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협상 Negotiation

Keith Kellogg의 잘못된 내러티브(재수정)

진재일 2025. 2. 11. 12:12

켈로그 특사의 전황인식

러우전 협상특사 켈로그 장군이 임명된 이유는 그가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정책을 비판해왔고, 트럼프의 정책을 옹호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방송에 출연하여 다양한 코멘트를 해왔는데, 트럼프는 일찍부터 그의 의견에 동조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러우전 협상 방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24년 4월에 AFPI(미국우선정책연구소) Center for American Security에서 발표한 보고서 America First, Russia, & Ukraine를 읽어보면 잘 이해할 수 있다.

 

 

America First, Russia, & Ukraine

Russia’s ongoing war against Ukraine was an avoidable crisis that, due to the Biden Administration’s incompetent policies and rejection of the America First approach to national security, has entangled America in an endless war.

americafirstpolicy.com

 

교착상태로 오해

그의 인식은 바이든 행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비판에 근거하고 있고, 미국이 힘을 통해 평화를 달성하는 트럼프의 정책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실수는 그가 2024. 4. 11 당시의 전장상황을 교착상태로 묘사한 것처럼, 전황을 잘 못읽고 있다는 점에 있다. 그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정보실패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3년의 전쟁기간 내내 전황을 잘못 판단하여, 러시아가 어떤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 자체가 잘못되어있는데, 이는 잘못된 내러티브가 지속되어왔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의 전쟁수행방법에 대한 몰이해

2022년 9월-10월에도 소위 수로비킨 라인으로 케르손과 자포로자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하여, 우크라이나군이 진격했는데, 이를 마치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공격으로 밀어낸 것 처럼 묘사하였다. 이에 고무된 우크라이나군은 2023년 여름공격을 시행하였는데, 크게 참패하고 말았다. 5선의 방어선 중 1차 방어선에도 도달하지 못한채 크게 괴멸당하였고, 그 때부터 우크라이나군은 전열이 크게 흐트러져, 사실상 전세가 밀리고 있었다.

 

전선의 이동은 크지 않았으나, 이미 우크라이나군의 내상을 크게 입었으며, 2024년 5월 경부터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가 보고서를 준비하여 발표하던 시점은 아래 보라색 사각형의 중간지점에 해당되는데, 이미 우크라이나군의 병력손실은 급증추세를 나타내고 있었다. 이후 우크라이나군의 병력손실은 급증하게 된다.

 

우크라이나군의 1일 인원손실 추세 (출처: 러시아 국방부)

 

 

잘못된 내러티브

서방은 전쟁기간 내내, "우크라이나가 이기고 있으며, 승리할 것이다. 러시아 군대는 허약하다. 러시아는 경제재제로 반도체가 부족해서 세탁기의 반도체를 뜯어내어서 미사일에 사용한다. 러시아군의 기만 전술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도, 승리하고 있다."고 묘사하는 등, 내러티브에 빠져 현실과 괴리된 인식을 갖고 있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계속해서 내러티브전을 시행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현실이 아닌 내러티브에 맞도록 정보보고가 이루어졌고, 이는 다시 내러티브에 사용되는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켈로그 장군을 비롯한 트럼프의 외교안보팀이 말하는 러시아군은 약화되었고, 경제는 실패하고 있다는 등의 전황인식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또한 희토류 개발을 통해 전비를 회수하겠다는 등의 발언을 보면, 내러티브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인식은 트럼프 팀이나 워싱턴을 넘어, NATO사무총장 Mark Rutte의 발언을 들어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방은 강하며,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것인데, 단지 전선만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러시아의 군사력이 약화되어 별로 더 이상 투사할 것이 없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좀 더 약화된 정도로 보고 있어, NATO국가들이 도와주면, 러시아를 압박하면, 우크라이나가 이길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매우 이상한 발언이다.

 

러시아는 모든 카드를 손에 쥐고 있는데 반해, 서방과 우크라이나는 단 한장의 카드도 남은 것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는 영국의 모 정치인이 작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우크라이나에게 핵무기를 주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생각 이외는 아무 카드도 없다. 전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정말 우습게 보일 수 밖에 없다. 협상을 시작은 할 수 있으나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협상의 모양은 갖추겠지만, 실질적으로는 타결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실과 분리된 트럼프의 인식과 지향점

트럼프도 내러티브로 점차 빠져들어가고 있으며,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잘 들어보면, 트럼프는 평화주의자가 아니다. 그는 단지 이 엉망인 전쟁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것이다. 이 전쟁은 블랙홀이고, 계속 돈을 퍼부어야 하는 것이 싫은 것이다. 돈을 아무리 부어도, 전장의 상황 때문에 혹은 부패 때문에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이 전쟁에 쏟아부은 돈은 모두 사라져 버리게 될 것이다. 그는 이 돈으로 미국의 산업역량을 구축해야 하므로, 전쟁에 돈을 투입하는 것은 경제적인 계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전쟁에서 패배자로 인식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희토류와 광물 개발이라는 것을 들고 나오는 것이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신경쓰지 않는데, 우크라이나에서 이 거래를 통해서 우크라이나에서 빠져나오면 된다. 더 이상 전쟁을 하는 것은 무가치한 일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Tuldi Gabbard의 인준과 그 이후 정보실패 개선 기대

방금 52-48의 인준 표결을 통과했다. 이제 취임선서만 남은 상태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제부터 미국지도부의 정보실패의 문제를 개선해나갈 것을 기대한다. 트럼프의 외교안보팀이 현재 쥐고 있는 카드는 없으며, 지렛대를 만들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현실인식이 정확하지 않으면, 협상상대인 러시아와 공통의 기반을 만들 수 없게되어, 협상은 겉돌게 된다.

 

안보의 프레임 설정까지는 험난할 길

유럽의 설득이나 우크라이나의 설득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지만, 러시아와의 협상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미국이 제대로된 제안을 하기 전까지는 러시아는 하던 일을 계속할 것이고, 미국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종전이라는 두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하는 매우 모순적인 상황에 빠지게 된다. 지금이라도 유럽과 세계 안보의 프레임을 설정하여 논의하는 것이 중요한데, 트럼프가 수용할 수 있을 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