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공격을 앞둔 언론 플레이
이란이 10월 1일 행한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하여 이스라엘은 보복 의사를 표명하였으나 현재까지 실행된 바는 없다. 단지 공격 사후부터 지금까지 몇 차례의 언론 플레이가 있었을 뿐이다. 이란은 현재 카타르를 통해 미국과 간접 대화를 취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간접 대화의 과정 중에서 ‘이스라엘의 보복의 강도가 심각하지 않은 경우 이란은 보복을 취하지 않을 의사가 있다’는 정보가 보도된 것이다.
해당 보도가 실제 이란의 의사와 일치하는지 그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단 진위여부가 어떻든, 결과적으로 보도는 이란이 움직일 수 있는 다음 수를 효과적으로 제한하였다.
한편,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 및 석유 시설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보도 또한 전파되고 있다.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을 한정한다는 언론 플레이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무력 사용에 있어 외교적, 정치적인 부담을 가중시키기 위한 행위일 수 있으므로, 연막작전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정보이다. 때문에 향후를 예측하기 위해 언론을 보는 행위는 무의미에 가깝다.
THAAD 배치 발표
일련의 언론보도가 계속되는 와중 미 국방부는 공식적으로 THAAD의 이스라엘 배치를 발표하였다. 공식적인 배치 목적은 이스라엘의 방공 지원이다.
이 발표로 인하여, 이스라엘의 상황은 더욱이 복잡해졌다. 때문에, 위 발표를 토대로 자연스럽게 발생한 이하 질문 세 가지를 정리하는 것에 우선하려고 한다.
1.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체계가 어떤 구성이길래 THAAD의 배치가 필요한가?
2. THAAD는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
3. THAAD의 운용을 위한 미군 100명의 파견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하나씩 알아보기로 하자.
1.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체계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체계는 동일 단위 면적에서 전개할 수 있는 가장 조밀하고 발달된 형태를 갖고 있다. Military Balance 2024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Arrow2/3 포대 3개, Iron Dome 포대 10개, Patriot(PAC-2) 포대 4개, David's Sling 포대 2개를 배치하고 있다.
대략적인 범위는 다음 [그림1]과 같다. [이하 그림은 이스라엘 미사일 방어체계 관련 자료에서 추출한 성능 제원을 바탕으로 필자가 그린 추정도로, 실제 체계의 물리량과 완전히 일치하는 값은 아니며 개념 이해를 돕기 위해 첨부하였음을 밝힌다.]
미국의 CSIS에서는 세계 각국의 방공미사일을 포함한 미사일 전반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여 개재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영국의 BBC에서 이스라엘 미사일 방어체계와 THAAD에 대한 교전 범위(통상 ‘사거리’라고도 함)와 교전 고도를 도식화 하였으며, 위의 도식과 함께 참고하여 현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한 통찰이 가능하다.
위의 도식을 자세히 읽다 보면 자칫 오독 할 수 있다. THAAD의 교전고도(Missile altitude)는 높은데, 교전 거리(Missile distance range)는 길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교전범위 표기 시 발생하는 차이다. [그림2]에서 애로우 체계(Arrow system)가 2,400km로 표시된 것은 2,400km거리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탐지 후 요격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요격 발생이 2,400km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이에 비해 THAAD는 200km 범위 내 150km 고도 이내에서 실제 요격을 할 수 있다. 즉 상기 BBC의 인포그래픽은 방공 미사일의 범위와 요격 대상 미사일의 범위를 오독하여 애로우 체계를 THAAD에 비해 우수한 체계로 잘못 묘사한 것으로,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능력 이해에 있어 [그림1]을 사용하는 것이 더 정확하고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약간의 오류를 교정하고 두 그림을 종합하여 본다면, 결국 THAAD는 기존의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체계의 최외곽에 추가 배치된 체계라고 볼 수 있다.
2. THAAD의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에서의 역할
미사일방어체계의 구성은 크게 3개 요소로 구분할 수 있다. 1) 탐지 및 추적 레이더, 2) 교전통제소, 3) 요격용 미사일이다. 레이더 가동을 위한 발전기 등의 세부 요소들은 3요소의 하부체계로 포함되므로 지금은 기술하지 않겠다. 3개 요소 전부가 필요 불가결하나, 방공에서 최우선이라 할 수 있는 것은 1) 탐지 및 추적 레이더이다. 보다 먼 범위를 선제적으로 관측, 보다 많은 표적을 추적 및 파괴하는 일련의 과정은 레이더의 성능에 기반한다.
THAAD에 채용된 레이더는 AN/TPY-2 레이더이다. 이는 X-Band레이더로, L-Band레이더 대비 파장이 짧음에도 탐지 거리가 긴 것이 큰 장점이다. AN/TPY-2 레이더는 TBM과 FBM 2가지 모드로 운용되며, 이중FBM모드(THAAD 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마찰의 요인이기도 함)는 1,800~2,000km 밖의 적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다. 해당 모드는 조기경보용으로, 요격 가능 범위는 아니다.
TBM 은 실제 미사일 요격 때 사용하는 모드로, 600km 밖의 미사일을 탐지/추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200km 범위 150km 고도에서 실제 요격이 일어난다. 탐지 시점부터 요격 순간까지, 적의 미사일과 방공 요격미사일의 비행 시간을 고려하면 몇 분에 불과한 짧은 시간 내에 순간적인 요격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THAAD와는 다르게, 현 이스라엘의 Arrow2 체계는 L-Band 슈퍼 그린 파인(super green pine) 레이더를 사용한다. 우리나라도 이를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슈퍼 그린 파인 레이더는 800~900km 범위를 탐지할 수 있으며 3000m/s 속도의 물체도 30개까지 추적할 수 있다.
Arrow2 시스템이 X-Band를 채용하지 않는다 해서 이스라엘에 X-Band 레이더가 없는 것은 아니다. Arrow3은 미국의 AN/TPY-2 레이더를 채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THAAD 미사일의 AN/TPY-2 레이더는 THAAD 도입으로 인해 이스라엘에 새롭게 추가된 능력이 아니다. 단지 중복능력을 추가적으로 보유하게 됐을 뿐이다. 해당 중복능력을 조기경보에 활용하는 등 새로운 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이 도입으로 인해 레이더 측면의 미사일 방어 체계 강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
결국 이스라엘 입장에서 THAAD 배치의 가장 큰 이점은 장거리 고고도 교전능력의 획득이다. 이란이 지난 4월에는 약 170대의 무인기, 30발 이상의 순항 미사일, 120발 이상의 탄도 미사일로 이스라엘과 그 점령지인 골란고원을 공격하였을 때, 이스라엘은 99%를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그와 반대로 10월 1일경 발사된 180발의 이란 탄도미사일의 상당수는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망을 뚫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노출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참고]
위의 경고성 공격에서 이란은 신중했다. 알려진 자신의 능력을 전부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군사력을 과시했다. 향후 이란이 이스라엘에 실제 타격 목적으로 탄도탄 공격을 한다면 이는 위의 2차례 공격과는 달리 최신형 미사일 능력(극초음속 미사일이 포함된)을 활용하여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양상을 고려하였을 때, THAAD의 역할은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THAAD는 본래 중거리와 준 중거리 미사일의 요격을 위해 개발한 체계이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는 대공미사일인 패트리어트에서 시작하여, 대탄도탄 미사일의 시작을 알린 PAC-2 이후 THAAD, SM-3 등 GMDS 등으로 발전해왔다.
국지 방어용인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모두 1단의 직격 방식이었고, PAC-2은 대공 미사일과 같은 근접신관을 사용하여 폭발하는 방식이었다. PAC-3는 직격 방식(소량의 폭약 포함)으로, 자체의 폭발력보다는 탄두의 운동에너지를 활용, 적의 공격 미사일의 탄두와 충돌하여 폭파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THAAD 또한 기본적으로 PAC-3와 유사한 방식이나, 보다 먼 거리, 높은 고도에서 요격하는 체계다.
‘THAAD를 이스라엘에 보내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방어하기 위해서'라고 간단히 대답하였다(1분 24초 참고). 이를 통해 추후 이란의 공격 시 10월 1일 공격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이지스 체계가 가동되리라 예상할 수 있다. 이지스함에는 SM-3 미사일을 최대 96발 (평균 48발)까지 탑재할 수 있으므로, 실제 이란의 공격이 임박할 때 이지스함 3척 정도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THAAD가 활용되어도 미국 입장에서 노력 대비 군사적 기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재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체계가 고갈 상태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으나, 공개된 19개의 포대 당 6문의 발사대만 있더라도 약 600~900발의 미사일 기본 휴대량(Basic Load)을 기대할 수 있다(현재 포대 수 외로 공개된 것은 없으므로 상세 내용은 방어 체계의 종류별 구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아이언돔을 제외할 시 휴대량의 수량이 크게 감소하는 등 변동폭이 커 정확한 계산은 불가하다).
3. THAAD 운용병력 파견의 의미
THAAD의 운용을 위해서 미군 100명을 파견한다고 한다. THAAD와 같은 첨단 장비는 운용병력의 훈련수준에 따라 그 운용결과에 큰 차이가 있다. 불과 몇 초 차이로 방어의 성패가 갈리는 상황에서 고도로 훈련되고 절차를 숙지한 병력의 중요성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고로 THAAD의 배치를 위해 운용병력이 같이 파견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이란의 상호 보복 시나리오가 작동된다면 어떨까? THAAD가 이란의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이란의 공격이 과시 목적이 아니라면 THAAD는 이란의 목적 달성을 방해하는 요소로, 군사적 측면에서 파괴가 합당한 표적이다. 이 표적 설정의 결과로 이란의 탄도 미사일이 미국의 THAAD 공격에 성공한다면 파견 미군의 희생이 동반될 것이다. 결국 이러한 공격에 의해 미국은 보복을 할 것이고 이란과 미국 사이의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 때문에 이란은 공격 이전에 이를 심사숙고할 것이다. 이것이 이란의 공격을 억지한다면 나름대로 초기 목적을 달성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THAAD 포대가 인계철선(Tripwire)의 역할을 했기에 막은 상황일 뿐이다.
이스라엘이 이란에게 보복을 하기 이전이라면 이런 결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인계철선을 믿고 이스라엘이 이란의 보복을 유도하는 상황을 형성한다면 이란의 공격으로 인해 미군의 THAAD는 억지력을 상실, 상황은 escalate 된다.
이란-미국 간의 전쟁이 발발한다면 이는 세계대전으로 어렵지 않게 확대될 것이다. 이란과 러시아는 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차주 카잔에서 예정된 BRICS 정상회담이나 그 직후 러시아와 이란 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서명이 예상된다. 서방은 이를 평가절하하려 한다. 이란과 러시아가 관계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듯하다.
더 심각한 상황 발생의 위험
미국의 전쟁 참여를 결정하는 것은 미 의회이지만, 행정부 또한 전쟁에 엮이는 것은 할 수 있다. 현시점까지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평가하면, 미국이 지금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도박이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굳이 다른 방법 대신 THAAD 배치를 택한 것은 비합리적이나, 미 의회 등은 이에 대해 별 반응이 없다.
미국은의 이런 일련의 정책 등의 기저에는 이란의 군사적 능력에 대한 평가절하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의 공격의 수위가 매우 높을 수 있다는 위험의 예측이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의 4월, 10월 공격에 대해 저평가했다면 그것이 각국 정보기관의 오판일 수 있다.
손자는 전쟁을 벌모(伐謀), 벌교(伐交), 벌병(伐兵), 공성(攻城)으로 구분, 이 중 벌모가 최상책, 벌교가 상책, 벌병이 하책, 공성은 최하책으로 보았다. 또한 신전(愼戰), 비전(非戰), 부전(不戰), 지전(止戰), 선승(先勝)의 순으로 평가하며,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중요시했다. 또한 서양의 전략가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또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으로 정의했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결국 진짜 목적은 정치이다. 전쟁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전쟁을 목적으로 하는 현 이스라엘은 승리할 수 없다. 그들이 전투에서 승리한다 해도 전쟁에서, 정치에서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는 이란과의 전쟁을 원하고, 미국을 엮기 위해 공을 들여왔는데, 미국이 결국 말려든 것으로 보인다. 전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적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만약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전략서를 모두 다시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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