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은 매우 복잡하고 사연이 길며,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역사, 정치, 전쟁, 무기, 군사기술 등의 요소가 얽혀 있기 때문에 그렇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역사도 있고, 러-우 각국의 다른 나라와의 국제정치적인 관계도 있으며, 각국 내의 행위자들의 다른 이해관계가 존재하며, 각각의 행위자들의 판단과 행동이 여러가지 영향을 미쳐 전쟁이라는 무대에서 녹아나는 매우 복잡한 상황이다. 이런 대상을 복잡계(Complex Adaptive System)이라고 하여 1980년대 중반 부터 조그만 학문의 대상으로 다루어 오고 있다. 이 같이 분석하기 힘든 대상에 대해서 어떤 사람이 단칼에 정답을 말하려고 한다면, 그가 초인이 아니라면 어떤 부분에서 실수를 할 수 밖에 없다.
전쟁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도 편향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사람과 전쟁당사자 간의 관계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방후 소련군의 북한 진주와 김일성을 옹립하여 북한 정권을 만들고, 무기와 장비를 지원하고 군사고문을 보내 북한군을 훈련시켜서 625를 치른 소련, 그리고 그 국체를 이어받은 러시아와 감정이 완전히 남아 있지 않은 국민들이 얼마나 있을까? 물론 이론적으로는 한소수교를 맺은 1990년 9월 30일 이후로는 과거를 잊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것이 쉽지 않다. 편향은 반드시 어떤 관계가 있어야만 생기는 것은 아니가. 바라보는 사람 속에 형성된 인식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그 인식이 반드시 스스로의 경험이거나 논리적인 추론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닌, 남들의 의견에 휩쓸려 생길 수도 있다.
러우전쟁이 발발한 2022년 2월 24일 이후 언론은 일제히 러시아를 비난했다. 민주주의 국가인 우크라이나를 독재자인 푸틴이 자신의 집권을 영구히 하기 위해서 구소련의 영광을 되찾으려고 침략야욕을 부린다는 인식이 한 바탕 덥쳤다.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러시아를 규탄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했으며,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동참했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초청도 받았고, 한동훈 당시 법무장관은 국제회의에 참석해서 유창한 영어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연설을 했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우크라이나를 방문했고, 전후복구에 꽂힌 듯했다. 젤렌스키는 국회에 화상연설을 하였고, 그 부인이 방한하였다. 언론에서는 국회의원들의 경청태도를 꾸짖었다. 전쟁중인 대통령보다 더 바쁜 의원님들이라면서 다른 나라와 우리의 의원들의 태도도 비교하였다. 언론이 그와 같이 난리를 칠 때, 우리 중 얼마나 과연 그의 정체에 대해서 정말 잘 알고 있었을까? 나중에 그가 전범재판에 끌려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수도 있다는 것을 짐작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형성된 그 편향의 영향권에 아직도 놓여 있을 수 있다. 3대 세습을 하는 북한의 주민들은 아직도 북한의 선전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아닌가?
우리는 세뇌의 시대에 살고 있다. 광고, 홍보, 뉴스, 스팸,...피싱, 사기 등은 세뇌의 광범위한 스팩트럼의 어느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과 의식의 구분이 힘듬은 2500년전 장자가 호접지몽에서 웅변하고 있다. 우리 중 누가, 매일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현실로 걸어들어갈 때 내가 현실로 들어가는 지, 꿈속으로 들어가는 지 자신있게 구분할 수 있을까?
바라는 것과 예측하는 것을 분리하는 것은 더 어렵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기기를 바라는 것과 그 팀이 실제로 이길 확률은 전혀 별개의 문제여야 한다. 그런데 스포츠도박을 하는 라스베가스에는 LA팀에 과도한 승률로 베팅한다. LA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베팅하러 가서 자기가 좋아하는 팀이 이기는데 베팅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라스베가스의 스포츠 도박회사들은 이같은 대중의 의식의 비합리성으로 인해 항상 돈을 많이 번다. 우리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좋아한다고 해서,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전재산을 월드컵우승 확률 99%에 베팅하여 우리나라가 하루아침에 망하게 되는 극단적인 경우는 발생하지 않겠지만, 현실에서는 과도한 승률에 베팅하는 현상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전에 대해서 분석하여 전쟁의 방향을 전망하는 것은 나의 양국에 대한 친소관계나 호오관계와 무관하게 객관적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양국의 도덕적인 판단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도덕적인 측면에서 의로운 쪽과 나쁜 쪽을 판단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다. 그리고 상당한 콘센서스를 형성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지원도 하고, 응원도 하고, 시위도 하고 등등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객관적인 것을 전망하는 것과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규범적 분석Normative Analysis과 객관적 분석 Positive Analysis 은 별개로 존재한다. 경제학은 몰라도 전쟁에 대해서 이를 엄밀히 구분하는 것이 우리의 의식에서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객관적 분석만이 결과를 잘 예측할 수 있다.
사람은 어린 시절을 거쳐 인생을 마감할 때까지 의식의 분화가 일어난다. 젓먹이 때는 엄마가 아니면 가까운 아빠조차도 낮을 가릴 때가 있다. 그러다 점차 의식이 분화되어서 별개의 것을 구분해 내는 능력이 생긴다. 이솝우화나 탈무드의 많은 부분이 언듯 모순적인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상의 일들에는 여러가지의 측면이 있어서 쉽게 판단하기 어려우니 잘 생각해보라고 하면서 소년들을 어른들로 키우는 교재이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의 교조적으로 마비시켜버리면 나중에 자라나서 짐승의 수준을 넘을 수 없다. 선동가들은 그래서 중고등학생을 이용한다. 문화혁명과 킬링필드에 동원되었던 학생들이 14-18살 중고등학생들이다. 7-80년대 운동권도 모두가 대학교에 입학한다음에 대학공부를 해보면서 의식이 생겨 운동권이 된 것이 아니다. 상당 부분은 그들이 입학식도 하기전에 선배들을 동원해서 운동권 공부를 시켜, 운동권을 만들었다. 그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문화혁명에 동원되어 부모고 형제고 없이 교조적으로 날뛰었던 홍위병들은 지금 나이로는 70대이다. 킬링필드에 동원되었던 중학생들은 지금은 60대이다. 홍위병들이 지금도 과거의 그때를 그리워하며 백발운동을 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사람은 저렇게 살아서는 안된다. 비록 힘들지만, 인간의 굴레에서 마침내 탈출한 필립처럼, 끊임없이 증진하여 의식의 굴레에서 탈출해야 한다. 사물을 구분할 수 없으면 평생을 홍위병과 같이 살게되는 것이다.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3/03/04/C7QNQTHQL5FJTNWZUCCNMU2EAI/
‘백발’이 된 홍위병 세대 “노예들아, 일어나라!”... 50년 전 노래 부르며 시위
백발이 된 홍위병 세대 노예들아, 일어나라... 50년 전 노래 부르며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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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론의 내러티브Narrative가 초기부터 너무 한쪽으로 경도되어버려서, 지금까지 많은 국민들이 잘못된 인식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많은 오해를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가적인 오판에 원인을 제공했을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세월이 장구함으로 지금이라도 제대로 아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앞으로 블로그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이 진행되는대로 업데이트 하는 글과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을 하나씩 짚어가는 일을 동시에 글을 올릴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앞으로 얼마든지 3차 대전이나 핵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소지가 있고, 비록 8000km떨어진 곳에 있지만 우리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잘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