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트 인도 파키스탄 사태 에서 처음으로 카슈미르 테러사건을 둘러싼 양국의 긴장고조 등의 문제를 다루었다. 포스트의 3부에서는 필자의 상상력의 세계에서 자유롭게 3차대전의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물론 아직은 아무런 증거도 없지만 며칠간 언론에서 다루는 내용을 보니 약간 더 심증이 늘어간다. 그 내용을 설명해본다.
카슈미르 테러 공격은 단순 국지 분쟁이 아니다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은 피상적으로는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분쟁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은 범서방Combined West과 범남방Global South 두 개의 세계적 세력 블록 간 대리전(proxy war)의 서막 처럼보이기 시작했다. 범서방은 미국 중심의 패권 블록이며, 범남방은 브릭스(BRICS)중심의 신흥 다극 체제다. 브릭스에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포함되며, 이란, 북한, 베네수엘라, 터키 등도 점차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테러 배후에 누가 있는가: 파키스탄인가, 그 너머 인가?
카슈미르 공격의 진원지가 파키스탄이 아닐 수도 있다. 지난 포스트에서는 파키스탄 군인의 증언을 들어 인도의 자작극의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전혀 다른 배후도 상상할 수 있다. 이 사태에 대한 초기 반응을 보면, 어떤 경향이 나타난다.
실제로 테러 공격 이후 파키스탄을 비난하는 목소리보다도, 중국, 이란, 러시아가 중재자 역할을 하며 사태 완화를 요청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면,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 서방 주요 국가들은 이 사안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무관심이 아니라, 오히려 사건의 배후를 미국 또는 서방 세력으로 의심케 한다는 정황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한 세력은 사태가 완화되기를 바라고, 다른 세력은 사태가 악화되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누가 시작했는지, 배후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러시아의 반응과 인도와의 밀착
푸틴 대통령은 즉각 모디 인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카슈미르 테러에 대한 깊은 애도와 강력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인도의 대테러 전쟁에 전적인 지지를 보냈으며, 러시아-인도 관계는 외부의 간섭에 흔들리지 않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고 강조했다. 이는 러시아가 인도와의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또한, 푸틴은 모디 총리의 인도 방문 초청을 수락했으며, 이로 인해 “인도는 이제 러시아를 버렸다는 서방의 프레임”이 허구였음이 드러났다. 인도가 러시아 주도의 신질서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점이 명확해지고 있다.
핵무기 사용 가능성과 미중러 균형
지난 포스트에서는 중국의 CPEC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를 의심했으나, 그것보다 더 큰 그림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와 파키스탄 간 충돌이 재래식 무력 충돌로 시작해, 궁극적으로 핵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파키스탄이 먼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데, 일단 파키스탄이 재래식 전력이 약하므로 Escalation Dominace에서 불리하다. 그리고 더 큰 이유는 파키스탄 뒤에 서방 패권세력(Alcapone)이 있다는 점이다. 서방은 인도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파키스탄을 활용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충돌은 인도를 넘어 러시아를 겨냥한 전략적 타격이 된다.
러시아의 군사적 지원: 이글라-S 미사일
러시아는 인도에 이글라-S(Igla-S) 휴대용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긴급 조달 형태로 제공했다. 총 계약 금액은 3억 달러 규모이며, 이 미사일은 단거리 대공 방어에 탁월한 성능을 지닌다. 서방에서는 종종 러시아제 무기를 ‘구식’으로 폄하하지만, 필자는 서방의 자화자찬에 대해 오랫동안 회의적인 평가를 해온바 있다. 휴대용 SAM은 초단거리 방어용으로 능력은 한계가 존재하지만, 급속도로 분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금방 전력에 보탬이 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연하자면, 몇 년 후에나 인도받을 수 있는 고급체계보도 당장은 더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제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군사적 억지력으로서 이 미사일의 의미를 강조하고 싶다.
인도는 어느 진영에 서야 하는가?
현재 인도는 BRICS 회원국임에도 불구하고, 서방과의 경제 관계, 국방 협력, 지정학적 계산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인도는 터키, 사우디와 함께, 양진영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국가이다. 그러나 이번 카슈미르 사태와 러시아의 즉각적인 대응, 미국의 침묵, 브릭스의 연대는 인도를 더 분명한 선택의 기로로 몰아가고 있다. 서방에 계속 중립적으로 머물 것인지, 아니면 러시아-중국 중심의 블록으로 확실히 기울 것인지의 전환점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인도뿐 아니라 이란, 북한, 베네수엘라 등도 서방으로부터 탈피해야 하는 길목에 서 있다. 이 국가들은 서방 패권이 요구하는 ‘종속과 순응’ 대신, ‘자주와 저항’의 길을 택해야만 한다는 인식을 오랫동안 가져왔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에 대한 일말의 기대마져 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서방은 왜 이런 갈등을 조장하는가?
이 모든 충돌이 단순한 외교 정책이 아니라, 금융자본과 군산복합체의 이익 추구라는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이들 세력은 국가를 소유하고, 정치인을 조종하며, 필요하다면 전쟁도 불사한다. 미국의 군사력을 ‘국가적 이익’이 아니라, 자본의 명령에 따라 사용하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파괴적 대리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실 미국의 군사력은 이들 글로벌리스트 세력의 숙주가 되어왔었으며, 트럼프는 이 사슬을 끊으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은 성공적일 것인지 알 수 없다. 최근 마이크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해임은 트럼프 진영에도 이런 세력 간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음을 드러내었다.
파키스탄은 이 현실을 아는가?
파키스탄도 이 국제적 기획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현실은 자본과 실리 외교의 논리가 지배하는 만큼, 파키스탄이 미국과 CIA의 무인기 출격 기지 역할을 감당하는 상황도 반복되고 있다. 이는 주권국가의 외형을 띠고 있지만, 전략적으로는 제3세력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카슈미르를 넘어선 세계 대리전의 서막
카슈미르 공격이라는 국지적 사건을 통해, 미국 주도 체제와 BRICS 중심 신질서 간의 본격적인 충돌이 시작되었음을 유의해야 한다. 드러난 증거가 거의 없어서, 아직은 이 분쟁의 사태발전의 방향을 예측하기에는시기 상조이지만, 핵심은 단순한 인도-파키스탄 분쟁이 아니라, 인도-중국-러시아 축이 하나의 독립적 국제질서로 편입될지, 아니면 기존 서방 질서의 테두리에 묶일지에 관한 국제 전략 게임의 분수령이라는 점이다. 이 사태의 향방을 결정할 여러 선택 과정에서 세계의 미래가 영향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