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력 비교

군사비라는 착시현상

진재일 2025. 4. 13. 23:38

국가의 군사력을 평가하는 척도로서 가장 먼저 그리고 자주 군사비 지출을 사용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국방예산을 의회에서 승인하기 때문에 공표가 되어서 자료의 가용성이 높다. 또한 매우 직관적인 척도이며 활용성이 높다. 그런데,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다른 모든 것이 동일하다면, 군사비 지출이 클수록 군사력이 강할 것이라는 가정을 한다는 것이다. 이 가정이 맞을 때도 있지만, 틀릴 때도 많다.

명목 국방비의 맹점

첫째, 국가간 비교를 위해서 환율을 사용하는 점이다. 대부분의 경우 미국 달러를 기준으로 환산한다. 그런데 국방비의 대부분은 실제로는 각국의 화폐로 지불한다. 물론 해외에서 도입하는 장비나 물자의 경우, 달러로 표시하는 것이 적절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처럼 해외와의 교역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가 매우 많다는 점에서 이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떤 국가의 통화가 강세인 경우, 그나라의 국방비도 평가절상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미국달러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축통화로서 그 수요가 매우 높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가는 미국 달러에 비해 평가절하되고 있다. 국가간에도 마찬가지 이다. 무역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나라의 경우, 화폐가 평가절하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달러로 표시된 군사비의 지출은 실제적인 군사력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 그래서 구매력 기준으로 환산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과 러시아의 군사비를 비교하면, 2024년 기준으로 명목상으로는 6.6:1이다. 과거에는 10:1 이상으로 미국이 압도적인 지출을 하였으나, 3년 여간의 러우전쟁으로 러시아가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여, 지금은 명목상으로도 이 비율이 많이 축소되었다. 그런데 이를 구매력(PPP) 기준으로 보면, 2:1에 지나지 않는다. 명목군사비는 3.3배나 과장되어 표시된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수치도 완벽할 수는 없다.

 

세계 주요국가의 군사비지출, 출처: Military Balance 2025, IISS

 

군급여

두번째, 국방비의 상당부분이 인건비라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 실제로 이 부분은 매우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병력 수는 미국이 현역병 131만명, 예비역병 79.7만명으로,  러시아는 현역병 113만명, 예비역병 150만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에 다시 늘어나서 150만(현)/200만(예)로 파악하고 있지만, 여기에서는 Military Balance 2025에서 발표한 자료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하자. 결국 미국과 러시아는 대략 비슷한 병력이라고 볼 수 있다. 요점을 설명하기 위해서 그냥 두 나라가 같은 병력이라고 하자. 그러면, 군인들 급여에 소요되는 예산은 1인당 평균급여의 비율만큼 차이가 나게 된다. 이것도 쉽게 계산하기 위해서 1인당 국민소득으로 환산해보자.

 

미국의 군인급여지출 총액 130만명*89,000불=1,157억불

러시아의 군인급여지출 총액 130만명*15,000불=195억불

 

미국:러시아=5.93:1

 

즉 미국이 러시아의 6배를 더 지급한다. 그러면 미군의 개별능력이 러시아군의 개별능력에 비해 6배나 된다고 봐야하는가? 좀 차이가 날 수는 있겠지만, 6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러시아군의 능력이 더 뛰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 비교를 중국이나 북한으로 확장하면, 더 큰 괴리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실제로 군인들에게는 급여 이외에도 많은 지출을 한다. 위의 계산은 요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극히 단순화한 하나의 모형일 뿐이다.)

 

결론

즉, 군사비지출은 그다지 정확한 척도가 될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버릴 필요는 없는 척도이다. 군사비가 1차적으로 매우 유용한 척도인 것은 사실이다. 공개된 수치이며, 약간의 주의를 기울이면 충분히 잘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군사비지출을 군사력에 대한 강력한 척도로 맹신하면 큰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적당한 수준에서 참고하는 것이 좋다. 특히 경제구조가 다른 나라간의 군사력을 비교할 때, 군사비는 거의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활용을 해야하는 경우에는 구매력(PPP)기준을 활용할 것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