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15일 우크라이나의 suspline에서 시작되어, 미국의 ISW와 우크라이나 프라우다를 거쳐, 국정원이 발표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참전 소동이 이제 1달이 넘어가고 있다. 아직도 북한군의 참전 증거를 내놓지 못한 가운데, 전 세계 언론은 북한군 참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고, 진원지인 우크라이나에서는 매일 같이 증거와 무관한 동영상에 북한군 참전 자막을 달아서 퍼뜨리고 있다. 이미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선 파견 뉴스 분석, 북한군 파병에 관한 미국의 공식적 발표 #1, 북한군의 크루스크 참전 내러티브 등
세 차례에 걸쳐서 포스팅한 바 있는 내용이지만, 지난 주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서 그 이유를 설명하였다. 어눌한 말쏨씨이지만,
그래도 글을 읽는 것보다 설명을 듣는 것이 쉬운 분들을 위해 영상을 게시한다.
그 사이에 미국의 대선이 끝나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을 준비중인데, 외교안보를 담당할 인사들을 보면 매우 실망스럽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서 지난 3년간 벌어진 고강도 분쟁으로 인해, 엄청난 군사력을 소모한 미국이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할 것으로 보이고, 만약에 미군에게 외교전선에서의 매파적인 입장을 시행할 수 있는 군사력이 없다는 것을 정직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군사적으로 괴멸할 것이고, 결국에는 핵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두렵다. 트럼프 신행정부에서 추진하게 될 정책과 그에 따른 긍정적, 부정적 효과 및 우크라이나/이스라엘-중동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서는 분석이 정리되는대로 곧 포스팅을 하겠다.
다시 국정원, 북한 특수부대 러-우크라 전쟁 참전 확인 건으로 돌아와서, 이 보도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우리 정보기관의 수준이 염려되고, 이를 기반으로 추진하는 외교안보정책 전체, 나아가 국가의 손실이 걱정된다.
북한군을 러시아 조직에 통합하는 문제
10,000명 ~ 12,000명으로 보도되고 있는 북한군을 러시아의 군사조직에 통합하는 문제는 쉬운 것이 아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1992년 사실 상 단절되었다. 러시아는 1990년대를 생존을 위해 정신 없이 보냈다. 우리에게 차관을 갚기 위해 불곰사업을 추진했을 정도였으니, 북한에 신경쓸 수가 없었다. 러시아의 지원이 끊어진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계속했다. 러시아를 잃은 북한은 한국과 중국의 도움으로 연명하는 세월을 보냈다. 간혹 교류가 있을 때, 북한은 MIG-23/25/29의 부품을 요청했으나, 한국과의 관계를 의식한 러시아는 NO라고 했다. 양국간에는 시베리아 벌목공 이외에는 사실상 교류가 없었다.
당연히 북러간에는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한 적도 없으며, 북한군과 러시아군에는 전술적 공통점도 작전적 공통점도 없다. 더구나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는 언어나 장비나 통신능력에 있어서 전혀 접점이 없다. 러시아에 관하여 사람들의 뇌리에 러시아 마피아 밖에 생각이 남아 있지 않았던, 2010년 경부터 러시아군은 대대적인 개혁을 한다. 사실 개혁은 더 일찍 시작되었으나, 처음 시도한 개혁은 대실패로 끝나고 다시 개혁에 착수하여 성공하게 된다. 그 사이 물론 러시아군의 교리도 많이 바뀌게 된다. 러시아군은 몇 차례 전쟁을 치르면서 대대전술단 Battalion Tactical Group이라는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그러니 북한군과 러시아군은 큰 차이가 난다. 러시아군의 개혁이야기는 다른 기회에 포스팅하겠다.
Kursk 지역에 대한 러시아군의 정신적인 측면
2차세계대전시 독소전의 전사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은 이해가 쉬울 것이지만, Kursk는 러시아인들의 피를 흘린 성지와 같은 곳이다. Kursk전투는 대규모 기갑전을 시행하여 독소전 뿐아니라 2차 세계대전 전체의 저울추를 바꾼 곳이다. 소위 Tipping point가 되는 전환점이었던 곳이다. 어쩌면 우크라이나가 지난 8월 6일 Kursk를 공격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수도 있다. 작전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을지라도, 러시아군의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칠 곳일 수 있다. 따라서 북한군을 Kursk 전선에 투입한다면 러시아군은 정신적으로 패배를 인정한 것과 비슷한 모습이 된다. 러시아군에서는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Kursk 전선 투입 등을 기획한 팀이 얼마나 독소전에 대한 소양이 부족한가를 짐작하게 한다.
대포밥(cannon fodder)
지난 2년 반 동안 우크라이나전을 보면서 가장 많이 회자된 용어중의 하나가 Cannon Fodder(대포밥)이라는 용어이다. 러시아군의 포탄소모량이 우크라이나군의 10배 이상 달하게 되자, 영국의 RUSI에서는 산업전의 귀환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한다. 보고서의 내용을 요약하면, 걸프전 이후 서방에서는 정밀유도무기PGM의 시대가 활짝열렸었는데, 막상 우크라이나전쟁에서는 정밀유도무기는 아무 소용도 없고, 결국은 대포전으로 간다는 그런 내용이다. 물론 포탄소모량이 10배 차이난다는 전장의 현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너무 참담했는지 축소해서 보고했다. 그러나 이미 SNS 등에서는 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대로 보고되어 관심있는 사람들은 전쟁의 방향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개전한지 3달도 지나기 전부터 우크라이나군인들은 모두 대포밥이 될 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2년 반이 지난 지금은 이미 그것이 다 이루어졌다.
그런데 참전한 북한군대는 북한의 폭풍군단소속 특전요원들이라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특전요원들이 대단한 줄 알지만, 이들은 몸이 무기인 사람들이다. 전쟁에서 적 후방에 침투하여, 요인을 암살하고, 인프라를 폭파하는 등, 특수전을 하는 부대이지, 정규전에서는 총 한방 맞으면 죽는 사람일 뿐이다. 당연히 어떤 화력도 없으니, 고강도 산업전쟁에서는 별로 쓸데 없는 부대이다. 그야말로 대포밥이다.
법적인 문제
한나라의 군대를 다른 나라에 파견하는 것, 그것도 전투에 투입하는 문제는 그리 쉽게 되는 문제가 아니다. 박정희정부시절 베트남 파병, 노무현정부시절 이라크 파병과 관련하여 우리가 겪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그런 결정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북한군을 우크라이나전에 참전시키는 문제가 그것보다 더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해이다. 북한군을 러시아에 파병하여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법적 근거는, 북한과 러시아 간에 맺은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이다. 이 법의 비준은 러시아 상원에서 2024년 11월 6일에 이루어지고, 11월 9일 푸틴대통령이 서명하였다.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11월 11일 서명하였다. 법의 발효시점은 비준서가 교환되는 시점이다. 아래는 조선중앙통신 발표내용을 국내언론에서 방송한 것을 캡쳐한 화면이다. 즉, 우리 국정원이 발표했던 10.19일은 이보다 몇 주 전이다.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할 어떤 법적인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북한은 파병하고, 러시아는 받았다는 이야기이다. 한국가의 다른 국가의 전쟁에 참전하는 것과 관련된 법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짐작된다.
우크라이나의 필사적 몸부림
결국 사태를 정리해보면, 전선이 무너지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도와줄 능력이 없는 미국과 NATO 군의 무능력함을 파악한 우크라이나가 마지막 지푸라기인 한국의 정치적 군사적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프로파겐다에 불과한 것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 국회 국방위 등에서 이루어지는 회의 등을 보면, 국방부에서는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병과 관련한 법적인 조건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서 국방부차관은 상위법이 없는데 국방부훈령을 만들어서 운용한다는 등 전혀 법적인 지식이 없는 듯한 모습을 비추었다. 법무실에서 기초적인 것도 검토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즉, 국방부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정원이 나서서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합리적으로 의심된다. 우리 국정권을 움직이는 것은 미국의 정보부서일 것이고, 미국방부도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여하튼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군에서 운영하는 대표적인 프로파겐다매체인 CENTER FOR COUNTERING DISINFORMATION 에서 미국발 북한군 참전 소식을 퍼나르고 있다. 하나 놀라운 것은 이곳에서도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라고 disclaimer를 달고 있다. 자신들이 생각해도 너무 심한 것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국정원, 북한 특수부대 러-우크라 전쟁 참전 확인"이라는 보도자료를 생산한 국정원은 어떤 출구전략을 세울 것인지 걱정된다. 그나마 트럼프의 당선으로 잠시 미국의 압력이 멈출 것으로 전망되어 정부에서는 한숨 돌리기는 하겠지만, 지금이라도 국제정세를 잘 파악하여, 무지하여 걸려든 올가미에 잘 빠져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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