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소모전
우크라이나에서 지난 3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러시아가 수행한 소모전attrition warfare과 서방이 우크라이나전을 이끈 지연전protrated war, 그리고 NATO의 교리에 해당하는 기동전maneuver warfare에 대한 오해가 있어서, 미육군 (예)중령 Alex Vershinin이 지난 3월에 영국의 왕립합동안보연구소 RUSI를 통해 게재한 글을 소개한다. 참고로 베르시닌 중령은 한국과 이라크, 아프간 등의 근무경험이 있고, Modeing & Simulation 장교로 근무했다. 베르시닌 중령의 전체 글은 위의 링크를 통해 파악하기를 바라고, 이 포스팅에서는 기초개념을 발췌하여 설명하고 소모전과 기동전, 지연전 등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추가하여 정리한다.
소모전 작전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교훈(Vershinin 중령의 글)
서방 특히 미국이 중국이나 러시아 등 강대국 간의 전쟁(GPC: Great Power Competition) 가능성을 심각하게 여긴다면, 장기전을 벌일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면밀히 검토하고, 기동보다는 소모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소모전은 고유한 '전쟁의 기술'이 필요하며, '지형 중심'인 기동전과는 달리 '군대(전투력) 중심' 접근 방식으로 싸운다. 소모전은 손실을 대체할 수 있는 거대한 산업 능력, 일련의 패배를 흡수할 수 있는 지리적 깊이, 신속한 지상 이동을 방해하는 기술적 조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소모전에서 군사 작전은 전술적, 작전적 기동이 아니라 손실을 대체하고 새로운 진형을 생성할 수 있는 국가의 능력에 의해 형성된다. 전쟁의 소모적 본질을 받아들이고 지형을 얻는 것보다 적군을 파괴하는 데 집중하는 쪽이 승리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해설:
러시아는 구소련시절 1차대전과 적백전쟁(볼세비키와 제정러시아군 간의 내전)을 통해 종심전투 Deep Battle의 이론을 발전시켜왔다. 1930년대의 이론적인 논쟁을 통해 이를 발전시겼고, 전격전의 독일과의 전쟁을 치르게 된다. Vershinin 중령의 위의 단락을 잘 읽어보면, 사실상 기동전이라는 형태의 전쟁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전쟁은 본질적으로 소모전이므로 소모전을 준비하지 않은 형태의 전쟁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완곡어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러시아는 소련이 생기는 무렵부터 유생역량격멸이라는 개념이 교리에 정착되었다. 만약 미국이 앞으로 중국과의 전쟁을 생각한다면, 우선 소모전을 위한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는 의미이고, 이를 좀 더 깊이 생각하면, 미국은 중국과의 전쟁을 시작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강대국간의 전쟁 시에 준비태세와 전쟁수행능력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는 후일로 미룬다.
소모전의 논리
그러면 소모전이 수행되는 방식은 어떻게 묘사할 수 있는가? 소모전의 수학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벌써 100년 전인 1916년에 만들어진 란체스터 방정식으로 설명된다. [해적 출신인 앵글로 색슨들은 이것도 훔쳐서 란체스터의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은 러시아의 오시포프가 1915년에 먼저 이 방정식을 발견하여 발표했다.] 이 란체스터방정식은 전쟁분석과 평가, 그리고 각종 M&S에 거의 반드시 들어가는 식일 정도로 유명해서 별도의 소개를 하지는 않겠다. 다만, 처음 보는 분들은 간략하게 설명한 유명한 블로그가 있으니, 이를 참고하기 바란다.
란체스터 방정식은 크게 2가지 (나중에 Salvo Model도 등장)로 볼 수 있는데, 여기서는 제곱법칙을 설명한다. 식은 아래와 같이, P, Q: 각각의 군사력, 앞에 있는 알파들은 각국의 전투의 질을 뜻하는 계수로 간단히 이해하자. 즉, 아군의 손실률은 적군의 전투력의 양과 적군의 전투력의 질(명중률, 파괴력 등 기술수준)에 따라 감소한다.
이 방정식의 해는 다음과 같이 전개하여 초기값( P의 초기 전투력이 500이고, Q의 초기 전투력이 1000으로 가정)을 대입하면 아래와 같은 해를 구할 수 있다. 아래에 나타나는 수치들은 모두 설명을 위한 가상의 수치이다.
전투력의 질적인 수준(기술수준)인 알파값의 관계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예시한 차트는 위의 가상한 식에서 P군은 500이라는 초기 전투력을 보유하였고, Q군은 1000이라는 초기 전투력을 보유하였지만, 전투가 진행되면서, 손실이 발생하여,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떤 전투력이 어떻게 변화하는 지를 나타내고 있다.
- 전투력의 질이 대등한 경우는 전투력 투입이 많은 Q군의 전투력을 전투력이 적은 P군은 극복할 방법이 없다.
- 전투력의 질이 상대방의 4대가 되는 경우, 시간이 지나면 두 배의 전투력을 투입한 군과 결과적으로는 대등하게 되지만, 이기지는 못한다.
- 전투력의 질이 6배가 되는 경우, 두배의 전투력을 투입한 군을 극복하게 된다.
즉, 소모전은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는 군대가 선택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러시아가 초기 투입한 병력은 돈바스 민병대를 포함하여 18만~20만 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역 69만명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작전 중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병력이 부족하여, 강제동원은 물론이고, 징집연령을 18세 까지 낮추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압력이 직면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위의 챠트에서 3번 째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는 2022년 3-4월 협상이 실패한 뒤부터, 소모전을 준비했고, 소모전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의 유생역량격멸이 그 목표였다. 그리고 그것은 크게 성공했다.
기동전 Maneuver Warfare
잠시, 기동전과 지연전, 마비전, 섬멸전 등의 유사 개념들을 간단히 설명한다. 이동과 기동은 완전히 별개의 개념이다. 기동의 개념은 적보다 유리한 위치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기동 능력이 뛰어난 부대는 적과 싸우는데 유리한 위치로 잘 이동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적을 제압하는 일이 쉬워질 것이다. 독일의 전격전과 같이 신속하게 기동하여, 적의 후방으로 침투하여, 적의 취약한 장소에서 공격을 할 수도 있도, 적이 방비할 기회조차도 주지 않거나, 적의 심리적인 붕괴를 유도할 수도 있다. 여기서 발전되어 마비전의 개념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다지 확립된 개념은 아니다. 이 때, 마비전은 섬멸전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마비전을 수행하려면, 월등한 능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런데, 강대국간의 전쟁 GPC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개념이다.
지연전
지연전(Protracted War)의 개념은 모택동이 중일전쟁에서 일본이 우수한 기동력을 바탕으로 전쟁을 치르는 것에 대응하여, 장기지구전을 치를 것을 제안한 것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기동력이 우수하지 않으면,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것보다, 희생이 따르더라도 지구전을 가져가는 것이 유리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적에 비해 군수보급이 유리할 때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청야입성 전략도 지연전이다. 수나라, 당나라가 고구려를 공격할 때, 고구려는 들판에 쌀 한톨 남기지 않고 다 태워버린 뒤에, 성에 들어가버리면, 수나라 당나라군은 보급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불리한 지형에서 오랫동안 전쟁을 하면 할수록 불리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를 통해 러시아와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서방은 사실상 지연전을 추구해왔다. 우크라이나의 전쟁목표가 모호한 가운데, 마지막 우크라이나인 까지 전쟁을 치르는 것은 결국, 장기전으로 러시아의 경제를 피폐하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했는데, 그의 도구가 되는 우크라이나군은 병력이 동나버렸다. 서방은 우크라이나라는 국가의 안위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오로지 러시아를 소모시키려 했지만, 결국은 그마저도 실패했다.
러시아와 서방의 전쟁지능 비교
러시아는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서방은 막연한 열망을 실제 전략과 혼동하여 러시아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큰 그림을 무시했으며, 모든 러시아의 좌절, 또는 예상되는 좌절을 승리로 가는 길의 한 걸음으로 취급했다. 전쟁이 시작된 이래 러시아의 전략은 우크라이나군을 약화시키고 파괴함으로써 우크라이나의 특정 정치적 변화를 유발하여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정치적 요구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일단 서방이 개입하게 되자, 이 전략은 본질적으로 동일하게 유지되었지만, 서방이 제공한 장비의 파괴와 어느 정도는 서방에서 훈련받은 부대의 파괴를 포함하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비록 후자가 전자를 제외하면 그렇게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전투력을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으로 축소하는 것은 전투의 밀물과 썰물과는 무관하다는 점이다. 전투에서 파괴하는 것보다 저장된 장비를 파괴하는 것이 좋다. 저장된 탄약을 파괴하는 것이 부대에 배치된 후 파괴하는 것보다 낫다. 이런 것은 종심 깊이 타격할 수단이 있어야 가능하다. 러시아의 미사일들의 사거리는 서방의 미사일들의 사거리보다 훨씬 길고, 정확하며, 무엇보다도 재고와 생산능력이 충분했다. 2022-2023년간 러시아는 전술미사일을 년간 4,000발 씩 발사했으며, 2024년에는 9월-11월 사이에만 6,000발을 발사했다. 여기서 매우 중요한 것은 미사일의 기술과 함께 가성비이다. 개별 무기의 성능을 비교할 때는 가격(비용)이 크게 문제가 안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전쟁은 시스템과 시스템 간의 대결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값이 비싼 무기는 장기전략적 경쟁에서 도태하게 되는 것이다. 1만 불 짜리 드론과 10만불 짜리 미사일을 100만불 짜리 요격미사일로 요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버티지 못한다. 돈으로 메꾸려해도 생산능력까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 다음은 공격의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전투에서 방자는 공자보다 손실을 덜 입는다. 공자는 노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군의 목표가 적군의 전투력을 파괴하는 것이라면, 특히 적군이 그것을 대체하는 것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적군이 나를 공격하도록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며, 여기서 적군은 아군보다 더 많은 자원을 잃게 될 것이다. 방위 산업이 제대로 작동하고 충분한 인력 및 장비 비축량이 있다면 이는 최선의 전략이며, 이것이 바로 러시아가 2022-23년에 한 일이다. 그러나 서방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2022년 여름 헤르손, 자포로지아에서 러시아의 전략적 철수(수로비킨 라인)를 곧 참패로 과도하게 해석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NATO의 온동네방네 엄청나게 소문내었던 2023년 여름 공격에서, NATO가 지휘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5차의 방어진지 중에서 첫번째 진지에도 이빨 자국을 못내고 참패한 것이다.
결국 서방의 군사지도자들과 이를 지휘하는 정치지도자들의 군사적인 지능이 러시아에 비해 훨씬 떨어진 것이 전쟁의 현재까지의 결과로 보면 된다. 예를 들면, 미국의 ISW에 자주 등장하는 3성 장군 출신인 Petraeus의 말을 듣고 있으면, 거의 천치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등장하여 한 말은 모두 틀렸는데도 계속해서 등장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러우전 특사인 Kellogg 장군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다른 교육과 마찬가지로 군사교육도 엉망임을 짐작하게 한다. 여기에는 정보도 큰 몫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DNI Director로 지명한 털시 개버드는 타당해 보이지만, 실권을 가진 CIA와 혈투가 예상된다. 현재까지는 트럼프 조차도 러우전에 대한 잘못된 정보에 오염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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