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전쟁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면 일어날 일

진재일 2025. 5. 27. 11:58

필자의 블로그 "진재일의 군사력 이해하기"는 지정학에 대한 정보소비자분들에게 그 중요한 기초 중의 하나인 군사력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군사력의 분석에는 많은 자료가 필요하여,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포스트를 준비하다가 자료 수집이 필요하여 완성하지 못하고 있는 포스트들이 많이 있다. 현재 약 100개 정도가 있다. 이 중 일부는 너무 시간이 지나서 물건너간 것도 있기도 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시 주목을 받게 되면, 언젠가 살아나길 기대한다. 그 중 하나가 이란과의 전쟁에 대한 부분이다. 완성도가 낮아서 차일피일하고 있었는데,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의견조사를 포스팅하면서 생각이 나서 그냥 올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금 크게 변경하지 않고 포스팅을 공개로 전환한다. 내용이 좀 난삽해도 양해하기 바란다. 나중에 좀 더 완성된 부분을 다시 포스팅할 것을 다짐한다.

1. 미국의 이란 공격 시 예상 결과

네타냐후의 간절한 소망: 미국의 이란 공격

네타냐후는 미국이 이란을 공격해주기를 학수고대하며, 트럼프에게 조르고 있다. 미국의 모든 유대계 로비망을 동원해서 난리를 치고 있다. 마이크 월츠는 이란과 전쟁을 기획하다가 들켜서 해고되었다. 유대계 미망인이 트럼프에게 선거자금 1억불을 주고 산 자리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는데, 4달도 안되 쫒겨났다. 집요한 네타냐후의 공세에 트럼프가 밀려서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게 된다는 가정하에 어떤 일이 일어날 지를 생각해보자.

 

호르무즈 해협 차단의 파장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석유의 약 31%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된다. 이 해협은 매우 좁아서, 이란이 이를 차단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한 일이다. 예를 들어,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거나 대형 유조선을 침몰시키는 방식으로 항로를 막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전 세계 석유 시장의 약 30%가 즉시 유통에서 제외되며, 이는 유가 급등을 야기할 것이다. 미국 내 대다수 사람들은 다른 이슈보다는 휘발유 가격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대중의 반발은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며, 훨씬 더 광범위한 군사적 위험이 존재한다.

 



중동 내 미군 기지와 함대의 취약성
이란은 자국 영토 근처에 위치한 다수의 미군 기지와 해군 함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후티 반군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들은 미 해군이 후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예를 들어, 항공모함 해리 트루먼호는 후티의 위협 때문에 긴급 회피 기동을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F-18 전투기 하나를 잃었다. 또한 공중 정찰 및 정보 수집을 위한 미군의 MQ-9 리퍼 드론은 후티에게 21대나 격추되었다. 심지어, 미국의 최첨단 전투기인 F-35조차 이 공역에서 장시간 비행하기 어려웠다. 적어도 한 차례는 회피 기동을 해야 할 정도였다.

후티와 이란의 군사적 방어 능력 비교
후티 반군은 비교적 제한된 자원으로도 미국의 군사 작전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었고, 일정 부분에서는 사실상 승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이란이 이 후티 반군의 능력을 1,000배 또는 10,000배 확대된 존재라고 가정한다면, 미국이 이란과 전면전을 벌일 경우 훨씬 더 복잡하고 치명적인 결과가 따를 수 있다. , 홍해에서의 제한적 군사 작전조차 이 정도의 난관을 겪었다면, 이란과의 전쟁은 미국에게 매우 높은 비용과 손실을 수반할 것이다.



이란의 방어력과 이스라엘의 취약성
이란은 단순히 국토가 넓은 나라일 뿐 아니라, 고급 방공 시스템과 다양한 방어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은 상대적으로 좁은 영토와 소수의 항만 및 국제공항에 의존하고 있다. 이란이 전면전을 벌일 경우항공과 해상 운송망 포함한 이스라엘의 핵심 인프라를 단기간에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 만일 이란이 결심만 한다면 이스라엘의 주요 기반시설을 빠르게 무력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셈이다.

우크라이나와 이란의 비교: 전면전의 어려움
이란을 우크라이나와 비교하면, 심지어 인구 면에서도 더 많고 군사적으로도 더 잘 갖춰져 있다. 우크라이나는 2년 넘게 미사일 공격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란은 그보다도 더 단단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미국이 설령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아 전면전을 벌인다 하더라도, 이 전쟁은 몇 주 만에 끝날 성질의 것이 아니며, 오히려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의 단기전 선호와는 정면으로 충돌한다. 

 

지상군 투입 없이도 대규모 손실 가능성


지상군 투입은 사실상 미친 짓이므로 가능성이 없다. 설령 공습만 진행한다 해도 미국은 항공기와 해군 함정을 잃게 될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차단되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막대하고, 중동 전역의 미군 기지들도 공격 대상이 되며, 이에 따른 인명 피해도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 결과로 미국이 의도한 전쟁 목표는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이란 국민은 더욱 결속할 것이고, 내부 정권이 아니라 외부 공격국들을 명확한 적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미국 내 전쟁 주장의 존재와 자제의 역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전쟁을 해야 할 이유를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 왜냐하면, 실제로 미국 정부 내부에서도 그런 주장을 펼치는 비이성적인 사람들이 있다. 전쟁의 결과로 나라가 빚더미에 오르고 국제적인 비난을 받아도, 아무도 처벌 받지 않는다. 따라서 전쟁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정치인이 없다. 과거에도 전쟁 직전까지 갔던 적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결국 이성적인 판단이 승리하면서 실행되지 않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과거 미국이 이란보다 훨씬 더 우위에 있었던 시절에도 전쟁을 회피했다. 그런데 최근 수십 년 사이, 군사력과 경제력 등 모든 힘의 균형이 점점 이란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란의 발전된 방어 체계와 지정학적 후원
이란은 그간 꾸준히 방공 시스템을 강화하고 지하 시설들을 정비해왔다. 단순한 벙커 수준이 아니라 사실상 지하 도시에 가까운 구조를 갖추었으며, 실제로 이와 관련된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게다가 과거에는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태였지만, 지금은 러시아와 중국의 외교적·군사적 지지를 받고 있어, 미국이 이란을 일방적으로 상대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 그래서 과거에도 무리였던 일이 이제는 거의 광기에 가까운 시도로 간주될 만큼 위험하다.

 

 

2. 이란의 군사력에 대한 왜곡된 평가

이란이 약화되었다는 서방 언론의 내러티브
Time
지를 비롯한 일부 서구 매체들은 최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해 이란이 수년 만에 가장 약한 군사적 위치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이 구체적인 근거 없이 막연하게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는 이란의 러시아 및 중국과의 외교 관계는 강화되었고, 방공 시스템도 지속적으로 보강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이 감행한 공격조차 사실상 실패로 끝났으며, 이란은 여러 이스라엘 미사일을 요격했을 뿐 피해는 거의 없었다.

허위된 전쟁 선전: 이란 방공망 붕괴 주장
미국 내에서 이란 전쟁을 주장하는 인물들은, 지난 10월의 이스라엘 공격이 이란의 방공망을 말살(eviscerated)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공격의 구체적 효과나 성공 여부에 대한 영상자료나 증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당시 이스라엘도 구체적인 타격 성과를 밝히지 않았으며, 몇 달이 지나고 나서야 대규모 파괴가 있었다는 식의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정치적 목적에 기반한 전쟁 홍보로 해석된다.

 

후티 반군 사례와의 비교
후티 반군은, 이들이 훨씬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오랜 시간 동안 미군과 사우디의 공격을 막아냈다. 미국과 사우디가 2014년부터 공격을 이어왔지만 후티는 여전히 기능적인 방공 체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후티조차 미국의 전면 공격을 방어할 수 있었다면, 이란처럼 방어력이 뛰어난 국가의 방공망이 단 한 번의 제한적 공습으로 무력화되었다는 주장은 사실상 거짓말이다. 

이란 방공망 붕괴설은 전쟁 매파의 허구적 서사
이란의 방어력 약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전쟁 매파(war hawks)이다. 그들은 실제 전쟁의 결과나 비용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전쟁 개시 자체에만 집착하고 있다. 이 사람들은 전쟁이 손쉽게 승리할 수 있다는 환상을 퍼뜨리며 대중 여론을 조작하려 한다. 그러나 이란과의 전쟁은 현실적으로 미국에게 전략적, 군사적으로 불리하며, 국방부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는 매우 치욕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낮은 선택지이다.

National Interest 지의 기사 제목

 

3. 이스라엘의 공격 주도 시나리오

이스라엘이 먼저 시작한다면? 이라는 가상 시나리오
이스라엘이 먼저 이란을 공격했을 경우, 미국이 과연 그 전쟁에 동참할 것인지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이란은 이에 보복할 것이고, 그 대응은 아마도 매우 정교하고 계산된 방식일 것이다. 이때 미국이 과연 이스라엘을 따라 전쟁에 참여할지, 아니면 이 전쟁이 국익에 어긋난다는 판단하에 거절할지 모른다. 그러나 후자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그 이유는 후티전역과 같이 명확한 전쟁 실패 사례가 존재하고, 국민적 지지도 극히 낮기 때문이다. 폭스 뉴스가 아무리 여론을 조장해도 실제로는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전쟁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지지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은 멈춘다
가자지구에서의 군사 행동이나 이란에 대한 공격 같은 이스라엘의 행동은 미국의 묵인 또는 적극적 지지 덕분에 가능하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지지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며, 만약 미국이 지지를 철회한다면 전쟁은 멈출 수 있다. 미국이 결국 전쟁에 끌려들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시온주의 세력이 미국 정부를 쥐고 있으므로 그러한 판단은 항상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과거에도 이스라엘은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이려 했다
이스라엘은 과거에도 미국을 충돌로 끌어들이려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바이든 대통령조차도 시온주의에 깊이 물든 인물로 묘사되지만, 그의 행정부조차 이스라엘에 대해 실질적인 압박이나 휴전 요청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경우는 예측 불가능한 태도를 보였지만, 때때로는 전쟁을 피하려는 조짐도 보였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공로로 평가된다.

이란과 미국이 조율한 보복 공격: 전면전 회피의 사례
이스라엘이 이란을 자극한 사건 이후, 이란은 보복을 예고했지만 미국과 비공식적으로 그 범위를 협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양측 모두 전면전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Operation True Promise One이라는 보복 작전에서 이란은 느리고 구형의 드론을 다수 발사하여 미국과 이스라엘의 방공 시스템이 요격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는 마치 약속대련식의 보복이었으며, 실제 피해보다는 메시지 전달에 초점을 둔 것이었다.

 

전략적 타격과 조율된 공격: 상징적 대응
이란은 드론 공격 이후에 보다 정밀한 미사일을 투입했으며, 이스라엘 내 목표에 정확하게 명중시켰다. 그러나 민간인 피해는 없었고, 이는 전쟁 확전을 피하기 위한 미국과 이란 간의 무언의 합의의 결과로 보인다. 이 공격은 상징적인 타격이었으며, 양측 모두 확전을 원치 않음을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란의 역량 과시와 동시에 미국의 전면 개입을 방지하는 절묘한 균형 행위였다.

4. 전쟁을 부추기는 세력들

미 국방부 내부의 저항과 미친 매파들의 존재
미국 국방부 내부에 여전히 전쟁에 반대하는 실무 기반의 인식이 존재한다. 이들은 이란과의 전쟁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위험한지를 이해하고 있으며, 따라서 신중한 접근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동시에 트럼프 정부 시절 임명된 인물들 중 일부인 전쟁 매파들은 여전히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 월츠(Mike Waltz)는 최근 해임되었지만, 그 외의 인물들은 여전히 존재하며 이들이 다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이란 전쟁을 막아온 이성적인 판단과 위험한 돌발 변수
마이크 월츠 네타냐후와 공조하여 이란과의 협상 방해를 시도했다. 이로 인해 그는 유엔으로 좌천되었다. 이는 내부 반전 세력에 의한 견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란이 자제하고 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이스라엘이 도발 사건을 만들어내어 미국을 끌어들이려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위험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시도가 무산되었지만, 미래에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

 

이스라엘의 로비력과 전쟁 유도 버튼
이스라엘은 미국 내에서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버튼들을 갖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전쟁을 유도하기 위해 그 버튼들을 전부 누를 수 있고, 그럴 경우 미국 내에서 전쟁 북소리가 울릴 수 있다. 다만 필자는 여전히 이번엔 이스라엘이 실패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오히려 이스라엘에게는 커다란 치욕이 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여전히 불확실한, 무서운 가능성일 뿐이다.

5. 이스라엘의 설득력 상실

이스라엘 로비의 실체와 국제 인식의 전환
이스라엘이 미국의 언론, 의회, 대중 인식 등을 효과적으로 조작해왔으며, 로비 활동이 매우 정교하게 구축되어 있다. 그러나 이 통제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면서, 점점 더 많은 대중들이 의문을 갖게 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음모론을 넘어, 실제로 서방 사회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사람들은 이제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기 시작했고, 이스라엘이 지나치게 많은 지렛대를 가지고 있음을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태도 변화와 집단 학살용어 사용 확대
과거엔 이스라엘을 무조건 지지하던 서유럽 국가들도, 이제는 무역 관계를 재평가하고 있다. 스페인은 이스라엘과의 모든 무역을 중단한다고 선언했고, EU 전체도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다시 살펴보고 있다. 점점 더 많은 국가들과 정치인들이 이스라엘의 행동은 잘못되었다는 입장을 명시적으로 표명하고 있으며, 심지어 제노사이드(genocide, 집단 학살)’라는 단어도 공공연히 쓰이기 시작했다. 이는 정치인들에게도 우리가 이런 나라를 지지하면 정치적으로 위험하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셈이다.

 

서방 언론조차 외면하지 못하는 가자지구 현실
BBC
를 포함한 주요 서방 언론에서도 이제는 가자지구의 참혹한 상황을 보도하고 있다. 예컨대, 보도에 따르면 향후 48시간 내에 14,000명의 아기들이 사망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으며, 이스라엘이 트럭 출입을 허용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단 몇 대만 들어갔고 식량은 제대로 배급되지 않았다. 이러한 보도를 통해 이스라엘은 더 이상 국제사회의 호의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하며,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는 전쟁을 촉발하거나 국제적 동정을 얻는 것도 불가능하다.

유럽의 이스라엘 비판 증가와 미국과의 온도 차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적 비판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특히 유럽에서 그 흐름이 두드러진다. 미국에서는 여전히 강한 친이스라엘 정서가 존재하지만, 유럽은 전통적으로 더 유연했고, 최근엔 그 입장이 점차 바뀌고 있다. 다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예를 들어, EU는 이미 러시아에 대해 18차례 제재 패키지를 채택했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는 아직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대비된다.

 

6. 설득력 상실과 이스라엘의 태세 전환 시늉

무적 신화의 붕괴: 비판에 노출되기 시작한 이스라엘
가자 전쟁 초기, 이스라엘은 마치 국제사회로부터 어떠한 비판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무적 감각(invincibility)’을 갖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수십 년간 이스라엘은 국제 규범을 무시하고도 별다른 제재 없이 넘어갔지만, 이번에는 사태가 너무 심각해져 더 이상 그런 식으로 넘어가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는 이스라엘 스스로의 과도한 행위가 자초한 결과로 해석된다. 

제한적 인도주의 물자 허용의 이유: 이미지 관리
최근 가자지구로 매우 적은 수의 트럭이 들어가게 된 배경에는, 단순한 자비심이 아니라 국제 여론을 의식한 이미지 관리 목적이 있었다. 전에는 하루에 약 500대의 구호 트럭이 통과했지만, 지금은 고작 5대 정도, 즉 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이러한 상징적 조치를 취한 것은, 척 슈머, 톰 코튼 등 미국 내 친이스라엘 성향의 상원의원들조차도 아기들이 굶어 죽는 것은 이스라엘 이미지에 안 좋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네타냐후도 미 의회의 압박을 인지함
네타냐후는 직접적으로 미국 상원의원들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히며, 그것이 구호 트럭 진입 허용의 이유라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스처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국제사회의 눈을 잠시 가리는 술책에 불과하다. 이스라엘 극우 내각의 주요 인물인 스모트리치(Bezalel Smotrich)조차도 처음에는 강하게 반대하다가, “이렇게 하면 전쟁 범죄 혐의를 피할 수 있으니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정치적으로 계산된 눈속임임을 자인한 셈이다.

7. 이스라엘의 불변 목표

궁극적 목표는 가자지구의 전멸
스모트리치는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이것은 우리를 전쟁 범죄자로 몰지 못하게 하기 위한 조치이며, 우리는 결국 가자를 완전히 파괴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전멸(annihilate)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지금의 구호물자 허용은 단지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본심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느끼는 외부 압력이 단순한 상징적 제스처로 해소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제사회의 분노는 생각보다 크고 깊으며, 이스라엘이 이를 과소평가하고 있을 수도 있다.

EU가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진짜 이유?
유럽연합(EU)이 이스라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반드시 팔레스타인 인권에 대한 진정성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이 서방의 대러시아 악마화 전략에 방해가 된다는 인식 때문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서방은 러시아=악당이라는 내러티브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스라엘이 아기들을 굶겨 죽이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 러시아를 악역으로 포지셔닝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논리이다. , 이스라엘의 이미지 추락이 서방 전체의 도덕적 권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청년층의 서방에 대한 환멸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은 특히 전 세계 청년층의 서방에 대한 인식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예전에는 이란, 이집트, 또는 다른 국가 출신의 젊은이들도 서방처럼 되고 싶다는 동경을 갖고 있었는데, 지금은 우리가 왜 그들을 따라가야 하지?”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퍼지고 있다. 서방은 모범이자 이상향이었지만,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잔혹한 장면들과 그것을 묵인한 서방의 태도는 그 이미지를 무너뜨렸다.

서방의 소프트 파워붕괴 가속화
소프트 파워란 조셉나이가 소개한 개념으로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아닌, 문화·정치적 가치와 도덕성에 기반한 영향력을 말한다. 그러나 가자 전쟁 이후 서방의 소프트 파워가 급속히 약화되었다. 특히 서방에 우호적이던 중동 국가조차 시민층은, 이 더 이상 서방은 본받을 대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이들은 이제 서방의 외교적 메시지나 인권 논리를 믿지 않으며, 기존의 우호적 시각이 구조적으로 붕괴되고 있다.

 

이란 대학생들의 인식 변화 사례
테헤란 대학 교수 모란디(Mohammad Marandi)는, 과거 이란 학생들이 미국과 서방에 대해 가졌던 긍정적 기대감이 현재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전한다. 그는 예전에는 서방처럼 되어야 한다고 말하던 학생들이 많았지만, 가자지구 사태 이후 그런 인식이 급격히 사라졌다고 말한다. 특히, 반복되는 민간인 희생 장면과 서방의 묵인 혹은 지원에 충격을 받은 학생들이 더는 서방을 이상화하지 않는다고 말하게 되었다

돌이킬 수 없는 변화로서의 인식 전환
이런 인식 변화가 단지 일시적인 분노가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구조적 전환이다. 가자지구에서의 상황은 너무나 명확하고 잔혹했으며, 그에 대한 서방의 태도 역시 부정할 수 없이 드러났기 때문에, 한때 서방을 자유·민주·인권의 본보기로 보았던 국제 청년층조차 이제는 환멸을 느끼고 있다. 그들은 더 이상 미국이나 유럽을 모방할 대상으로 보지 않으며, 이는 향후 국제질서 재편과 외교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