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러시아군의 대규모 공세가 돈바스 지역에서 ‘가마솥(cauldron)’라는 전통적인 포위 섬멸전을 만들어냈고, 이는 단순한 전술적 승리를 넘어 전쟁 전체의 판도를 뒤바꿀 전략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포크롭스크(Pokrovsk, 러시아 지명은 크라스노아르메이스크로 붉은 군대의 땅이라는 의미)와 쿠피얀스크(Kupiansk) 일대의 전황은, 스탈린그라드를 연상시킨다.
‘가마솥'의 등장과 돈바스의 최종 단계
이번 공세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역시 대규모 '가마솥'의 발생이다. 러시아군은 북부 쿠피얀스크와 남부 포크롭스크 두 축에서 우크라이나군 4,000~10,000명을 포위했다. 쿠피얀스크는 이미 80%가 러시아군 손에 들어갔고, 포크롭스크 역시 함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러시아군은 2km 폭의 탈출 회랑을 의도적으로 열어두고 있다. 드론과 포병으로 완벽히 통제되어 킬존으로도 불리지만,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았다. 이는 “젤렌스키가 끝까지 싸우라고 명령하면 양측 모두 불필요한 희생만 늘어난다”는 메시지로 보인다. 러시아는 인도적 탈출을 허용하고 있지만, 정치적 고집 때문에 병사들이 죽어가는 상황이다.
포크롭스크가 무너지면 돈바스에 남아 있는 마지막 요새 도시인 슬라뱐스크(Sloviansk)와 크라마토르스크(Kramatorsk)의 남쪽 관문이 열리고, 쿠피얀스크 함락은 북쪽 측면을 노출시킨다. 즉, 두 축의 성공은 도네츠크·루한스크 주 전체를 러시아가 실질적으로 장악한다는 의미다. 러시아 측은 이를 “2~3개월 내 완료”라고 공언하고 있으며, 자포리자 주 공세까지 성공한다면 합병을 선언한 4개 주(도네츠크·루간스크·자포리자·헤르손) 중 3개 주를 완전히 통제하게 된다.
스탈린그라드의 데자뷔
젤렌스키 대통령의 “끝까지 버티라”는 명령은 제2차 세계대전 스탈린그라드 전투 당시 히틀러가 파울루스 원수에게 내린 명령과 동일선상에 있다. 당시 히틀러의 고집은 30만 명의 제6군의 전멸을 불렀고, 전쟁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지금 러시아는 탈출 회랑까지 열어두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지휘부가 이를 거부하면 포위된 부대는 전멸할 수밖에 없다. 버티면 버틸수록 탈출 가능성은 사라진다.
서방의 인식 왜곡과 러시아의 자신감
서방 주류 언론(NYT, BBC, 가디언 등)은 우크라이나군이 처한 상황을 조금씩 노출하기 시작하지만, 큰틀에서는 여전히 “러시아군 손실 막심, 경제 붕괴 직전, 전술적 승리에 불과하다”는 논조를 반복하고 있다. 물론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낙관론이다. 더 중요한 것은 러시아 내부의 심리 변화다. 전투가 길어지고 희생이 커질수록 “이제 그만 협상하자”는 목소리는 사라지고, “젤렌스키 정권을 완전히 끝장내고 우크라이나 전체를 장악하자”는 강경론이 힘을 얻고 있다. 승리가 클수록 타협은 어려워진다.
트럼프의 무관해짐과 유럽의 허상
2주 전만 해도 “트럼프-푸틴 부다페스트 회담”이 화제였지만, 이제 러시아는 트럼프를 완전히 무시한다. “말만 많고 행동은 없다”, “오늘은 A, 내일은 B”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제는 “바이든의 전쟁”이라는 변명도 통하지 않으며, 미국의 무기 지원이 일부 남아 있더라도 협상 상대로서의 신뢰는 바닥이다.
유럽의 상황은 더 참담하다. 6만 명 규모의 다국적군과 400억 유로 지원을 떠들었지만, 실제로는 영국 30억, 프랑스 20억이 전부다. 우크라이나는 한 달에 100억 달러가 필요한데, 400억은 고작 4개월 치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다국적군은 “정전 이후에만” 투입된다는 조건이다. 유럽이 말하는 정전은 “러시아의 패배”를 전제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러시아가 패배하지 않으면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돌려줘야 하는데, 이를 두려워한 이탈리아·헝가리·슬로바키아는 이미 발을 뺐다. 남은 국가는 발트 3국, 폴란드, 영국, 프랑스뿐이지만 이들조차 돈과 의지가 부족하다.
대승 직전의 러시아와 다가오는 종말
러시아는 돈바스에서 대승 직전에 있다. 유럽은 끝없는 회의만 하는 웃음거리에 불과하다. 트럼프는 이제 이 전쟁과 무관한 사람이다. 젤렌스키가 스탈린그라드식 명령을 철회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군은 전멸하고, 돈바스 전투는 끝난다. 그 후 협상이 있을지, 아예 없을지, 곧 알게 될 것이다.
필자는 트럼프가 취임할 무렵부터 '협상보다 종전이 빠를 것이다'라는 표현을 사용해왔다. 그리고 그 이유로 '정보 실패'를 꼽았다. 러우전 특사로 임명된 키스 켈로그가 전쟁정보를 왜곡해서 트럼프에세 알려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털시 개바드가 DNI국장에 임명되면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보았으나,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우크라이나측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을 반복해온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100만명씩 사망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군대의 씨를 말려버렸는지를 지금도 설명하고 있지 않다. 이런 정보가 트럼프 뿐 아니라 젤렌스키에게도 들어 갔다면, 젤렌스키의 명령이 이해되기는 한다.
포크롭스크 전투는 단순한 지역 전투가 아니다. 돈바스 전투의 실질적 종결이자, 러시아가 협상 테이블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는 순간이다. 2022년 2월 시작된 전쟁이 마침내 종반전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젤렌스키는 끝까지 ‘2025년의 파울루스’가 될 것인가, 아니면 병사들의 생명을 구할 마지막 결단을 내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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