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협상 Negotiation

푸틴 트럼프 협상 개시 합의

진재일 2025. 2. 13. 03:56

협상 시작의 전조: Marc Fogel 석방

일단 협상의 시작 전에 보낸 신호로, 마리화나 소지 혐의로 14년 징역형을 받고 러시아에 수감되어 있던 펜실베이나 교사 출신 Marc Fogel을 석방하여 미국으로 돌려보냈다. 이는 며칠 전 통화후에 러시아의 호의적 제스쳐로서 트럼프에게 선물한 것이다. 이로서 협상 시작 전부터 트럼프는 점수를 따고 들어가, 국민들에게 위신이 서게 해주었다. 트럼프는 당연히 푸틴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릴 수 있게 되었다. 이로서 협상은 좋은 출발을 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현지시간 2월 11일 석방되어 미국으로 돌아온 Marc Fogel

 

공식협상 개시 소식 선포

트럼프대통령이 SNS 계정을 통해 협상 시작이 선포되었다. 상식적으로 처리하자는 트럼프의 방식에 동조하였다. 공식적으로 종전을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Trump says he has spoken to Putin and agreed to negotiate Ukraine ceasefire

US president says he called Russian leader and agreed to have teams start negotiations immediately

www.theguardian.com

 

협상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서방과 러시아의 입장 차이

여기서 한가지 알아두어야 할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철학에 가까운 의식을 차이에 대한 것이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또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으로 보았다. 클라우제비츠의 원칙은 러시아의 군사적 사고에 스며들어 있다. 전쟁과 정치 사이의 연결고리는 외교정책의 틀 안에서 이해되고 있다. 이것은 군사 행동이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정치에 봉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전술적 승리, 전쟁의 군사적 목표 달성은 정치적 승리로 이어진다따라서 무력의 사용과 전술적, 작전적 목표(Ziele)의 달성은 정치적 목표(Zweck)로 이어져야 한다.

 

전쟁에 대한 러시아의 해석은 정치와 전쟁 사이의 유동적인 전환을 암시한다그렇기 때문에 협상은 러시아인들에게는 전쟁 과정의 일부인 반면, 서양인들에게는 전쟁과 별도의 과정이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24일 이전에도, 이후에도 일관되게 항상 협상에 열려있다고 말해왔다. 전황과 전혀 상관없이 항상 협상에 열려있는 것은 그들 본연의 사고방식이다. 

 

반면, 서방에서는 정치과정과 전쟁은 단절되어 있다. 이것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등 정치 과정과 단절된 전쟁을 벌이는 서구인들의 입장과는 매우 다른 입장이다. 분명히, 서방은 아무 이유 없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고, 해결책을 협상하는 것을 꺼리거나, 서명한 계약을 무시하는 것과도 연결된다. 

 

지난 협상사례

과거로 돌아가보자,

2022 2 25, 우크라이나가 군사력의 상당 부분을 잃은 후 젤렌스키는 협상을 촉구했다. 그는 스위스 외무부 장관인 이그나치오 카시스(Ignazio Cassis)에게 연락해 중재와 평화 회담을 주선했다. 러시아는 회담할 준비가 됐다고 선언했고, 벨라루스 국경과 가까운 고멜에서 1차 회담이 열렸다그러나 유럽 연합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2 27일에는 무기 자금 조달, 협상 과정 중단, 우크라이나 전쟁 독려를 담은 45000만 유로( 2000억원) 규모의 패키지가 도착했다

 

2022 3월 중순, 젤렌스키는 NATO가 우크라이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NATO가입을 포기하고 싶다고 선언하고 이스탄불 협상에 대한 제안을 보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해결책에 대한 전망은 좋아 보였다. 유럽연합(EU)은 즉각 5억 유로를 방출해 우크라이나에 치명적·비살상적  군사 원조를 제공했다. 보리스 존슨 (Boris Johnson)은 우크라이나 프라우다 (Ukrainska Pravda)가 보도 한 바와 같이 개입하여 모든 협상 노력을 파괴했다. 사실, "BoJo"는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를 협박하는 것 이상을 하지 않았고 일주일 후 키예프를 방문하는 동안 그는 무제한 서방 지원으로 협상안 철회를 교환했다.

 

2022 8월 중순,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및 블라디미르 푸틴과의 만남을 주선하겠다고 제안했다. 얼마간의 망설임 끝에 블라디미르 푸틴은 회담할 준비가 됐다고 선언했지만, 보리스 존슨은 다시 한 번 개입해 우크라이나에 "경솔한" 평화 계획에 대해 경고했다. 터키의 계획은 포기되었다.

 

따라서 러시아는 전쟁과 정치 사이에 유동적인 쌍방향 연결고리가 있다고 보는 반면, 서방은 전쟁 자체를 종식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구인들은 분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반면, 러시아인들은 (2022 2, 3, 8월에) 출구를 제공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는 서방 국가들보다 더 전략적이고, 사려 깊고, 덜 충동적인 갈등 접근법을 취할 수 있다.

 

향후 협상의 전개방향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 지는 지금 예측이 곤란한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이 협상이 미국과 우크라이나에게는 별로 기대할 것이 없는 이유는 명백하고도 간단하다. 협상이 러시아에게 가져다 주는 편익이 현상 유지에 비해 많지 않다. 러시아는 협상을 진행하지 않고, 그대로 전쟁을 끝내도 된다. 따라서 내놓을 카드가 무한이 많이 있다. 즉, 현재의 구도는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에 항복을 선언하러 간 것과 비슷한 구도로 보면 된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 러시아 국민들의 78%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고 있다. 따라서 협상에서 받는 압박이 전혀 없다.
  •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 따라서 약간의 희생을 감수하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협상의 결과보다 나을 가능성이 크다.
  • 협상에서 정전과 같은 것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많은 것을 양보해야 한다.
  • 일단 협상을 하지만, 이들을 믿을 수는 없다. 워낙 여러번 속아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어떤 입장일까? 정보실패의 문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 러시아가 협상에 임했기 때문에, 그들도 종전을 바라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사이에 말한 경제재제 등의 협박 등이 먹혀들어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 이미 러시아가 경제도 힘들고, 사상자도 많은 등 전쟁을 계속하기에는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 따라서 러시아에 대해 '힘에 기반한 평화' 테마가 적합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수 있다. 전황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없다. 협상을 통해서 미국민들에게 뭔가 얻어냈다는 정신승리 거리만 얻어면 된다.
  • 그래도 러시아에게는 믿게끔 해줘야 한다. 이것이 정말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다.
  • 젤렌스키는 쿠르스크를 협상카드로 쓸려고 한다. 어린애 같은 생각이지만, 이를 무시할 수도 없어서 협상은 난항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은 젤렌스키를 먼저 제거할 것이다.

이 같은 입장 차이를 가정하면, 협상은 매우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아니면, 엄청나게 많은 것을 러시아에게 줘야 한다. 러시아는 무엇을 원할까? 몇 가지만 나열해보자

  • 종전과 전후 유럽의 안보구도, 여기에는 NATO의 해체, IRBM의 철수, 우크라이나의 분할 또는 소멸 등을 요구할 것이다.
  • 루마니아, 폴란드 등이 갈리치아 지방을 분할요구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영토확정의 문제는 여러나라가 개입하려할 것이다.
  • 크림과 4개 주 승인, 이후 오데사, 하르키프 등의 러시아 편입 승인 등은 러시아가 요구하지 않아도 미국이 알아서 해줄 것이다.
  • 전쟁을 부추긴 EU의 정치지도자들의 전범재판 회부, 러시아접경 국가 전부 NATO 탈퇴, EU해체 등을 요구할 수 있다.
  •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 EU가입 불허, NATO가입 불허, 군대주둔 불허, 네오나치들의 전쟁범죄 처벌
  • 경제재제 해제나 러시아 외환 동결/몰수 등의 반환 등은 아예 요구하지도 않을 수 있다. 협상하려면 이런 것부터 풀어놓고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대신 패전에 따른 전쟁배상금을 미국과 EU에 요구할 것이다. 나아가서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50개에 달하는 러시아의 비우호국 모두에게도 요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혼자서 협상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협상의 시긴이 지나면서 미국 스스로 협상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말이 협상이지 거저 먹으려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협상은 예측불가이지만, 미국은 손해를 많이 봐야 할 것이다. 단, 정보실패를 해결하는데 까지는 시간이 엄청나게 지나갈 수 있다. 협상과정은 1년-2년 걸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