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중후장대 무기 시대의 종언

진재일 2024. 11. 7. 01:42

2С4 Tyulpan

 

과거의 무기와 현대의 무기가 혼합되어 사용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다양한 무기간의 교전이 일어나, 무기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과거의 전쟁에서는 중후장대 무기를 선호했다. 구소련에서 개발한 튤판 240미리 자주 박격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모두 보유하고 운용하였다.

 

2С4 Тюльпан (Tyulpan, 튤립)은 30톤의 차체에 탑제한 1970년대에 구소련이 개발한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박격포이다. 최대 사거리는 9650m이나, 사거리 연장탄을 사용하면 20km까지 도달한다. 포탄의 무게도 어마어마해서  일반 고폭탄 기준으로 무게가 134.2kg, 내장 작약이 21kg인데, 무게43kg, 작약이 7kg정도인 155mm M107HE탄의 3배 정도로 무겁다.

 

9명으로 된 팀으로 운용하는데, 자주박격포에는 4명이 탑승하고, 후속하는 탄약차에는 5명이 탑승하여 지원한다. 러시아군은 2017년 포신 교체와 유압식 반동 메커니즘, 통신기와 사통장치 개량 등 최근까지도 현대화하여 운용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요새, 진지, 건물 등을 파괴하기 위해 사용되는 툴판은 20km까지 사격하기 위해서는 장약 포함 225kg의 포탄을 쏘아야 한다. 그리고 사격 준비에 25분이 걸리며, 분당 1발의 발사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툴판 240미리 자주박격포

 

 

실전에서의 드러난 취약성

 

러시아 국방부는 10월 27일 하르코프 지역에서 러시아의 란셋 드론으로 우크라이나의 툴판 자주박격포를 파괴했다는 발표를 했다.

전투효율성을 평가할 전체적인 자료의 획득은 곤란하지만, 2024년 4월에는 루한스크에서 러시아의 툴판이 우크라이나의 M777에 의해 파괴되었고, 2024년 7월에는 또다른 러시아의 툴판이 우크라이나의 드론에 의해 파괴되었다는 보도가 2번 있었다. 잘라 란셋과 란셋-3 등 다양한 종류의 란셋 드론 중 어떤 것이 사용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드론에 의한 파괴가 많은 것은 표적으로 쉽게 노출된다는 의미이다. 이 같은 무기가 미래에도 효과적일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한다.

 

툴판이 론이나 포병의 표적이 쉽게 되는 것은 shoot & scoot 이라는 현대전의 개념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격 후 진지전환을 하는데 시간이 걸려, 드론과 대포병레이더에 위치를 쉽게 발각된다. 강력한 화력은 현대의 도시지역작전에서도 여전히 필요하지만, 현대전장에서 요구되는 속도와 민첩성을 제공하지 못하므로, 툴판은 생존성이 낮은 화기가 되어버렸다. 

 

베를린에서 소련의 T-72와 전차전을 상정하고 설계한 막강 M1 전차가 막상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그다지 특색없이 무겁기만 한 무기로 드러났다. 걸프전에서는 M1전차는 분명 이라크의 T-72를 쉽게 격파했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에서는 약한 교량통과 문제, 라스푸티차의 진흙의 극복 문제, 능동방어의 부재로 인한 드론 등에 대한 취약성을 노출했다.

 

현대의 전장에서도 중후장대무기의 위력은 여전히 요구되나, 전자전과 ISR 자산의 증가 속에서 개별 전력의 속도와 민첩성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되어버렸다. 우크라이나전쟁은 어디에나 있는 감시정찰 및 타격수단이 강요하는 민첩성으로 인해 1차 대전에 사용했던 그런 오토바이와 ATV가 쓰임새를 증명한 그런 전장이 되어버렸다. 이 같은 환경에서 중후장대의 패러다임은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스칸데르, ATACMS, 스톰쉐도우 등 양측 모두 미사일의 사용이 크게 증가한 것도 변화된 패러다임의 하나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중후장대 무기의 시대는 다시 돌아올 것인가? 일단은 회의적이다. FPV드론 등 중소형 드론의 광범위한 사용으로 인해 변화된 공중우세의 개념이 다음 단계로 진화될 때까지는 표적획득의 허용범위가 계속 유지되므로, 중후장대무기의 자유자재 사용은 쉽지 않을 것이다. 전장의 진화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과거로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로운 복잡성이 증대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