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3주간 예맨 후티와 관련하여 미군과 예맨 후티 , 후티의 하이퍼소닉 미사일 공격과 방공망 무력화의 의미 , 팔레스타인-2, 예멘 후티의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한 잡설 등 3개의 포스트를 작성한 바 있다. 그런데, 이 포스트를 마지막으로 당분간 예멘 후티에 대해서는 글을 쓸 일이 없지 않을까 예상한다. 그것은 미국이 예멘과 협상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위 OPERATION ROUGH RIDER는 공식적으로 종식되었다. 이 포스트의 내용은 이 작전의 종결을 정리한 NYT 기사를 정리한 것이다.
NYT 기사 링크 Why Trump Suddenly Declared Victory Over the Houthi Militia
폭격 개시 이전: 왜 지금, 예멘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후티 반군을 겨냥한 폭격 작전을 승인하게 된 배경은 표면적으로는 홍해 해역에서의 해상 안전 보장이었다. 2025년 초, 예멘의 후티 민병대는 미국 국기를 단 민간 상선과 군함을 상대로 지속적인 미사일 공격과 무인기 요격 작전을 감행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세력으로서, 홍해의 전략적 요충지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사실상 무력으로 장악하고 있었다. 이 해협은 유럽-아시아 간 무역선의 12% 이상이 통과하는 곳으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상선 운항에 직결되는 생명선이다.
트럼프는 항로개방을 위한 작전을 앞두고 “미국 해상 주권을 훼손한 자들에 대한 강경 대응”을 천명하며, 국방부에 즉각적 타격을 명령했다. 이 결정은 일종의 시범 사례로서, 외교보다는 군사적 신속성을 우선시한 판단이었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트럼프의 정치적 계산도 숨어 있었다. 그는 중동에서의 새로운 대규모 전쟁에는 반대하지만, 제한적이고 통제 가능한 "충격과 공포" 방식의 공습을 통해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재확인하고자 했다.
30일 작전 한정의 조건: 성과 중심적 접근
트럼프는 국방부에 30일 안에 ‘가시적 성과’를 가져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는 군사작전이 아니라 경영 프로젝트처럼 기한과 성과물이 명시된 단기 미션이었다. 임무 목표는 ① 후티 민병대의 미사일 전력 약화, ② 미국 해상 전력 보호 ③ 후티의 해상 공격 저지 및 억제 등이었다. 작전 초기에는 항공모함을 기반으로 한 정밀 공습은 정밀 타격을 중심으로 전개되었고, F/A-18 슈퍼호넷, MQ-9 리퍼 드론,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이 동원되었다. 하지만 이 작전은 초반부터 후티의 예상을 뛰어넘는 방어력과 분산 전술 앞에 난관에 봉착했다. 후티는 지상 방공체계를 단일 지휘부에서 운영하지 않고, 지형에 따라 다핵화된 형태로 운용하고 있었으며, 미군의 패턴을 분석해 드론을 능숙하게 격추했다. 특히 MQ-9 리퍼 드론을 연속적으로 격추시킨 사건은 미 국방부의 신경을 건드렸다. 후티는 전통적 국가 군대가 아닌 비국가 무장세력이었으나, 실질적 방공 전투 능력은 중규모 국가 수준에 달하고 있었다.
작전의 혼란: 고비용, 저효율, 사고의 연속
30일이 채 되기도 전에 두 대의 F/A-18 전투기가 항공모함에서 이륙 중 바다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미국 해군의 준비 미흡, 혹은 장비 노후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중대한 사건이었다. 한 대당 약 6,700만 달러, 총 1억 3,400만 달러가 바다에 수장된 셈이었다. 같은 기간, 미국은 폭격 작전에 투입된 무기 및 군수 물자에 약 10억 달러를 소모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미국의 전략적 전력 자산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이란, 중국, 북한과 같은 지역에 대한 억제력을 희생해야 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 내부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돌파구는 외교였다: 오만을 통한 이중 협상
그러던 중 트럼프의 중동특사 스티브 윗코프는 오만에서 이란과의 핵협상 중 중대한 외교적 제안을 받는다. 오만은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며 미국과 이란 양쪽과 외교 채널을 유지해온 국가로, 후티 민병대와도 오랜 비공식 접촉 경험이 있었다. 오만은 트럼프에게 후티와의 '사실상의 휴전'을 가능케 할 제안을 전달했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① 미국은 후티에 대한 공습을 즉시 중단하고,
② 후티는 미국 국기를 단 선박에 대한 공격을 중단한다.
③ 다만 이스라엘 혹은 이스라엘과 연계된 선박에 대한 공격은 계속 허용된다.
이것은 철저히 현실적인 외교적 교환이었다. 트럼프는 전면전 없이 작전을 끝낼 수 있었고, 후티는 자신들의 전략적 의도를 완전히 유지하면서 미국을 철수시킨 셈이다.
정치적 ‘승리’의 연출: 명목상의 종전 선언
5월 5일, 백악관은 미 중앙사령부에 즉시 작전 중단을 명령했다. 그리고 트럼프는 기자회견을 열어, 후티를 ‘완전히 제거하겠다’고 했던 기존 발언과는 정반대의 어조로 그들을 “강인하고 용감한 적수”라고 묘사했다. 이는 단순한 수사적 역전이 아니었다. 트럼프는 후퇴를 승리로 포장하는 프레임을 택한 것이다.
그는 “우리는 그들에게 매우 강하게 타격을 가했다. 그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버텼다. 용감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발언으로, 전통적인 ‘정복자-패배자’ 구도를 흐리며, 미국의 체면을 지키는 동시에 퇴각을 마무리했다.
후속 전개: 후티의 공격은 여전히 계속
이후에도 후티는 이스라엘을 향한 탄도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텔아비브에서는 미사일 경보 사이렌이 울리며 해변의 시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후티가 미국과의 합의를 고지식하게 이행하되,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공격을 지속하는 선별적 전략을 택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선택은 후티의 ‘대미 승리’라는 신화를 아랍 세계에 확산시키는 데 결정적이었다. 더 이상 후티는 테러 단체가 아니라, 미국을 상대로 군사적 우위를 얻어낸 실체 있는 무장 정치세력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결론: 중동 전략의 붕괴와 미국 패권의 균열
이 사건은 미국의 중동 전략의 전환점으로 남을 것이다. 전통적인 무력 투사 중심의 접근이 더 이상 비대칭 전쟁에 통하지 않으며, 그 빈틈을 외교와 정보전이 메우고 있다. 동시에 이는 미국의 군사적 패권이 점차 다핵화된 세계 질서 속에서 도전받고 있음을 상징한다.
트럼프는 정면 승부 대신 퇴각을 택했고, 이를 정치적으로 포장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세계는 그것을 ‘승리’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후티의 전설은 바로 이 포장된 패배에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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