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진화

드론이 바꾼 전장의 모습

진재일 2025. 5. 28. 11:20

키에프인디펜던트 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무관한 독립언론이다. 러우전 시작 무렵에 이미 우크라이나는 언론을 사실상 패쇄하고 정부가 통제하는 언론만 존재했지만, 대안언론으로서 중립적인 보도를 하려고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필자는 자세한 사정에 대해서는 조사한 바 없으므로, 엄청나게 신뢰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 와 같은 언론과는 결이 다르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이 언론의 Fancisco Farrell이 보도한 'New tactics that could decide Russia-Ukraine war'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현재의 전선의 역학을 어느 정도 설명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그 내용을 소개한다.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20분 정도 되는 영상이니 시청하실 것을 권장한다.

 

 
 

1. 변화하는 전쟁개념에 대한 설명

대략 내용을 요약하면, 현재의 우크라이나 전선의 모습은 진흙탕 참호, 철조망, 파괴된 숲 등 마치 1차 세계대전을 연상시키지만, 동시에 드론 전쟁은 전장을 급진적으로 현대화하고 있어, 전쟁은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현재 전장의 핵심 변수는 ‘보병 부족’과 ‘드론 전술’ 로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탄약이 아니라 보병 부족이다. 동시에 양측 모두가 드론, 특히 1인칭 조종(FPV) 드론을 전술적으로 활용하며, 전선의 전술 구도가 크게 바뀌고 있다. 전쟁 4년차인 지금, 보병 전술과 드론 활용이 결합된 전술적 실험이 진행 중으로 드론과 보병의 상호작용이 향후 전황을 좌우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실험 결과가 누가 전장에서 주도권을 잡을지를 결정할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전선은 정체돼 있지만, 내부에서는 빠른 변화가 진행 중으로 지형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기술·병력·전술에서의 혁신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고착된 포지션 전투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재구성될 수 있는 시기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드론 전담 부대의 실전 배치

영상에서는 우크라이나군 체르보나 칼리나 여단의 드론 전담 부대의 실전 배치 사례를 설명한다. 이 부대는 정면 교전을 피하고, 드론을 통해 적을 타격하는 방식을 사용하며, 전통적 포격 대신 조종사와 드론의 밀접한 협업을 통한 타격 전술을 주로 한다. 이 같은 드론 부대는 전 군에 확대 중인데, 드론 부대는 소규모에서 연대, 여단 단위까지 확대 중이며, 우크라이나군 전역에 표준화된 전술 요소가 되었다. 이는 현대전에서 드론이 단순 보조가 아니라 핵심 전투 수단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상황은 미국 의회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계류되고 있는 동안 우크라이나가 국산 FPV 드론을 대량 생산하는 체제를 갖추게 된 것에서 비롯되었다. 2024년도 우크라이나는 자국내 FPV드론 생산 능력을 급격히 향상하여 하루 수천대 생산이 가능하다. (필자 주: 어느 통계는 30초에 1대 생산 이를 환산, 2×60×24=2880대)  가격도 NATO 포탄의 1/10 수준으로 저렴하며, 공급망 독립성까지 확보하였다. (필자 주: 우크라이나 자체 생산 가능 의미)

 

표적은 보병

이 드론은 초기에는 탱크나 차량을 표적으로 했지만, 현재는 러시아 보병을 주 타깃으로 삼고 있다. 개활지에서 움직이는 인원은 거의 100% 드론 타격 대상이 되며, 5km 이내는 안전지대가 아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10~20km 후방까지 드론 타격이 가능해지고 있다고 한다. 드론은 적 참호 내부로 직접 진입하여 공격이 가능하며, 엄폐물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방어자와 공격자 모두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러시아도 마찬가지

그런데, 러시아도 빠르게 기술을 따라잡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기술을 복제하고 대량 생산하는 속도가 빠르며, 광섬유 유선 드론 기술은 러시아가 먼저 도입하여, 우크라이나가 따라잡는 중이다.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선도 러시아 전선만큼 위험해지고 있다.

 

체르보나 칼리나 여단의 성공 요인으로는 해당 여단은 아직 상당한 수의 보병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형이 방어에 유리하고 조직이 잘 갖춰져 있고, 각 거점마다 3인 이상의 병력이 상주, 통신과 보급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보병 위기 심화

3년 넘는 전쟁으로 인해 심각한 병력 부족과 인명 손실이 누적되었다. 징집과 훈련 시스템의 한계, 잘못된 지휘 판단 등으로 인해 보병 전력이 급감하여참호 근무 교대도 어려워지며, 드론으로 보급하고 오랜 기간 참호에 갇혀 있는 상황이 일상화되고 있다.

 

드론의 위협이 이동 자체를 가로막음

전방으로 가는 경로조차 드론 공격 범위에 놓여 있어 병사들의 이동이 제한된다. 부상자 이송이 거의 불가능하고, 적절한 시기를 기다려야 탈출이 가능하다. (필자 주: 이 내용은 우크라이나 참전 경험 인터뷰 4부(최종회) 포스트의 증언과 일치한다.)  러시아군이 오토바이를 이용해 돌격해도 우크라이나 드론이 곧바로 타격하며, 개활지에서의 노출은 거의 즉각적인 드론 타격으로 이어지며, 병사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등 야전병력에게 드론은 실질적으로‘하늘의 사형선고’ 로 여겨진다.

 

드론이 통제하는 전장으로 전선의 구조적 붕괴, 사람이 없으면 유지 불가

2023년까지만 해도 전선은 고전적인 참호 대치 구조를 유지했으며, 후방에는 박격포, 드론, 포병이 배치돼 지원하며, 전방 보병은 직접 방어를 수행했다. 그러나 2024년부터는 병력 부족으로 포지션 간 간격이 커지고, 2025년에는 전선에 커다란 틈이 생기게 되었다. 드론이 전후방 전체를 감시하므로 모든 병력 이동이 노출되어 있다. 물류, 의무지원, 포병 모두 영향을 받으며 보급망 자체가 위험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을 지키는 건 결국 보병이기에, 사람이 부족한 상황은 치명적이다.

 

더 이상 전선은 선(line)이 아니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은 병력 부족으로 인해 빈 참호가 많다. 이로 인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참호 사이를 우회해 우크라이나 방어선 뒤로 침투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보병이 은신처에서 머리를 들 수조차 없어, 실질적인 방어 기능이 약화된 상황이다. 러시아군은 각 구역에 병력을 흩뿌려 배치하며 전선을 흐릿하게 만들고 있다.

과거의 전선 모습: 우크라이나 부대가 밀집하여

 

우크라이나군 병력부족으로 방어선 간 이격 심화, 러시아군의 접근에 대한 대처가 어려움

 

결과적으로 방어망을 침투하여 후방에서 작전. 혼재된 형태, 방어선의 의미가 퇴색

 

더 이상 전선은 구멍들의 배열일 뿐, 파란색(우크라이나)과 빨간색(러시아)으로 구분되지 않으며, “어디에 누가 있는가”가 중요해졌고, 서로를 넘나들며 병력이 혼재된 형태로 변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진지 사이를 지나 후방 드론팀이나 박격포 부대까지 공격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보급로와 회색지대가 확장되는 한편, 드론 공격 범위가 3km → 10km 이상으로 확대되어 모든 보급 경로가 위험 구간이 된다. 전통적인 전방-후방 개념이 무너지고, 전체 지역이 ‘죽음의 회색지대’로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보병의 실질적 무력화

참호에 있는 보병은 머리를 들 수 없고, 전투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보병은 전장을 통제하는 병력이 아니라, 갇혀 있는 관찰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일부 지휘관들은 “이렇게 싸울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고 있다.

 

방어가 작동하는 지역과의 차이

체르보나 칼리나 여단은 조직적 통제와 병력 확보가 가능해 옛 방식의 방어 전술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여단들은 병력 부족, 지휘 혼란, 보급 위기 등으로 인해 전선 통제가 불가능해지고 있다.

 

회색지대’를 ‘킬존’으로 전환하려는 전략

일부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가들은, 보병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회색지대를 전면적인 드론-포격 킬존으로 바꾸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회색붓으로 칠한 모습 킬존의 개념. 맨 처음그림의 방어선 개념이 아님.

 

이를 위해 제시된 구체적 수단은 ①지뢰 매설, ②FPV 드론 활용 과 ③공격형 드론과 포병의 정밀 연계 등이다. 이 전략의 목적은 러시아군이 회색지대를 통과하는 즉시 타격당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전략이 없으면, 러시아군은 결국 우회 침투를 통해 드론팀이나 박격포팀을 공격하게 된다. 따라서 예방적 화력과 자동화된 드론망 구축이 핵심 방어 수단이 된다.

 

보병이 전선을 방어하는 것이 아닌 킬존(회색 붓칠한 지역)에서 러시아 보병을 화력으로 격멸하는 개념

 

전쟁의 개념 자체가 변형된 2025년은 글로벌 전환의 해

 

이러한 변화는 전선, 보병 중심 교전의 전통적인 전쟁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보병 없이도 전장을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실험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전 세계 군사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러우전은 기술과 전술이 중심이 된 실험의 장으로 바뀌고 있으며, 2025년은 그 전환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동시에 세계는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평화 협상 쇼에 몰두해 있는 반면, 현장의 참상은 간과되고 있다. 

 

2. 필자의 감상

동영상의 내용은 현재 전선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 드론이 가져다 주는 변화는 시시각각 전장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심지어 보병의 의미까지 질문을 던지게 되는 현상은 심층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드론은 보병이 부족한 우크라이나의 현실적 필요에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지만, 일단 러시아도 따라서 진화하고 있다.

전술의 변화에 대한 의미는 당장 평가가 곤란하지만, 화력이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실험도 화력으로 보병을 대신하는 것이며, Farrell이 말했듯이 체르보나 칼리나 여단의 성공 요인에 아직 상당한 수의 보병을 보유하고 있으며지형이 방어에 유리하고 조직이 잘 갖춰져 있고각 거점마다 3인 이상의 병력이 상주통신과 보급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위의 조건이 흔들리는 격우, 즉, 만약 자체의 방호가 문제가 되거나, 통시과 보급이 안정적이지 않게 된다면, 드론이 안정적으로 작전하지 못할 수 있다. 그리고 드론 부대의 경우, 모두 상전을 이용해야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경우 통신망의 노출, 전력 차단 등의 경우 전쟁을 지속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기술의 변화에 대해 적응하는 문제는 항상 신기술의 승리로 끝나는 것이 역사적가 말하고 있으므로 변화에 저항하는 것은 패배로 이어질 것이라는 부담을 전제해야 한다. 전장의 변화와 보병이 다 날아가버린 상황의 우크라이나가 제시하는 새로운 전략이 성공할 지 지켜봐야 하지만, 동시에 전쟁은 여러 상황에서 다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적응력을 갖춘 보병의 중요성이 다른 방식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은 아직 회의적이다. 전장의 모습은 시시각각 변화하지만, 로봇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보병과 포병의 중요성은 대체 불가능한 상수가 아닌가 하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래도 조심스럽게 우크라이나가 시도하는 변화의 영향을 지켜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