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올린 포스트 반역자: 러시아의 90년대 다큐멘터리 에서 소련 해체후에 벌어진 국유재산 강탈과 그를 둘러싼 정치권의 내력에 대한 나발리 측의 주장을 소개했다. 필자는 물론 이 내용을 검증할 수 있는 정도로 알지 못한다. 심지어 러시아인들도 상당한 고증을 거쳐야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상당히 개연성이 있는 부분이 있다는 정도는 독자들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가 투명한 사회가 아니라는 것과 부정부패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민주화와는 거리가 먼 러시아 제국을 거쳐, 볼세비키 혁명이후 70 여년 간을 공산주의에서 살았으며, 소련 붕괴 후 겨우 30여년 형식적이나마 민주주의를 시행한 나라가 얼마나 민주화될 수 있는 지는 그다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1990년대 러시아
공산주의가 무너진 후에는 러시아는 얼마나 나빴을까? 공산국가가 붕괴한 상태에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도입한 러시아는 사실상 서방의 경제적 암살자들이 들어와서 러시아 사회 전체를 파괴했다.
1991년 이후의 러시아나 구소련 시절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고, 제국은 무너지고 있었다. 공산주의를 포기하고 서방이라는 환상을 추구했던 러시아는 유럽과 미국의 모든 고문들을 환대하여, 크렘린궁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도록하였다.
아나톨리 추바이스( Anatoli Chubais), 예고르 가이다르(Yegor Gaidar) 총리 같은 인물들이 있었다. 이들은 하버드에서 교육을 받고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고, 러시아 주식 시장에서부터 민영화 계획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설계하는 데 도움을 준 서방의 대사관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했다. 사기꾼들은, 정부가 은행에 돈을 빌려주어 엑손 모빌 규모의 회사를 100% 할인되거나 99%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도록 했다. 엑슨과 거의 비슷한 크기의 유코스를 1억 7천만 달러에 샀고, 그 대부분은 정부에서 빌린 돈이었다. 당시에도 100배의 가치가 있었다. 어쨌든, 올리가르히 계급이 있고 이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자가 되었다. 이들은 거의 공통적으로 런던에서 거주했는데, 런던과 월가의 금융가들의 관계를 짐작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들이 다른 모든 사람들이 고통받도록 내버려 두었다는 점이다. 가난해서 붕괴된 나라의 알짜배기 자산을 빼돌리면 그 피해는 모두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자본주의를 전혀 몰랐고 배급에 길들여졌던 러시아사람들은 자신의 자산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강탈 당한채, 그 나빴던 소련시절보다 더 악화된 경제상황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러시아에서의 삶은 끔찍했다. 수백만 명의 조기 사망자가 있었고, 범죄와 알코올 중독이 만연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리로 나가려면 술 취한 사람들을 밟아야 했다. 살인 사건이 전혀 일어나지 않던 도시들이 갑자기 1년에 5,000건씩 발생했다.
푸틴 시절
그래서 사람들은 10년 안에 민주주의에 싫증이 났다. 푸틴이 등장하여 국민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이제 민주주의는 그만하자는 것이었다. "러시아의 운영을 서구인들에게 더 이상 맡길 수 없으니, 이제 새로운 규칙을 만들 것이다. 올리가르히들은 더 이상 그들의 돈을 국외로 송금할 수 없다. 그들은 그돈을 러시아에 재투자해야 한다. 이제 국민들은 약간의 자유를 잃게 될 것이다. 대신 우리는 이 나라를 다시 하나로 만들 것이다."
탄압 및 폭력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났다. 푸틴은 그들이 말하는 모든 것을 했다. 그의 비자유주의와 폭력, 그리고 다른 모든 나쁨 짓을 푸틴은 자행하였다. 푸틴을 조사한 후 살해당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1999년보다 훨씬 더 잘 작동하는 국가가 되었다. 그것이 그가 지지를 받는 이유이다. 1990년대에 러시아에서 일어났던 일이 최근 20년간 미국과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과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계속 무시당하다 보면 지친다.
사람들은 푸틴을 깡패, 독재자, 러시아 마피아의 한통속이라고 하고, 그는 기자들을 죽였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순진하다고 생각한다. 보통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소위 언론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미국에서 줄리안 어산지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는 논의할 생각 조차도 없다. 서방의 언론이 USAID의 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에 분노조차 하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기 조차한다. 줄리언 어산지가 저지른 범죄가 무엇인지 관심도 없다. 트럼프를 욕하는 사람들은 조 바이든 일가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에는 눈을 돌리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아예 진실에는 관심 자체가 없다. 언론이 퍼부으면 그냥 사실로 받아들이고 속아넘어간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아는 것이 마치 교양이 높은 사람이거나 지성인이나 된 양 여긴다.
필자의 눈에는 최소한 푸틴이 미국의 부시, 오바마, 바이든 등의 미국 대통령이나, 과거의 옐친 보다 더 나쁜 것은 아니다. 90년 대 내내 러시아에서는 기자들이 학살을 당했다. 어떤 사람은 서류가방에 의해 폭사당했다.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한 또 다른 사람도 있었다. 머리에 총을 맞은 사람도 있었고, 망치로 두들겨 맞아 죽은 사람도 있었다. 노바야 가제타(Novaya Gazeta)라는 곳에서는 기자들이 죽은 일이 엄청나게 많았다. 푸틴이 권력을 잡았을 때는 그런 일이 더 많았다. 푸틴 이후에는 좀 더 조직적이었지만, 사실 옐친 치하에서 살해당한 기자들이 정말 많았다.
미국이 도운 1996 부정선거
옐친 시절의 이런 일들은 미국의 축복하에 일어났다. '옐친을 구출한 양키들'의 1996년 타임지는 노골적으로 옐친의 재선을 미국이 도왔다는 내용을 적시하고 있다. 여기서 도왔다는 것은 보통의 도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선거 조작을 도왔다는 뜻이다. 여기 보리스 옐친이 미국 국기를 흔들고 있는 것은 당시 크렘린에 미국 고문관들이 사무실에 상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그 당시의 러시아가 모든 면에서 멋지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푸틴이 그것을 따라 하자, 이제 날뛰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의 트럼프에 대한 러시아 게이트 주장은 트럼프 1기와 바이든 때까지 계속되어왔다. 트럼프를 2번이나 탄핵시킨다. 러시아 게이트를 감히 상상할 수 있는 것은 클린턴 시절인 1996러시아 대선에 개입한 사실을 힐러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똑 같은 주장을 트럼프에게 뒤집어 씌울 수 있는 것이다.

지도자를 평가하는 기준
푸틴이 부정부패로 축재했다든지 독재자라든지와 같은 주장은 신빙성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다지 중요한 주장은 아니다. 어떤 정권이든지 그 정권의 가장 큰 업적은 그 사회가 얼마나 번영하고 성장하였는지를 가지고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국민들이 가지는 조국에 대한 자부심으로 평가해야한다. 이것은 정치를 평가해야 하는 모든 유권자가 알아야 할 중요한 사항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많은 면에서 우리 자신의 정치를 설명하거나 우리 자신의 정치를 아주 잘 예측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러시아를 무시하는 것은 무지를 넘어선 수준이다. 차이코프스키나, 톨스토이가 가끔씩 나타나는 사람 정도로 여기는지도 모른다. 제정러시아에서 농노를 해방한 것은 1861년으로 미국의 링컨대통령보다 앞선다. 물론 맥락은 차이가 있다. 우리는 노비제도는 1894년 갑오개혁으로 폐지되었다. 우리나라는 불과 80년도 안 된 민주주의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물론 30여년에 지나지 않는 러시아보다는 오래되기는 했다. 한때는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했다고 자부하기도 했다. 여러분이 아직도 그것을 믿고 있다면, 여전히 자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의 수많은 지도자들을 독재자라고 칭한다. 독재자는 어떤 업적을 이루어도 비독재자보다 못한 존재라고 여긴다. 여러분이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러시아 국민들이 푸틴을 니콜라스 1세 이후의 최대의 지도자라고 여기든 말든, 푸틴은 단순한 깡패에 지나지 않는다. 현명한 여러분은 절대로 푸틴과 같은 지도자를 뽑지 않을 것이다.
푸틴과 미국 대통령
혼란의 세월 90년 대가 지난 후 권좌에 오른 푸틴은 파괴된 러시아를 다시 살려냈다. 1999년 러시아는 국가부채가 GDP의 92%를 넘었다. 경제제재 속에서 2년 이상 전쟁을 수행해왔던 2024년은 16%에 못미친다. 같은 기간, 트럼프 4년을 제외하면, 미국은 부시 8년, 오바마 8년, 바이든 4년 총 20년을 겪었다. 그동안 미국인의 삶은 완전 나락으로 빠졌다. 클린턴이 그나마 좀 나라의 재정을 흑자로 돌려놓았으나, 부시는 전쟁으로 그돈을 다쓰고 빚만 가득 남겨두었다. 오바마와 바이든은 더했다. 1999년 미국의 부채는 5.5조 달러였으나, 2024년에는 36조 달러에 달했다. GDP 대비 부채비율은 79%에서 130%로 급증했다.
지도자는 개인이 아닌 시스템을 대표하는 존재이다. 개인의 기준으로 평가하면 안된다.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중요하다. 개인을 쳐다보면 오해할 수 있다. 그가 움직이는 국가전체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냐 아니냐 독재자냐 아니냐 부정축재를 했느냐 아니냐 등은 모두 기준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시대에 필요한 업적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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