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미국은 국가방위산업전략(National Defense Industrial Strategy)이라는 전략서를 발간하였다. 기존에도 방위산업능력보고서(Industrial Capabilities Report to Congress)를 작성하여 연례적으로 방위산업역량을 보고해왔으나, 그것은 지난 회계년도의 예산을 사용함에 있어서 얼마나 방위산업역량이 향상되었는지를 결산의 개념으로 보고한 것이었다(2021년 회계년도에 대해서 2023년에 보고하는 방식). 그런데 이번에 발표한 NDIS는 이전의 연례보고서와는 격이 다른 전략서이다.
미국이 발표하는 4개의 기존 전략서는 National Security Strategy(국가안보전략, 백악관), National Defense Strategy(국가방위전략, 국방부), Nuclear Posture Review(핵태세검토보고서, 국방부), Missile Defense Review(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 국방부)로 구성되어 있다. 이 전략서들은 대통령의 임기 중간인 2년차 10월에 통상 발표한다. (참고로 미국의 연방예산 회계년도는 10.1일에 시작하여 다음해 9.30일에 끝난다. 따라서 신행정부의 2차 예산회계년도 개시와 맞추어 발표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백악관에서 발표하는 국가안보전략서에서 결정한 전략지침에 따라 팬타곤에서는 국가방위전략서를 작성하며, 핵관련 두 검토보고서를 별도로 발표한다. 핵태세검토보고서와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는 각각 핵공격능력과 핵방어능력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 두 보고서는 국가방위전략서의 주요한 부록과 같은 지위를 가지므로 사실상 미국의 전략서의 가장 중심에는 국가방위전략(NDS)가 있다고 보면 된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4개의 전략서를 2022년 10월에 발표했다. 그런데 임기말인 2024년 1월에 NDIS를 발표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다준 충격이 얼마나 큰지를 드러내고 있다. 국가방위산업전략서의 문서지위는 아래의 그림과 같이 추정된다. 그런데 국가방위전략서의 다른 2개의 부록은 검토보고서인 반면, NDIS는 전략서인 만큼 사실상 더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즉 핵태세나 미사일방어가 국방에 미치는 것보다, 방위산업이 국방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을 구조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강대국경쟁(Great Power Competition)에서 미국이 얼마나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가를 먼저 반성하고 있다. 1985년부터 2021년까지 제조업 인력과 방산인력이 각각 36%, 63.5% 급감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방위전략서(NDS)에 맞춘 방위산업 생태계 현대화를 현대화하겠다는 것이다. 4대 중점전략과 25개 추진과제를 식별하여 제시하고 있다. 방위산업생태계를 과거 미국내 방산업체 대상에서 벗어나 다양한 민간 주체들과 우방국 및 파트너국들을 포함하여 형성하겠다고 한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한데, 여기에는 현재 미국의 방위산업이 가진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방부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조사보고서 Govini Report가 2023년에 발표되었는데, 이 분석은 미국의 국방 공급망에 대한 중국의 침투를 측정, 미국의 산업 기반이 중국을 억제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주요 수치는 다음과 같다.
1. 국방부 무기체계 및 관련 인프라를 지탱하는 반도체의 40% 이상이 현재 중국에서 공급
2. 2005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방위산업 공급망에서 중국 공급업체의 수가 4배로 증가
3. 2014년에서 2022년 사이 중국산 전자제품에 대한 미국인의 의존도는 600% 증가
미국의 무기체계와 군수품이 중국의 공급통제에 얼마나 취약한지는 중국이 공급한 반도체의 수를 보면 생생하게 드러난다. 미국의 최신 포드급 항공모함은 6,500대 이상의 중국산 반도체에 의존 운용하고 있으며, 다른 많은 미 해군 함정과 항공기도 마찬가지로 수천 개의 중국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니까, NDIS는 아웃소싱을 중국에서부터 미국내 민간 주체들과 우방국 및 파트너국들로 옮기겠다는 과제를 제시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방위산업에게는 큰 기회가 될 것이지만, 미국방력의 입장에서 보면, 비용상승을 막을 수 없다. 왜 여태껏 미국이 중국에 아웃소싱했을까? 그것은 가격경쟁력 때문이다. 처음에는 미국내의 방위사업체들이 자체로 만들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이를 내부 협력업체로 돌려서 하다가, 나중에는 국제 협력업체에 의존하다가, 이것이 급기야는 중국으로 몰려가게 된 것이다. 장구한 세월동안 비용절감을 해온 셈인데, 앞으로는 비용상승의 전쟁을 피할 수 없다.
전쟁에 대비하여 군대를 준비하는 것을 국방준비태세(Defense Readiness)라고 한다. 전투력은 인원, 장비, 물자로 구성된다. 미국은 이 모두가 부족하다. 탈냉전 이후 지난 30여년간 끊임없이 전쟁을 했는데, 그 많은 전투경험을 가진 인원들은 대분란전/대태러전을 수행했던 경험으로 정규전 수행에는 사실상 별 효과가 없고 오히려 외상후 증후군 등 전쟁의 피해가 막심하다. 많은 장비와 물자들은 낭비했으며, 정규전을 등한시하다 보니, 무기의 발전은 거꾸로 갔다. 그 사이에 중국은 엄청 성장해버린 것이다. 러시아를 빼고 발표한 세계방산 100대 기업에는 미국이 48개 기업으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처참한 지경이다. 뒤늦게 나마 NDIS를 발표한 나름대로의 노력을 높이 평가해야겠지만, 천조국이라는 미국의 방위산업의 실상은 그다지 화려하지 못하다. 우리와 혈맹관계인 나라인데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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