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워낙 처음부터 잘못 알려진 것이 많아서 아직도 현실인식에 방해가 된다. 소위 전문가들이라는 분들도 언론과 큰 차이없이 이런 혼동에 기여하였다. 그중 하나가 공중우세에 대한 것이었다.
"러시아가 초전부터 공중우세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러시아는 “초기 침공에 성공하지 못하고, 공군과 지상군의 동기화하지 못했다.” 이 같은 주장은 비롯 전문성이 좀 부족한 일반인들 뿐아니라, 군사전문가들의 토론 등에서도 흔히 나왔던 것이다. 걸프전 등에서 익히 보아왔던 미국/NATO의 작전방식과 차이가 나는 러시아의 작전방식을 보고 쉽게 동조할 수도 있었다. 미국과 NATO였다면 공중 우세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러시아가 공중 우세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그렇지 못했으니, 러시아는 강력한 군이 아니라는 판단으로 이어질수도 있었을 것이다. 일반인들은 특별한 설명이 없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는 전문가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변명이다. 하나씩 분석해보자.
먼저 작전환경을 살펴보자. 공중우세를 확보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상대방의 방공망을 파괴하는 것이다. 방공망은 방공포, 지대공미사일, 단/중/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한 대공제압항공기로 구성된다. TV에 많이 보였던 스팅어, NLAW 같은 휴대용 대공무기는 지상군의 자체 방어용으로 방공자산 축에도 못들어간다. 이라크, 코소보 등과는 달리 우크라이나는 구소련의 무기를 대거 사용하였다. 즉 세계에서 가장 가장 성공적이고 효과적인 방공 시스템 중 일부로 구성된 강력한 소련제 통합 방공 네트워크를 보유하였다.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제압하는 데에는 이라크 몇 배의 노력이 들어간다는 것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이같은 통합방공네트워크가 구축된 공역을 Contested Airspace(위험공역)이라 한다. 구소련의 방공능력이 얼마나 탁월했는지를 모른다면, 베트남전에서 소련제 방공무기에 의해 격추된 미군의 항공기수(회전익+고정익+UAV)가 10,000대를 넘었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된다. 참고로 대한민국의 군용항공기는 전투기 400대, 지원기 80대, 헬기 700대 해서 대략 1200대 규모이다. 우크라이나의 방공시스템은 S-300과 같은 장거리 방공 시스템, Buk, Strela, Osa와 같은 이동식 시스템을 보유했었다. [수 많은 소련제/미국제/영국제/독일제 휴대용 방공 시스템(MANPADS) 과 NATO에서 지원해준 패트리오트와 무수한 여러 방공체계는 일단 논외로 하자]
여기서 잠간, 미군이 과거에 작전했던 환경을 살펴보자. 코소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는 제대로 된 통합 방공망이 없었다. 통합방공망이란 영공을 포함한 공역에 침투하는 모든 적의 비행기, 미사일, 장거리 포병 등의 항적을 추적하여 아군의 방공수단을 연계하여 방어하는 센서와 슈터의 네트워크를 말한다. 최소한 MCRC나 AWACS 는 있어야 한다. 공중위협은 워낙 고속이므로 대응시간이 극히 짧다. 통합방공망이 없다면 개별 방공무기가 대응해야 한다. 그러면 효과적인 대응이 거의 불가하다. 미국과 NATO는 베트남전 이후로 우크라이나 처럼 경쟁력이 있는 위험 공역(contested airspace)에서 작전해본 적이 없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전쟁에서 미군과 이스라엘군은 현대적 방공시스템에 의해 제한, 장거리 공격에 의존하고 있다. 방공망의 차이는 공중작전수행환경에서의 매우 중요한 차이이다] 상당히 강력한(그리고 NATO에 의해 지원되는 네트워크가 있었을 것임에도) 우크라이나의 방공망 속에서 작전함에도 불구하고 초전 2일만에 우크라이나의 대부분의 대공레이더를 다 파괴했었다. 다만 언론에 보도만 되지 않았을 뿐이다.
하나의 증거를 보자. OSCINT로도 얼마든지 전황을 분석할 수 있다. 전쟁초기(2022. 2.25~3.10) 키에프 방향으로 진행하던 러시아 전차, 장갑차, 군용트럭으로 이루어진 장경 40마일을 기억할 것이다. 아래 링크를 보면 기억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저 기갑차량들의 행렬은 키에프로 진격하다가 멈춘 뒤 2주 후에 철수했다. 만약 우크라이나의 항공기가 비행할 수 있었다면, 저 전차들은 그야말로 Sitting Duck 즉 앉아 있는 오리 신세의 좋은 표적이다. 전투기 조종사에게 물어보라. 쉽게 파괴할 수 있다고 답할 것이다. 첫 표적과 마지막 표적만 파괴하고 나면 올데갈데 없는 나머지 전차들은 하나씩 차근차근 요리하면 된다. 전투기가 표적을 공격하는 임무를 ATO(Air Tasking Order, 항공임무명령)이며, 이것은 작전의 가장 최우선 처리 업무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대응시간이 없을 수도 있으므로 한미연합군은 초전 3일간의 ATO를 미리 작성해둔다. 이를 Pre-ATO라고 한다. 북한의 수백~수천 여 의 중요표적에 대해서 공격하게 되어 있다. 물론 그 이후에는 일자별로 ATO를 작성한다. 최근 몇년전부터 북한 핵에 대한 대응수단을 보강하기 위해서 Set-ATO라는 것을 추가하여 대비하고 있다. ATO는 공군을 위한 것이지만, 해군도, 지상군의 장거리 포병과 미사일도 임무가 할당될 수 있다.
그런데, 저 처리하기 좋은 표적에 대해서 우크라이나의 공격기, 미사일, 포병 공격 없었다. 심지어는 대대급 대전차 전력의 투입도 없었다. 단지 간헐적 manpad와 화염병 공격만 목격되었다. 그리고 이내 이제 전차의 시대는 끝났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공군기지를 폭격하여, 전투기, 장거리 레이더, 지상 요격레이더 등을 파괴하였다. 러시아는 이들이 파괴된 것을 알고 안심하고 들어온 것이다. 아니면 저렇게 단풍때 대청봉 올라가듯 줄서서 기동할 수가 없다. 따라서 우크라이나는 ATO를 실시할 충분한 전력이 없었으며, 설사 남은 항공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러시아의 방공망에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래의 손실그래프를 보면, SAM은 초기에 대부분 파괴, 항공기와 헬기도 상당히 파괴되어, 이후에는 더 파괴할 것이 없는 정도라는 것을 읽을 수 있다. 러시아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공중우세를 확보하고 있다. 지금도 러시아는 정밀타격은 이스칸데르를 사용하고, 인프라공격은 러시아의 항공폭탄에 의해 실시되고 있다. 미국이 다른 것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해줘도 자신의 전투기는 절대로 우크라이나에 지원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전세계에 F-35를 최첨단 스텔스기라고 팔아먹고 있는데, 우크라이나에 들어가서 러시아의 방공망에 걸리면, 뼈도 못추린다는 것이 밝혀지는 것이 무서울 것이다. 미국무부나 미국방부가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록히드 마틴 같은 회사가 반대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에 대한 증거를 보아도 초기에 강력하게 낙인된 잘못된 기억을 지우기는 어렵다. 그래서 프로파겐다를 하는 것이다. 여기에 한번 걸려들면 벗어나는 길은, 어렵지만, 사실을 받아들이는 방법밖에 없다. 일단 진실에 눈을 뜨게 되면, 스스로 바른 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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