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전의 발전은 기술적인 측면은 아직 진단하기 어렵다. 정확한 기술적 진화를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레이다와 전자전 기술을 뛰어 넘는 기술의 등장여부는 전쟁이 끝난 한참 뒤에나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그 적용의 광범위성은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 어떤 기술도 몇 주 안에 무력화시켜버리는 편재성(ubiquatousness)이라고 할까, 여하튼 규정하기 힘든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다음의 무기들을 들 수 있다.
엑스컬리버 유도 포탄은 2007년 미국이 개발한 155미리 포탄으로 GPS유도 방식이며, 정확도는 CEP(원형공산오차) 4m인 획기적인 정밀탄약이다. CEP 4m는 20~40km 밖에서 발사했을 때 탄착점의 50%가 표적중심의 반경 4m 내에 떨어진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전통적인 포병의 사용은 지역표적과 제압용이었는데 비해, 이 탄약을 사용하면 한발로 점표적 타격 가능하다. 전선에서 보병이 요청하여 정면에 있는 적의 표적좌표를 전달하면, 적에게 포병사격을 가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과거에는 정확도가 몇 십m 이상이다 보니 멀리 떨어진 적에 대해 제압사격을 하는 동안, 아군이 자유롭게 기동하는 그런 용도였다면, 엑스칼리버탄을 사용하면 동일한 적들을 직접 격멸해버리는 것이 가능한 획기적인 무기이다. 얼마전에 우리나라의 K-9를 이용하여 미국의 사격장에서 엑스칼리버탄의 실사를 하였다. 미군이 K-9을 구매할 경우, 미군의 155미리 탄약의 종류별로 사격이 가능한지, 그 정확도가 어느 정도되는지를 시험한 것이다.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소한 능력면에서는 푸른색이 켜진 것이다.
엑스칼리버 유도 포탄은 미국이 2022년 10월에 우크라이나에 인도하였다. 전선에서 사용했을 때, 초기 명중률은 50~70% 로 매우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런데, 몇 주 만에 러시아군이 재밍을 통해 무력화하는 방법을 발견하여 명중률이 10% 이하로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 군은 2022년 12월 이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발사전에 표적위치를 장입하는 단계에서 매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비해, 실제로 낮은 성공률을 보임에 따라, 위치만 노출시켜 오히려 러시아 포병의 표적이 되어버려 많은 피해를 입었다. 전장에서 활용가치를 입증하지 못하게 되었다.
HiMARS는 M270 MLRS를 반으로 나누어 궤도차량대신 차륜트럭에 탑재하여, 고기동성으로 신속하게 사격이 가능하도록 만든 MLRS 계열에 속한다. 227mm 6발을 발사하거나, ATACMS 1발을 발사할 수 있다. GPS유도 방식의 M30/M31 로켓을 사용하여 높은 명중률을 자랑한다. 2022년 7월에 우크라이나군에 인도되었는데, 초기에는 높은 효과를 과시하여, 장거리 사격으로 러시아의 군수지원 환경의 변화를 강요하였다. 케르손의 안토노프스키 브리지를 타격했을 때, 라운드와 라운드 사이의 탄착점 간격이 일정한 정도로 정밀성이 높았다. 물론 장거리 자산이므로 그 자체는 아직도 유용하나, 재밍을 당하거나, 러시아 방공자산으로 격추되는 사례가 증가하여 초기 만큼의 효용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GPS유도 폭탄으로 유명한 JDAM은 재래식 폭탄(Dumb Bomb)에 GPS 유도키트를 부착하여 정밀유도무기로 탈바꿈한 항중폭탄이다. 매우 정확한데다, GPS 항재밍 능력까지 보유하였는데, 우크라이나에는 60km 범위를 가진 ER 버전을 인도하였다. 최신 버전들은 관성항법장치(INS)와 GPS 복합항법을 사용하지만, 재밍/스푸핑 시 GPS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 INS로 복귀하는 것은 해결책이 못된다. 왜냐하면 INS만으로는 초당 1m의 오차가 누적되어 60km를 할공비행하면 엄청난 오차가 누적되어 재래식 폭탄과 별반 차이가 없게 된다. 이 역시 앞의 무기들과 비슷한 효과곡선을 그렸다. 여기에 더하여 우크라이나의 항공기가 파괴되고 남은 것이 별로 없어 항공폭탄 자체도 그다지 효용성이 없다.
- GSDB(Ground-based Small Diameter Bomb)
SDB(GBU 39, 할공폭탄)의 지상발사 버전으로 로켓 위에 탄두로 부착할 수도 있고, HiMARS나 M270으로 발사할 수 있다. SBD는 북한의 장사정포가 갱도진지에서 나올 때까지 선회하다가 나오는 대로 타격할 수 있는 무기이며 정밀도가 매우 높아 F-35 내부무장창에도 장착이 되어, 우리도 도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SDB를 지상에서 발사할 수 있으니, 공군이 약한 우크라이나에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어 2024년 2월에 우크라이나에 인도하였다. 그런데 GPS 재밍과 스푸핑에 전술적 약점을 드러내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이미 공표하였다.
위의 무기들은 GPS 재밍과 스푸핑에 취약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더 놀라운 공통점은 이 무기들은 현재 미군에서 운용중인 무기이며, 구형 무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M982 Excalibur는 2007년에 개발하였고, 우크라이나 인도한 버전은 2015년 이후에 생산하기 시작한 무기이다. JDAM은 1997년에 실전배치하였으며, HiMARS M30/M31로켓은 2005년에 실전 배치하였다. GSDB는 2023년에 생산한 것이다. 즉 JDAM은 약간 구형으로 중년형(?)무기라고 할 수 있으나, 나머지는 무기들은 신형무기이거나 최신형 무기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무기들이 전장에서 효용성이 급락한 것 시간은 불과 2-6주 내라는 것이다. 즉 러시아의 전자전 기술은 전장에서 나타난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만큼 우수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전자전 능력만큼이나 놀라운 적응력으로 기술적 우월성이 거의 내재화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러시아의 GPS 재밍으로 우크라이나의 전력망 방해한 사례가 있다. 우크라이나의 전력망의 시각 동기화는 GPS신호에 의해 유지되고 있으나 재밍으로 동기화 실패하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이 경우 전력망의 물리적 파괴와 같은 효과를 보인다. 한 동안 마비된 전력망은 비위성기반 백업 클락을 설치한 후에 해결하였다고 한다. 모바일 네트워크의 어떤 종류는 GPS 신호를 이용하여 시각 신호를 기지국들에게 분배하는 방식으로, GPS 재밍은 모바일시스템을 파괴하여 사회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
지난 30여년간 세계는 정밀유도무기(PGM)의 등장으로 과거 대비 매우 높은 정밀성은 투발해야 할 무기의 수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를 군사력 건설에 적용해왔다. 정확도가 10%에서 90%로 높아지면, 9개의 무기를 1개의 PGM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해서 무기의 질을 높이는 대신, 무기의 수를 줄여왔다. 그런데 막상 전장에서는 정밀성을 유지할 수없다면, 결과적으로는 같은 돈으로 무기의 수만 줄인 것과 같은 결과가 되는 셈이다. 이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문제이다. 무기의 전반에 대해 패러다임을 점검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