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전쟁

헤즈볼라에 대한 삐삐 폭탄 공격

진재일 2024. 9. 20. 17:47

하이브리드 전쟁 은 Frank Hoffman이 처음 제안한 군사전략 이론으로 정치적 전통적인 전쟁에다, 정치적 전쟁, 비정규 전쟁, 사이버 전쟁, 가짜 뉴스, 외교전, 법무전, 정권교체, 외국선거 개입 등의 다른 방법을 혼합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에 대해 많은 학자들의 비판이 있었다고 한다. (위키피디아에서 발췌) 

 

비판을 받을 만도 한 것이 역사상 전쟁 중에서 하이브리드 전쟁이 아니었던 것이 있었던가? 손자는 싸우기 전에 이기라고 할 정도로,

병자궤도야(兵者詭道也) 즉, 병법이란 상대방을 속이는 것이 본질이라 하지 않았던가? 당연히 평시에도 판을 치는 사이버 전쟁, 가짜 뉴스, 내러티브전~정보전이 전쟁 때는 다르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것이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다고 했고, 후세 이론가들은 정치는 다른 수단에 의한 전쟁의 연속이라는 따름정리를 만들어 내어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전쟁에서는 모든 것이 용납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측이 있고, 전쟁도 인간 행위의 연속이므로 존엄성에 대한 어떤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측도 있다.

 

대중이 사용하는 네트워크를 이용한 공격의 출현

엊그제 헤즈볼라 요원들이 사용하는 삐삐(pager)의 배터리를 폭파하는 방법으로 많은 수의 사상자를 내는 사건이 보도되었다. 완전한 전모가 밝혀지는데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혹은 전모가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 배터리는 현대의 모든 생활에 사용된다. 전기차, 모바일 기기, 노트북, 시계 등등 끝도 없다. 그런데, 무선으로 이를 폭파할 수 있다는 것은 빅테크 기업들이 그토록 노력하여 사람들이 모바일 기기를 가까이 하도록 했는데, 이제 이 기기들이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하면, 그동안의 추세가 되돌려지게 될 수도 있다. 디지털폰이 처음 보급될 때, 도청의 가능성을 가지고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처음부터 도청을 목적으로 만든 것이라는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인터넷 자체가 NSA가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다. 나아가 구글이 CIA와 NSA의 사내 벤쳐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흔치 않다.

 

https://qz.com/1145669/googles-true-origin-partly-lies-in-cia-and-nsa-research-grants-for-mass-surveillance

 

Google’s true origin partly lies in CIA and NSA research grants for mass surveillance

The story of the deliberate creation of the modern mass-surveillance state includes elements of Google’s surprising, and largely unknown, origin. It is a somewhat different creation story than the one the public has heard, and explains what Google cofoun

qz.com

 

 

도처에 존재하는 위험(Ubiquatous Danger)

삐삐 공격은 많은 사람들이 모사드의 작품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모사드뿐 아니라 유대인들도 똑똑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눈앞에 터진 여러가지 나쁜 상황이 누적되자, 필사적인 노력을 하다보니, 결과적으로 멍청한 짓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애플, 구글, 메타 등 소위 빅테크 회사들이 그동안 그렇게 대중에 가까이 왔었는데, 이제 대중은 배터리라는 것이 폭탄이 될 수 있고, 미친 이스라엘 공작원에 의해 나의 전화기가 폭발할 수도 있다는 것을 대중에게 알린 것이다.

 

정확한 메카니즘은 조사 등을 통해 밝혀져야 알 수 있겠지만, 시스템에 대한 기술적인 접근이 가능하려면 관련 정보와 제어를 위해 빅테크와 어떤 식으로 연관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이들이 모사드에 의해 어떤 식으로든지 통제되고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중국과 러시아의 선견지명

나아가 생각하면 중국이 그동안 자체의 인터넷을 사용하게 한 것이 중국공산당의 정보통제라고 굳게 믿고 있었으나, 이런 굳건한 믿음은 미국 등이 만들고 국내 언론을 통해서 수행한 선전선동의 결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이 국가들은 미국으로부터 단절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고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러시아, 중국 등이 미국의 빅테크와 관계를 단절하려는 그간의 노력과 유럽의 미국의 디지털 식민지가 된 것 등을 생각해보면, 전자는 현명했고, 후자는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위험에 대해 깨닫기 시작하면, 앞으로 점차 대중들은 빅테크에 의해 장악된 세상에 살고 있다는 현실을 자각하게 되고, 최소한의 방어기제가 작동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삐삐공격을 행한 자들이 오히려 어리석게 보인다.

영화 King's Man의 한장면. 발렌타인이 사람들에게 심어둔 유심칩에 무선신호에 의해 작동, 일제히 뇌가 폭발한다.

 

영화에나 가능했던 일들이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기술의 시대는 편리함과 함께, 무서운 통제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다면, 그동안 편리함에 편승하다보니 통제에 무감각한 생활에 익숙해진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무서운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