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우크라이나 전쟁 바로 알기

쿠르스크 작전 결과

진재일 2025. 4. 29. 13:11

러시아의 쿠르스크 작전 종결

현지시간 2025년 4월 26일 오후 1시경 러시아군 총사령관 게르시모프가 푸틴에게 보고함으로서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침공에 대한 국경 밖으로 격퇴하는 러시아군의 작전은 종결되었다. 군통수권자 푸틴의 쿠르크스 작전명령에 적시된 임무를 완수했기 때문에 명령을 하달받은 총사령관이 종결보고를 한 것이다. 즉, 종결은 작전임무목표의 달성을 기준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정착지인 고르날 마을을 마지막으로 해방시킴으로서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는 마을은 하나도 없게 되었다. 

따라서, 쿠르스크에 우크라이나군이 한 명도 없다는 뜻은 아니다. 아직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이 쿠르스크 정착지 일부에 숨어 있어서 추격하는 임무는 계속되고 있지만, 이들은 패잔병이나 도주병일 뿐, 우크라이나군의 체계적 작전을 수행하고 있지는 않고 통제를 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뜻이다. 큐르스크의 주민들은 이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로서, 작년 8월 6일 우크라이나의 침공으로 시작된, 쿠르스크 전투는 총 264일간 작전을 하였다.

러시아군의 노력의 집중

지난 2월 말에 웅달책방에 출연하여 3-4월 중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씀드렸지만, 4월이 가기 전에 종료했다는 것은 러시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5월 9일 전승절 행사를 앞두고 외부의 침략을 격퇴했다는 업적을 하나 남기기 위해, 좀 가속한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가스관을 통해 침투하여 배후에서 공격하는 등의 위험이 수반된 기습 작전 등이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전과 종합

쿠르스크 에 대한 러시아의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76,550 명 이상의 병력,  412 대의 탱크, 341 대의 보병 전투 차량, 314 대의 장갑차, 2,297 대의 장갑 전투 차량, 2,803 대의 자동차, 647 문의 포병포, HIMARS 15 대와 미국산 MLRS 7 대를 포함한 MLRS 발사기 64 , 대공 미사일 발사대 31 , 자체 추진 대공 시스템 1 , 수송 적재 차량 10 , EW 스테이션 134 , 방공 레이더 13 , 대소 레이더 22 , 엔지니어링 및 기타 재료 64 , 대항 장애물 차량 23 , UR-77 지뢰 제거 차량 1 ,  교량설치차량 5, 공병 정찰 차량 1, 장갑 복구 차량 16, 지휘소 차량 1대 등이다. 

 

전체 전선 대비 비교

이 수치들을 동기간 전체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입은 손실과 비교해보면 아래의 막대그래프로 표시할 수 있다. 전차/장갑차 = 전차 +IFV(브래들리 계통)+APC+AFV(스트라이커 등 8x8)을 모두 포함하였다. 전체 전선에 비해 매우 작은 지역인 쿠르스크에서 전체 인원손실의 15%나 발생하였다는 것도 놀랍지만, 전차 장갑차 등의 손실(전체 전선 대비 54%의 손실)은 훨씬 높았다. 포병은 비교적 적은 것으로 보이지만, 훨씬 위력적인 MRLS의 비율(전체 전선 대비 41%의 손실)이 높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록 손실 자료이지만, 우크라이나가 투입한 전력이 최정예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에 기갑, 기계화의 비중이 매우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비교적 평지에 노출되어 있어서 러시아군이 9월 부터 일단 포켓을 형성하고 난 뒤에는 우크라이나군의 돌파는 간헐적이며 부분적으로만 가능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범주별 전체 손실 중 쿠르스크에서의 손실의 비중. 츨처: 러시아 국방부

 

쿠르스크 작전의 무모함

필자는 처음부터 쿠르스크 침공 작전의 무모함을 강조한 바 있다. 군사적인 작전이 아니고 정치적인 작전인 것으로 보았다. 당시 필자는 잘루즈니가 이 작전에 반대하여 해임되고 좀 더 정치적인 시르스키가 사령관이 된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었다. 그 때부터 7개월이 훨씬 지나서 전투는 종결되었지만, 그때 보았던 것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결말이다. 우크라이나 군지도부의 식견이 책상에 앉아서 보는 범부인 필자보다 낮아서 그랬겠는가? 그들도 어쩔 수 없는 강력한 압박에 못이겨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쿠르스크 침공작전의 함의, 2024년 9월 11일 웅달책방 출연시 작성

 

쿠르스크 침공이 전체 전선에 미친 영향

가용한 자료만으로 전체 전선에 미친 영향을 분리해 내는 것은 어렵다. 아래 우크라이나군의 1일 인원손실 그래프에서 붉은 사각형 부분이 쿠르스크 작전기간 264일 동안에 해당한다. 우크라이나군의 손실은 쿠르스크 침공 이전 약 1개월 반 전부터 급증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었다. 2023년 여름공세에 실패한 이후 우크라이나군은 내부적으로 이미 급격히 붕괴하고 있는 중이었다. 

 

따라서 쿠르스크 침공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기는 힘들다. 그러나 박스내내 매우 높은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쿠르스크 작전기간 동안 1일 평균 인원손실은 1871명에 달한다. 그 직전 전기간 평균 755명이나, 그 직전 2024년 평균 1,299명을 한참 상회한다. 이를 보면, 이미 전세가 상당히 악화된 상황에서 무모한 작전을 수행하여 더 악화시킨 것을 부정하기도 어렵다. 앞에서 설명한 장비손실 등을 보면, 정예를 빼서 쿠르스크로 보낸 것은 분명하다. 다른 전선에서는 예비의 부족 등, 장비와 인원의 손실이 급증하였다. 

 

쿠르스크 침공 이전까지의 우크라이나 인원손실 누계는 678,118명이었다. 그런데 4월 26일 종결시점의 누계는 1,172,065명에 달한다. 8-9개월 사이에 493,947명이 증가(+73%)한 것이다.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책임소재

보통의 경우, 총사령관이나 쿠르스크 작전을 책임졌던 지휘관을 해임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 아무런 조치가 없다. 이는 이들도 책임이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작전에 대해서 치하하고, 종결하면서 또한 수미 지역에 완충지대를 만드는 작전을 수행하는 등, 전과확대를 이어나가고 있다. 작전을 지시한 사람은 우크라이나 내에는 없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필자는 MI6와 CIA를 지목한 바 있다. 이들이 쿠르스크 작전을 극찬했던 점을 생각하면, 너무도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교훈

필자는 러시아가 NATO가 기획한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침공을 우크라이나와 NATO장비를 파괴할 기회로 보고 즐겼다고 본다. 그래서 급격한 작전을 하지 않고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었다. 바흐무트에서도 그랬고, 여름공세에서도 그랬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에게 급격하게 작전을 요구하기 위해서 민간인 학살 등의 잔혹행위를 시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해본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냉철하게 대처했다. 

쿠르스크 작전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이 작전이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필자는 딱 한가지만 강조하고 싶다. 전투를 통해 내러티브가 형성되어야 하지만, 내러티브를 위해 전투를 하는 무모함은 전쟁을 망친다. 절대로 군사적으로 의미 없는 정치적인 작전을 수행해서는 안된다.

 

만약 우리의 적이 전시에 군사적으로 의미 없는 곳을 공격한다면, 방어에 최선을 다하기는 하되 사정에 따라서는 과감하게 희생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이용해야 한다. 격투시합에 비유를 들자면, 선수가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심판이나 코치 또는 관중을 공격하는 것과 유사하다. 신경쓰지 말고 상대방 선수만 공격하라는 것이다. 여론이나 정치에 밀려서 다른 일을 하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