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전쟁

시리아 사태, 또 다른 생각

진재일 2024. 12. 12. 03:42

시리아 사태에 대해서 올린 첫번째 포스팅 시리아 사태 정리 Dec-10-24에서는 나타난 그대로를 기준으로 정리를 했다. 오늘 올리는 글은 나타난 것에 대한 심각한 의심을 바탕으로 순전히 상상력을 기반으로 해석해본다. 

 

생각의 단초

일단 나타난 현상이 너무나 초현실적이다. 지금으로서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터키가 완전한 천재이다. 어떻게 10일 만에 이런 일이 가능해졌는가?  시리아에는 13년간 내전이 벌어지는 동안 관계자가 매우 많다. 시리아 정부, 반군, 이와 연계된 국가들만 해도 미국, 러시아, 이란, 이스라엘, 터키 등이고, 헤즈볼라도 관여되어 있다. 그런데 터키의 에르도안이 러시아와 이란의 등에 칼을 꽂은 것이다. 터키의 배신에 대해 이란의 대표적 학자인 마란디 교수는 매우 공분하고 있다. 

 

터키의 입장에 대한 생각

그런데 아무리 에르도안이 배신의 정치인이라고 해도, 그는 터키를 BRICS에 가입시키려고 하고 있었다. 즉, 지금의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는 최소한 BRICS, SCO, 중국, 이란의 등에 칼을 꽂은 것이다. 이를 통해서 터키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현재 터키에는 러시아가 원전을 건설하여, 러시아 엔지니어들이 터키 엔지니어들에게 가동방법을 교육시키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터키에 큰 투자를 진행 중에 있다. BYD가 $10억불 자동차 공장을 건설 중이고, 알리바바가 $20억불 투자를 진행 중이다.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이란, 중국 등은 터키에 매우 중요하다. 러시아는 서방에너지 시장에 허브로서 터키를 지정했다. 매우 강력한 위치에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터키 국민들은 이스라엘 지원과 서방의 사기극에 극도로 분노하고 있다. 따라서 에르도안이 BRICS에 반대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시리아군의 입장

아사드의 시리아 정부군은 미국 영국의 프록시들인 알카에다, 자바트, 알 누스라, ISIS, 코라산 등 아랍리그 전체의 전적이 지원을 등에 업은 세력과 홀로 싸워서, 2015년 러시아가 지원할 때까지 4년 동안 홀로 버텼던 그런 군이다. 동일한 시리아군이 10일 만에 붕괴된다는 것이 너무도 비현실적이다. 2016년부터는 알레포를 회복한 뒤에 8년동안 방어망을 구축하였다. 그리고 시리아군은 무엇보다도 테러 네트워크를 소상히 알고 있다. HTS의 리더인 아부 무하마드 알 졸라니는 알레포를 점령한 뒤, 다마스크스까지 가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해왔다. 그러니 시리아군에서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시리아의 국제적 입지

2015년 이후에 벌어진 일을 지금과 비교해보면,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러시아와 이란은 서로에 대한 불신관계에서 지금은 엄청난 협력관계로 발전했으며, 카타르를 제외한 전체 아랍국가는 아사드 정권에 편을 들고 있었다. 이란과 사우디는 더이상 적이 아니다. 그런데 그렇게 힘들게 쌓아온 시리아가 10년만에 붕괴된다는 것을 믿기는 힘들다. 

 

시리아군의 붕괴 방법

시리아군의 붕괴는 차례로 진행되었다. 이것은 협조된 것이다. Hama에는 최고의 시리아군이 있었다. 만약 HTS가 도시지역작전을 해서 시리아군을 붕괴시키려면 최소한 수개월이 걸렸을 것이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14개월간 공격하고도 패퇴시키지 못했다. 러시아의 막강한 화력으로도 우크라이나의 도시지역을 공격하는데는 시간이 엄청나게 걸리는 것을 목격한 바 있다. 그런데 시리아군은 20만이고 HTS는 1.5만 정도였다. 설사 3만명이었다고 해도, 공격을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는 시리아군을 격파하기 위해서는 숫자가 많아야 한다. 이것은 군사적 상식이다. 3:1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준비된 방어를 극복하는데는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다. HTS는 폭력을 항상 동반하고 있는데, 시리아군은 어떻게 그들이 들어오게 두었는가? 심지어는 픽업트럭을 타고 들어왔다. 장갑차량도 아니므로 쉬운 표적이 된다. 따라서 이같이 붕괴된 것은 설명할 수 없다. 시리아군이 동원을 해제하고 HTS를 들어오게 한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엉뚱하지만 논리적인 가설 

이것은 혹시 이란과 러시아가 서방의 제국에 함정을 판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란과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이 전투는 벌써 전부터 예상되었다. 이들립Idlib에서의 HTS는 2022년 이후 시리아군에서 멈춤없는 공격을 가해왔다. 러시아가 등에 칼을 꽂는 에르도안과 협정에 서명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태는 "설계한 것이다"라는 가정을 해본다.

 

큰 그림

시리아의 이 분쟁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큰 분쟁의 일부이다. 영국의 지정학자 맥킨더가 말한 Pivot 지역, 심장부, 위기의 초승달 같은 큰 그림에서는 서방은 유라시아에 파봇파워(러시아)의 등장을 막고 대체적인 제국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지중해에서 한반도까지 이르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피봇파워의 후보인 러시아를 주저앉히기 위해서, 체첸, 타기스탄, 아프간, 시리아, 우크라이나 등등. 위기의 초승달 지역에 끊임없는 진흙탕을 만드는 분쟁을 지속시켜 왔다. 피를 흘리는 일이 쉬지 않고 진행되고 있는데, 러시아는 이것을 끝내고 싶어한다. 러시아뿐 아니라 SCO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일대일로가 아니더라도 SCO는 이들을 연결하고 있다. 이란과 중동의 저항축, 중국, 북한, 인도 등에 핵심적인 이익을 가지고 있다.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중동과 시리아이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이 지역을 Crescent of Crisis라고 칭했다.

Brokings의 책 위기의 초승달600

 

 

가설에 맞는 사례: 확증편향적 해석

현재 시리아에서 싸우기 시작하고 계속 싸울 것으로 예상되는 세력들은 매우 많고 다양하다. 터키, 미국의 프록시, Syrian National Army, HTS과 친구들, 등 온갖 지하디 그룹과 조직를 끌여들였고, 이 조직들은 서로간에 적대적이다. 터키는 이미 HTS의 자산을 동결시켰다. HTS는 터키가 품었기 때문에 존재하는 조직이다. 터키가 내일이라도 당장 끝낼 수 있다. 이미 HTS는 온건파와 강경파간의 내부투쟁 중이다. 터키국경에 그들의 프록시와 크루드의 대리인들이 싸우고 있다. 남쪽 국경에는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다. 현재의 형세는 리비아2.0로 가고 있다. 

 

계속 싸울 수 있을까?

분명 서방에 대한 함정일 수 있다. 함정이라면, 서로간에 싸우게 하는 것인데, 물론 과거에 한 때는 CIA 지원 반군과 미국방부 지원 반군이 싸운 적도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싸우려면 이해의 문제가 있어야 한다. 시리아는 서방에 매우 중요하다. 이스라엘을 보호하고, 이란을 주저앉히고, 오일과 가스 파이프라인을 카타르에서 지중해로 연결하는데 시리아가 중요하다.

 

서방은 쉽게 이겼지만, 이제 방어에 힘써야 한다. 여러가지를 안정화시켜야 하므로 부대와 무기를 지하드 그룹에게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지하드 그룹은 용병이므로 충성심이 높지 않다. 기본적으로 입찰가가 높은 곳에 계약을 하는 집단이다. 하물며 이들은 시리아 사람들도 아니다.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위구르 등 전세계에서 모여든다. 용병의 문제는 충성심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지금은 서방편에 서 있지만, 러시아, 이란, 중국에서 도 높은 값을 부르면 하루 아침에 편을 바꿀 수 있다.

 

함정 모델

서방에서 소련을 무너뜨리려고 오랫동안 노력했지만, 마침내 소련이 붕괴된 것은, 아프간으로 끌려들어갔을 때였다. 한번 끌려들어가자 군비를 계속 투입해야 했고, 거의 10년간의 전쟁 끝에 소련은 재정적으로 붕괴되어 버렸다. 이 같은 모델로 시작한 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러시아를 전쟁에 끌여들여서 힘을 빼어 붕괴시키자는 것이 서방의 계획이었다. 똑 같은 방법으로 러시아, 이란, 시리아가 모여서 HTS를 끌여들여 서방의 능력을 소모시키려고 시도하려는 것이다. 

 

함정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여건

만약 이것이 미끼라면, 월포비츠 닥트린이 써졌던 30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당시는 미국은 경제, 군사, 외교적으로 정점에 있었다. 저항불능의 상태였고, 전세계에 힘을 떨칠 유혹은 견딜 수가 없었다. 모든 독트린은 단극체제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누구든지 저항하지 못하고 반대하지 못하고 덤비지 못하는 것이 교리였다. 그 이후 미국은 New American Century를 유지하는데 가까워졌는가? 오히려 멀어졌다. 러시아가 다시 부상하면 안됬고, 중국은 계속 봉쇄되었어야 했다. 이란은 지금 쯤 레짐체인지가 되어있어야 했다.

 

2024년이 저물어가는 현재,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에 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은 미국에게 극도로 중요하다. 이미 졌다. 조지아도 잃었다. 이 와중에 시리아라는 전리품이 발앞에 떨어졌다. 매우 훌륭하다. 만약 함정이라면, 만약이 삼겨면 질식할 뼈다귀라면, 소련이 아프간에 들어가서 점차 빠져들어 군사력을 낭비하고 결국은 국가의 자원을 탕진하여 붕괴되어 버린 것 같은 운명이 서방을 기다리고 있다. 푸틴의 책사인 세르게이 카르가노프는 러시아가 미국이 붕괴되지 않는다면, 세계 질서의 강대국이자 기둥 중 하나, 정상적인 강대국이 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즉 2차 대전으로 우연히 얻은 세계의 패권국의 지위가 아닌, 요만조만한 강대국 중 하나로 전이되는데 피를 흘리지 않고 평화적으로 가도록 러시아가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물론 미국이 붕괴되지 않아야 하는 전제조건을 달고 있다.

 

미끼를 물기 시작

이스라엘 정보기관에서는 시리아 사태에 대해서 이미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시리아군이 패퇴하면 시리아 땅에 온갖 종류의 이슬람극단주의자들이 설칠 것인데, 이스라엘입장에서는 더 나쁘게 되는 상황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사격중지 협정을 하는 날 즉 HTS가 시리아로 공격한 같은 날부터, 레바논과 시리아 사이의 시리아 영토에 폭격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이미 시리아 땅에서 전투를 수행중이다. 입질이 시작되었다. 

 

헤즈볼라의 위험

이란은 당장 헤즈볼라에 대한 보급선을 잃게 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하마스는 지난 해 10월 이후 어떤 보급선도 없었지만, 이스라엘은 아직 하마스를 패퇴시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헤즈볼라에 대한 보급선 문제는 아직 속단할 상황이 아니다. 헤즈볼라는 당장 이스라엘을 패퇴시켜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헤즈볼라는 아마도 장기간 보급없이 생존할 준비가 되어 있을 수 있다. 헤즈볼라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최종적인 결의와 전쟁방식

만약에 그들이 결의를 했다면 어떤 그림을 가지고 있을까? 그것은 유라시아의 완전한 안보구도를 다시 그리는 것이 될 것이다. SCO(중국, 러시아, 이란, 터키 등)가 서방의 이익을 몰아내는 것이 최종적인 결의가 될 것이다. 러시아가 Tartus 항구에 대한 사용권한을 유지하지 못한다고 해도, 부동항은 별로 필요가 없다. 크림이 있고, 장거리 타격수단도 있다. 지난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한 바 있지만, INSTC가 있으므로 접근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렇다고 항구를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최악의 경우에도 전체적으로 시리아에서는 러시아는 큰 손실이 없다.

 

러시아의 전쟁방식은 영토를 중요시하지 않는다. 부대와 무기에만 관심있다. 과거부터 나폴레옹과 정면대결하지 않고 끌여들였다. 히틀러도 마찬가지 였다. 영토 깊숙히 끌여들여 마모시켰다. 그러니까 러시아에게는 익숙한 전쟁방식이다. 러시아가 온갖 서방의 프록시들과 이스라엘을 끌여들여서 자기들끼리 싸우도록 소모시키는 함정을 판 것이 아닐까? 지금은 알 수 없다.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중동의 전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리아 사태 정리 Dec-10-24  (0) 2024.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