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의 붕괴 임박과 미국의 동떨어진 현실인식

진재일 2025. 1. 3. 12:25

뒤늦은 지상군 개혁

 

2024년 12월 12일 우크라이나군의 신임 지상군사령관 미하일로 드라파티 지상군 개혁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2025년 1월 2일, 루스템 우메로프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의 지상군 사령부를 총괄적으로 감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상군의 개혁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문제가 만연해있어서, 지상군 사령부의 혼자 힘으로 개혁은 쉽지 않음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개략적인 아젠다는 부패에 대한 절대 관용을 베풀지 않는 징집체계 개편, 일선 병사의 교육 강화, 첨단 기술을 운영에 통합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즉, 인력의 부족에 대한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일선부대의 인력부족을 동원의 저조에 원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군에는 탈영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8만건이라고 하지만, 전쟁이 시작된 이래 탈영으로 인한 재판 건수가 20만건에 이른다는 미확인 루머도 있다. 주된 원인은 무기, 장비, 물자 부족과 낮은 훈련상태 등으로 전장에서 어떻게 전투해야하는지 모른 채로 투입되는데 따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포크로프스크 전선 상황

 

블룸버그에서는 새해 첫날 기사에 포크로프스크에 투입된 우크라이나의 최신 레오파드2 여단이 전투도 시작하기 전에 붕괴되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내었다. 이 부대는 공식적으로는 서부 우크라이나에서(실제로는 프랑스에서) 훈련을 받고 있을 때부터 5800명 정원 중에 1700명이 무단 탈영(AWOL, Absence Without Official Leave)했으며, 전투에 투입되자 말자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불과 몇달전만 하더라도 우크라이나군이 잘 싸우고 러시아군이 괴멸되고 있다는 보도 일색이었던 서방언론의 새해 첫날 기사로는 다소 이색적이다. 이런 기계화부대는 창설하여 무장하고 훈련하여 전투에 투입하여 어떠한 작전적인 성공을 원한다면, 18개월은 필요하다. 만약 훈련이 극도로 잘된 보충부대일 경우에라도 최소 6-9개월은 필요하다. 이런 군사력을 생성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현재 포크로프스크에서의 우크라이나의 방어 실태는 병력부족, 장비부족, 탄약부족 등과 함께 사기저하 등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도 러시아군은 포크로프스크를 정면 공격하지 않고 있다. 통상의 방법대로, 정면 공격의 형태를 취하면서 사실은 측방을 공격하여, 포위하는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일종의 기만전술이다. 급한 공격에는 노출과 함께, 보급선 유지의 문제가 항상 뒤따라온다. 500명 정도의 대대의 기동도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 지는 잘 알 것이다. 작전과 군수가 연결되지 않으면 효과적인 공격이 되지 않는다. 러시아군은 군수라인을 잘 유지한 채로 작전을 수행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서두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포크로프스크의 전선 상황을 들여다 보면 도심부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최소 2중의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사실상 러시아군의 화력통제하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서쪽에서 진입되는 고속도로 2곳(8시 방향과 10시 방향)을 차단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며, 차단될 경우, 북쪽으로 가는 철로(12시 방향, 검은 선)와 동쪽으로 연결되는 고속도로(2시방향)은 자동으로 기능을 상실한다. 보급선의 차단을 시도한 뒤에는 공군과 포병에 의한 화력공격이 진행될 것이다. 이미 수개월에 걸쳐서 상당부분 진행되어 왔다. 적지종심부대 등 미리 도심부로 진입한 일부를 통해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우크라이나군이 상당부분 사라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보급통로가 유지되는 한 우크라이나군은 생성한 증원군을 어렵지 않게 파견할 수 있다. 

 

포크로프스크 전황도: 우크라이나군이 도심에 강력한 진지를 구축한 상태이며, 러시아군은 1-2km까지 근접한 상태이지만, 측면을 먼저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의 6개 전선 상황도 유사

 

지난 6개월간 동부 6개 전선의 상황이 얼마나 변했는지는 아래의 지도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특히 우글레다르는 러시아군이 1년 6개월간 공격했던 곳이다. 이곳이 무너지자 전선은 급격히 붕괴된다. 포크로프스크(4번으로 표시한 지역)를 제외한 5개 지역의 전선은 급속히 붕괴되었다. 이제 포크로프스크가 사실상 마지막 전선으로 보인다. 심하면 마리우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으나, 그때에 비해 우크라이나군이 많이 약해졌으므로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동부전선이 일단락되면, 자포로지아와 헤르손 쪽으로 공세를 가할 수 있다. 또한 오데사까지도 진출할 수 있다. 따라서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2024년 7월 1일자의 동부 6개 전선의 상황

 

2025년 1월1일의 동부 6개 전선 상황

 

 

지상군에 대한 총괄적 감사와 개혁

 

다시, 서두에 언급했던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지상군 감사문제로 돌아가자. 전쟁이 사실상 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 와서 이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은 통상적이지 않다. 보통 이런 문제는 종전 이후에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개혁은 10년~20년을 두고 준비하고 시행해야 하는 것이다. 훈련기간을 1달에서 2달로 늘이겠다는 것도 언발에 오줌누기이다. 전투력의 창출에는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린다. 이같은 개혁을 전시에 시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도 없고, 장비도 없고, 훈련시설도 없다. 지금 이시점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무슨 의도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어쩌면 징집 등의 문제와 부정부패와 관련된 국내적인 비판이 상당한 수준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본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무단탈영문제가 매우 심각해져서 현재 부대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전선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노력일 수 있다. 

 

푸틴의 말

 

서방에서는 2023년 말부터 시작된 러시아의 공세는 그렇게 장기간 유지할 수 없다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12월 19일 푸틴은, "우리 군은 전진하고 있다. 적은 자신의 위치를 유지할 수 없다. 그들은 철수했고, 방어선을 조직했지만, 방어선을 유지할 수 없다. 다음날에는 다음의 전진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군을 저지할 수 없다." 라고 말했다. 서방에서 예상한 것과는 다르게 러시아가 계속 공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전선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은 푸틴이 말한 그대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젤렌스키의 말

 

2024년 12월 31일 젤렌스키는 "2025년은 우리의 한 해가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해가 될 것이다. 평화는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러시아를 저지하고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 각자가 원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뒤에는 모국 우크라이나가 서있다. 모국은 평화롭게 살 가치가 있다. 우리 모두가 이것을 소망하고 있다. 새해에는 대통령으로서 그리고 시민으로서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고,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어깨를 맞대고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아름다움과 독립을 지킬 것을 다짐한다." 

 

이 같은 말을 2021년도 연말이나, 2022년도 연말에 했다면 뭐 말이 될 수도 있다. 2022년에는 러시아도 작전적인 실수도 있었고, 우크라이나가 이를 공략한 적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전쟁의 큰 흐름은 시종일관 변함이 없었다. 오랫동안 사실을 숨기고 거짓으로 일관해왔는데 갑자기 진실을 말할리는 없지만, 거짓말은 유통기간이 짧다. 전선에서 목숨을 바칠 군인들이 가장 잘 알고 있으며, 이런 사실은 유비통신을 타고, 은밀한 소문을 타고 후방까지 전해진다. 그러니까, 탈영과 징집회피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2025년이 우크라이나의 해가 될 것이라는 것은 전장의 현실과 맞지 않는 소리다. 군통수권자로서 해야 하는 말이겠지만, 국민들에게 현실을 알려주고 애국심에 호소하는 정직한 태도가 아쉽다.

 

현실성이 결여된 트럼프의 평화계획

 

협상이 불필요한 러시아

트럼프의 24시간 내에 전쟁을 중단하겠다는 다소 과장된 주장은 선거에서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만약 그가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심각한 문제일 것이다. 특사로 선임된 켈로그 장군의 주장은 전장의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이므로 러시아가 벌써 거절했다. 문제는 러시아는 지금 협상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 뿐아니라, 협상을 하면 반역으로 몰릴 수 있는 상황이다. 전쟁은 어느 때보다 러시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사실상 승리한 상황이므로 전과를 확대하는 일에 러시아군은 서로 공치사를 하고 싶을 것이다. 그동안의 인내에 대한 열매를 수확할 시기인데, 협상을 해라고 하는 것은 협상의 결과가 전과학대보다 좋을 때가 가능한 것이다.

 

서방의 엄청난 양보가 필요한 협상안

전황에 관한 트럼프와 그의 특사의 인식이 사실과 동떨어지면, 협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 역시 동떨어진 것일 수 밖에 없다. NATO가입을 연기하는 것이 협상안이 될 수 있는가? 필자는 NYT에서 군불을 지핀 협상안에 대해서는 러우전 협상시나리오와 협상 전망의 포스트에서 평가한 바 있다. 한 마디로 헛소리라는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지 협상을 하려면, 러시아가 아직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4개 지역의 영토를 우크라이나가 포기하는 것을 포함한 심각한 양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Donald Trump's Ukraine 'One Day' Peace Plan Just Smashed Into Reality

Donald Trump’s plan to end the Ukraine war in “one day” faces a grim reality as Russian Foreign Minister Sergey Lavrov rejects key elements of the proposed Kellogg Plan.

www.19fortyfive.com

 

정확한 현실인식이 우선되어야

그런데 이같은 협상의 진행은 트럼프를 패자로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협상은 처음부터 꼬이게 되고, 트럼프가 약속했던 24시간은 24개월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가 취임하면, 협상단을 보내는 등 뭔가 대화를 시도하겠지만, 몇 달을 허송한 뒤에 협상대표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 털시 개버드의 DNI와 CIA 간의 서열싸움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므로 트럼프가 정확한 정보를 보고 받는데에는 수개월 이상이 소요될 수도 있다. 항상 의사결정에는 제대로 된 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 현재의 상황들을 생각하면, 트럼프가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여름은 되어야 제대로된 협상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MSM은 트럼프를 조롱하려 들 것이다.

 

신뢰형성이 우선

트럼프가 협상에 진심이라면, 우선 러시아의 신뢰를 형성하는 일에 먼저 집중해야 할 것이다. 소련 해체이후 지금까지 줄 곳 서방에 속아온 러시아는 믿을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진심을 보여주지 못하는 모든 일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그 이전까지는 러시아는 계속 전진할 것이다. 어느 시점이 되면, 우크라이나는 협상이건 무엇이건 항복하고 보겠다고 나올 수도 있다. 협상보다 전쟁이 먼저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아까운 인명의 희생을 지금이라도 중단하기 위해서는 미국 눈치보지 말고 젤렌스키가 먼저 협상을 제안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도, 아무런 지정학적인 두뇌도 없는 광대가 이런 생각을 할 리가 만무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스스로의 선전에 스스로가 속은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매우 불행한 결과가 나온다.

 

 

Russian advances in Ukraine grew seven-fold in 2024, data shows

Russia advanced by almost 4,000 square kilometres (1,500 miles) in Ukraine in 2024, seven times more than in 2023, an AFP analysis of data from the 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 showed Tuesday.

www.france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