌다. 2025 5, 알리예프는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전승절 퍼레이드 참석을 거부했으며, 같은 달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예고 없이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를 방문했다. 상황은 6월 말에 더욱 악화되었는데, 러시아 경찰이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아제르바이잔계 주민 수십 명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두 명의 아제르바이잔 형제가 경찰 구금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제르바이잔 당국은 이 형제들이 "극도로 잔인하게 고문당하고 살해당했다"고 주장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에 아제르바이잔은 예정된 양국 방문, 회담, 러시아 문화 행사를 취소하고, 바쿠에 있는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사 사무실을 급습하여 직원들을 구금했으며, 이후 마약 밀매 혐의로 8명의 러시아 국적자를 추가로 체포했다.

 

이들이 법원에 멍들고 피투성이가 된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러시아에서는 큰 분노가 일었다. 러시아는 아제르바이잔 대사를 소환하여 "최근의 비우호적인 행동" "양국 관계를 해체하려는 아제르바이잔 측의 의도적인 조치"에 항의했으며, 이후 아제르바이잔 디아스포라(러시아 거주 아제르바이잔 인)에 대한 추가 구금을 단행했다. 이러한 긴장 속에서 알리예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통해 러시아와의 긴장을 논의하고 아제르바이잔에 대한 연대를 표명하며 러시아를 더욱 자극했다.

아제르바이잔의 전략: 국내외적 이익을 위한 파워 플레이

아제르바이잔의 이러한 호전적인 태도는 여러 요인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첫째, 알리예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다. 항공기 격추 사건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러시아에서 억압받는다고 주장되는 아제르바이잔인들을 옹호하는 것은 당연히 국내에서 큰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둘째, 나고르노카라바흐 탈환의 성공으로 인한 초기 환희가 점차 사그라들면서, 러시아와의 갈등은 아제르바이잔 사회를 다시 통합하고 불평등, 저소득, 시민 사회 탄압과 같은 국내 문제로부터 국민의 관심을 돌리는 편리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셋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의 승리는 알리예프에게 이웃 국가들에게 더욱 단호하게 행동할 수 있는 자신감을 주었으며, 이는 러시아의 약화되는 지역적 영향력을 활용하여 아제르바이잔을 신흥 지역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마지막으로, 러시아와의 대립은 알리예프가 서방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의 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유럽의 중요한 에너지 파트너가 되고, 2024 COP29 기후 정상 회담을 개최하며, 이제 반러시아적 성향을 보임으로써 아제르바이잔은 인권 기록에 대한 비판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 새로운 질서와 지역적 파급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갈등이 전면적인 대립으로 비화되지 않고 언어적 대립과 보복성 체포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외교 관계는 단절되지 않았고 새로운 무역 제한도 부과되지 않았는데, 이는 양국 모두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는 신호이다. 러시아에는 상당한 규모의 아제르바이잔 디아스포라가 거주하며 본국으로 막대한 송금액을 보내고 있으며, 러시아는 아제르바이잔의 최대 수입원이다. 반대로 아제르바이잔은 '남북 운송 회랑'을 통해 러시아와 이란, 페르시아만을 연결하는 중요한 통로로서, 러시아의 제재 없는 무역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복잡한 관계의 역학은 캅카스 지역의 힘의 균형이 얼마나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비록 양국이 화해한다고 해도, 이는 아제르바이잔의 커진 영향력을 반영하는 새로운 조건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아제르바이잔의 '파워 플레이'는 카자흐스탄과 같이 전통적으로 러시아의 영향권에 있던 다른 국가들에게도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며, 이들 국가들은 현재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