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우크라이나 전쟁 바로 알기

러시아가 우크라를 완전 붕괴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진재일 2025. 5. 25. 00:37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시도되었던 협상에서 미국은 손을 놓고, 유럽이 추진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미 독일은 유럽을 부추겨서 군비를 강화하고 있다. 이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는 아직 많은 미지수가 남아있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붕괴시킬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엊그제 푸틴이 우크라이나 내에 완충지대를 구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는 의사결정의 신호탄으로 보인다. 군사적인 분석은 이때까지의 분석으로도 상당 부분 전망이 가능하므로, 전황을 업데이트 하면서 다루기로 하고, 이 포스트에서는 러시아의 전략적 관점에서 현재까지와 앞으로의 지정학적인 상황인식과 전쟁 목표을 설명하려고 한다. 

서방의 개입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 인식과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의 구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단순한 침략이 아닌, 자국 안보와 체제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대응 조치로 간주하고 있다. 이러한 판단은 여러 전략적, 역사적, 군사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우선, 나토의 지속적인 동진은 러시아에게 중대한 안보 위협으로 인식되었다. 1999년 이후 나토는 동유럽과 발트 3국, 흑해 연안국가 등 구소련권 14개국을 흡수하며 러시아 국경선까지 세력권을 확장해 왔다. 이러한 확장은 군사적 의미뿐 아니라, 러시아의 전통적 영향권을 와해시키는 지정학적 압박으로 받아들여졌다.

 

2008년, 나토는 부쿠레슈티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미래 가입 가능성을 공식화하며, 러시아가 설정한 전략적 '레드라인'을 넘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중립적 완충국으로 간주해왔던 기존의 안보 체계가 붕괴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러시아는 이러한 서방의 움직임에 군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2008년 조지아 전쟁을 통해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의 실질적 분리 독립을 유도했고, 2014년에는 유로마이단 이후 서방 지향적 정권이 들어선 우크라이나에 대응하여 크림반도를 병합했다. 이는 흑해에서의 전략적 주도권 확보와 동시에, 우크라이나가 완전히 서방에 통합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였다.

 

그러나 이 모든 조치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서방의 확장 전략이 지속되고 있으며, 제한적 대응만으로는 근본적인 지정학적 위협을 해소할 수 없다는 판단에 도달했다. 푸틴 정권은 부분적 군사 작전은 오히려 전략적 패배로 귀결될 수 있으며, 따라서 전면적인 군사적 승리를 통해서만 러시아의 안보 공간과 체제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바로 이러한 판단의 결과로 이뤄진 것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이 침공이 단지 영토 확장을 위한 침략이 아니라, 나토 포위망의 완성이라는 역사적 위협에 대응한 전략적 방어이며, 총체적 승리만이 국가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최후의 선택으로 간주된 것이다.

 

2. 부분 승리는 무의미 완전한 승리가 필요한 이유

러시아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 중 “절반의 승리”는 실제로 전략적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은, 단지 군사적 결과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역사적 교훈, 심리적 반동, 내부 안정성까지 모두 포괄한 총체적 사고에 기초한다.

푸틴 정권은 우크라이나를 통해 서방과의 지정학적 충돌에서 단 한 번의 전략적 물러섬도 허용되지 않는 전선에 서 있다고 본다. 따라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확보하거나 크림반도를 유지하는 수준의 제한적 성과로는 서방의 압박 구조를 해체할 수 없다. 오히려 전쟁의 정당성과 논리만 약화되고, ‘희생은 있었지만 명확한 승리는 없다’는 인식이 국내 정치를 흔들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이는 반복된 교훈이다. 체첸 전쟁에서 러시아는 1차전에서 부분 승리에 만족하며 물러났다가, 2차전에서 훨씬 더 큰 비용을 치렀다. 미국 역시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 간의 제한적 개입탈레반과의 불완전한 협상 끝에, 결국 전략적으로 완패했다.

러시아는 이와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전쟁을 절반의 성공이 아닌 '전면적 구조 전환'을 위한 전쟁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푸틴 정권은 심리전, 정치전, 군사작전이 모두 결합된 형태의 Total Crush — 즉 우크라이나의 군사력, 정부, 나토 진입 가능성을 모두 무력화시키는 절대적 결과 없이는 이 전쟁을 ‘끝낼 수 없다’고 판단한다.

 

3. 전쟁의 목표는 군사 승리가 아닌 체제 전복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궁극적 목적은 단지 군사적 승리나 영토 점령이 아니라, 정치적 전복과 체제 해체라는 전략적 목표에 있다. 이는 단순히 전장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전후 질서의 재편과 지정학적 안보 공간의 재확보를 의미한다.

우크라이나에 친서방 정권이 존재하는 한, 미국과 나토의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키예프를 통해 러시아 국경에 압력을 가할 것이며, 이는 러시아가 받아들일 수 없는 실존적 위협이다. 나토의 확장이 군사적 포위라면, 우크라이나 정부의 친서방 성향은 정치적 포위를 상징한다.

 

러시아는 ‘색깔 혁명’의 반복, 즉 자유주의 정권의 성공이 러시아 내부의 정치 불안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전략적 공포로 간주한다. 이런 배경에서 푸틴 정권은 단기적인 군사 성과보다, 장기적인 체제 보존과 권력 연속성을 위한 정치적 대전환을 필요로 한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러시아에게 있어 진정한 승리는 다음 세 가지가 동시에 달성될 때만 가능하다:

  1. 우크라이나군의 해체
  2. 키예프 정권의 붕괴
  3. 친러적 또는 중립적 정부의 설치

이 전략은 단순히 군사 작전이 아닌, 국가 구조 전체를 새로 짜는 재편성의 논리에 해당한다. 그리고 협상이 아닌 사실상의 정권 붕괴와 체제 교체만이 러시아의 안보를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 푸틴 정권의 확고한 인식이다.

 

4. 핵무기와 심리전 서방의 허세, 러시아의 결단

러시아는 서방과의 지정학적 대결에서 ‘최악의 시나리오’, 즉 핵전면전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략적 계산을 하고 있다. 이 판단은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핵 억지 이론(MAD)에 근거한 냉정한 전략적 사고에 기초한다.

MAD는 미국과 러시아 모두가 전면 핵충돌 시 상호 파괴를 피할 수 없다는 전제에 기반해 전쟁 억지력을 구성한다. 그러나 이 이론은 전면적 핵전쟁만을 억제할 뿐, 전술핵 사용, 전략적 위협, 국지적 사용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한다.

이러한 틈새에서 러시아는 전술핵의 ‘사용 가능성’을 정치·심리전의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2022~2023년 전후로 푸틴과 라브로프는 전술핵 언급을 반복하며, 서방의 심리적 경계선을 시험했다. 이 전략은 단순한 허세가 아니라, 서방이 실제로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략적 확신을 배경으로 한다.

 

서방, 특히 미국과 NATO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긴 전쟁과 정치적 피로를 겪은 이후, 다시 대규모 군사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다. 특히 러시아라는 핵보유국과의 직접 충돌은 정치적으로도 국민 여론 차원에서도 감당 불가능한 리스크다. 따라서 NATO는 제재, 무기 공급, 정보 지원 등의 간접 수단만으로 개입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서방의 개입이 상징적이며 제한적이라는 점을 간파하고, 이를 틈타 전장 내에서 고위험 작전, 전술핵 위협, 장기 압박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푸틴 정권은 전면 핵전쟁이라는 최후의 문턱은 넘지 않되, 그 전 단계까지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는 위협의 신뢰성(credibility of threat) 을 심리전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5. 전면적 진입과 점령 러시아의 전략적 계산

러시아는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을 제한된 군사 작전, 즉 특정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 등 4개 주)의 ‘해방’이라는 명분 하에 부분 작전 방식으로 진행해왔다. 그러나 푸틴 정권은 점점 더 제한적 개입만으로는 전략적 성과를 얻기 어렵다는 판단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입증하듯 러시아는 이미 2022년부터 예비군 동원령을 발표했고, 방위산업을 국유화하거나 직접 통제하면서 전시 경제 체제로의 점진적 전환을 시도해왔다. 이런 조치는 단기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장기전·총력전을 감당할 수 있는 국가 체계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러시아 역사에서도 반복된 바 있다. 대표적으로 2차 체첸 전쟁(1999–2009) 에서, 러시아는 초기에 고전하다가 결국 체첸 전역을 점령하고 장기 통치 체제로 전환함으로써 반군을 제거하고 체제 안정을 확보했다. 반면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제한적 개입에 머물렀고, 그 결과 전략적 실패와 정권 붕괴를 막지 못했다.

 

푸틴 정권은 이런 교훈을 바탕으로, 제한전의 실패를 인식하는 순간 대규모 전면전으로의 전략 전환을 결정할 수 있다. 이 경우는 단순히 노보러시아·크림처럼 부분 영토 병합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역의 군사적 점령과 국가 재구성을 목표로 하는 유럽식 ‘국가 침공 모델’로의 확장이 될 것이다.

 

당연히 이 경우 러시아군의 인명 손실과 자원 소모는 급증하겠지만, 푸틴 정권은 국가 생존이라는 담론을 통해 국내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총력전으로의 확장은 러시아 내부에서 지도자 이미지 강화, 민족적 단결 촉진이라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지로 간주된다.

 

6. 타협은 없다 전략적 목적 달성만이 유일한 출구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을 단순한 국경 충돌이 아니라, 국가 정체성, 체제 존속, 문명적 미래를 건 전면전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전쟁은 누가 더 많은 땅을 차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미래 권력질서를 설계하고 주도할 것인가에 관한 대결이다.

이러한 전쟁 인식은 푸틴 정권의 정치적 생존과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패배하지 않는 전쟁은 푸틴 체제의 내부 정치 정당성을 유지하는 핵심 수단이 되었고, 어느 정도의 고통과 희생이 따르더라도 패배는 곧 정권의 종말을 의미하기 때문에, 전쟁을 중단할 수 없다는 구조적 제약이 생긴다.

 

이러한 전쟁 관점은 역사적으로도 유사한 전례가 있다. 2차 세계대전의 독소전선은 그 대표적인 예로, 소련과 나치 독일은 모두 체제의 전면 승리 외에 어떤 타협도 허용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대테러전 역시 ‘알카에다’나 ‘IS’와 타협하지 않고, 그들의 절멸 또는 무력화를 목표로 전쟁을 지속해 왔다.

 

따라서 러시아는 이 전쟁에서 중도에 멈추는 것 자체가 패배로 간주될 수 있으며, 휴전, 협상, 중재 같은 해법은 모두 서방의 전략적 지연책으로 인식하고 있다. 푸틴 정권에게 있어 진정한 전쟁 종식은 우크라이나 국가의 구조 해체, 친서방 체제의 제거, 나토 확장의 역행, 그리고 러시아 주도의 새로운 권력 질서의 구축이라는 전략적 성과가 확보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결론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전략적 필연성의 산물로 정당화하며, 중간 지점은 존재하지 않고 오직 전면 승리만이 유일한 출구라는 극단적 현실주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푸틴 정권의 인식 틀에 기반한 사고를 반영하며, 서방의 도덕적 담론이나 국제법의 규범은 무의미하다.

이 글의 의도는 단지 러시아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지를 냉정하게 이해하자는 메시지이다. 러시아의 전략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서방의 대응책을 관찰하며, 이에 수반되는 우리의 바람직한 방향설정을 구상하는 데 필요한 사고의 실마리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