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칼을 도로 칼집에 꽂라. 칼을 가지는 자는 칼로 망하느니라.
이스라엘은 남쪽의 가자지구와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와의 전선에 이어, 이란과의 전선을 새롭게 열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3개의 전선에서 싸우는 셈이다. 1년 동안의 가자지구 작전을 통해 이스라엘은 하마스 대대의 대부분을 파괴했다고 평가하고 있으나, 이스라엘군은 엄청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작전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이 상태에서 헤즈볼라에 폭격을 하다가 이제는 직접 군이 국경을 넘어 진출한 상태에서 매복 등으로 이스라엘 군은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약속한 보복을 시행하기 위해 이란을 공격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쟁이 얼마나 길어질 지 알 수 없다.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할 것인가 아니면 하르크섬(Kharg island )유전시설을 공격할 것인가에 따라 전쟁의 양상은 분명히 달라지겠지만, 이 또한 조기에 종결되기 힘든 분쟁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수행하는 전쟁의 손익계산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일까? 일단 비교적 간단한 계산이라도 수행해보자.
먼저 전쟁을 통해서 달성하려고 하는 목표는 처음에는 '가자지구와 유다와 사마리아 지역의 하마스의 제거' (de-Hamasification of Gaza, and later of Judea and Samaria.) 였다. 독일이 나치를 제거하는데 수년이 걸렸듯이, 수년이 걸리더라도 정치세력으로서, 군사력으로서의 하마스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그 다음에 추가된 목표는 '북부 이스라엘의 흩어진 주민들의 복귀.' (return of residents of northern Israel)이다. 작년 10월 8일 하루전 하마스의 공격에 이어 시작된 헤즈볼라의 군사적 공격으로 이 지역을 떠난 6만2천명으로 추산되는 주민들이 복귀하도록한다는 것이다.(레바논 지역에는 9만 4천명이 흩어진 것으로 추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상을 해왔으나, 헤즈볼라 조직원 삐삐 공격과 연이은 레바논 폭격으로 사실상 헤즈볼라 제거(de-Hezbollah)가 목표인 것을 천명한 것이다. 이란에 대해서는 일단 '엄청난 보복을 경고'하고 있다. 이제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하면, 이란의 파괴에 대한 목표를 설정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작전은 거의 완료한 것으로 평가하고, 헤즈볼라와의 전쟁을 개시한 듯하다. 따라서 헤즈볼라와의 작전도 하마스와 같은 정도로 평가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란과의 작전에도 별로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전선을 여는 것일 지도 모른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실제 전쟁수행능력에 대해서는 다른 글을 작성하겠다.]
전쟁을 통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레바논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스라엘 스스로에도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 1년이 넘은 가자지구 작전으로 이스라엘은 경제가 급격히 붕괴되었다. 밥알만데브 해협을 지나는 이스라엘관련 선박에 대한 후티반군의 공격으로 인해 해상물류는 급감했다. 이로 인해 금년 7월 이스라엘의 엘리엇항은 파산으로 패쇄했다. 투자는 급감하고, 중요산업 중 하나인 관광도 끊어지고 있어, 군수산업을 제외한 대부분 분야의 이스라엘 경제는 붕괴되고 국가 부채는 급증하고 신용등급은 하락하고 있다. 기업들은 도산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에서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숫자를 발표하지 않고 있는데, 일부의 추산으로는 100만 명에 도달한다고도 한다. 단기적인 피해보다 장기적인 붕괴가 더 클 것이다. 이스라엘에서 벌어진 지난 여러차례의 중동전쟁들보다 훨씬 긴 전쟁을 하고 있을뿐아니라, 지금은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전쟁이 가져다 주는 댓가는 눈에 보이는 것말고도 있다. 전쟁은 무기로 수행하는 것이지만, 결국에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전쟁이 참혹한 현실을 바로 목격하는 것의 댓가는 더 참혹하다. 전쟁은 승리라면 끝이 아니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다해도 평생을 전쟁의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다. 우리도 베트남전에 참전한 군인들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PTSD)에 시달리는 것이 조사된바 있다. (강성록 외, 베트남전 참전 제대군인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에 대한 예측 변인) 지난 30여년간 끊임없이 전쟁을 수행했던 미국은 참전군인들의 치료비로 쓰는 돈만 $1300억불(174조원)에 달한다.
현대전으로 갈수록 더 외상후증후군은 늘어갈 공산이 크다. ISR의 발달로 정밀한 살상이 가능하여, 자신이 살상한 장면을 볼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상공에서 폭탄을 투하하고 비행기가 지나가면, 그 피해장면을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지금은 가까이서 드론으로 공격하게 되므로, 피해장면을 직접 목격하게 되니, 더 현실감이 느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든, 레바논에서든 무차별 공격을 해왔다. 민간인의 피해에 대한 자신들의 주장이 어떻든지, 그 작전을 직접 실행한 병사들이 있다. 20대의 젊은 병사들이 명령대로 작전을 시행하지만, 막상 작전에 성공해도 자신들이 온전한 것이 아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래의 자신들에게로 돌아온다. 저 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전쟁을 통해서 이스라엘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가자지구를 부스러기로 만들었지만, 하마스는 아직 건재하다. 여러 아랍지도자들을 암살했지만, 그들의 지도력은 건재하다. 남부 레바논을 맹폭했고 헤즈볼라는 지도부와 요원들이 상당히 살해되었지만, 헤즈볼라는 하나의 정신이 되었으므로 물리적으로 멸망시킬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오히려 지난 1년간 가자지구에서 비롯된 사태로 인해서, 세계는 2006년 레바논 전쟁 이후 잊고 있었던 이스라엘의 실체를 알게되었다. 이스라엘의 인종분리주의적, 인종말살적 정책의 실체를 알게되어, 이스라엘은 갈수록 더 고립되어가고 있다. 오히려 사우디, 이란 등이, 그리고 전 세계가 애써 외면했던 팔레스타인, 레바논, 이란과 같은 나라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이스라엘의 영속적인 전쟁은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울뿐더러, 많은 피해를 수반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치러야할 대가가 엄청나게 된다. 출구가 없는 끝없는 전쟁을 보니 흡사, 멸망전의 나치정권이나, 패망 전의 일본 육군참모본부를 보는 것 같다. 이 모든 것이 끝나면 중동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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