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협상 Negatiation

협상 전망

진재일 2025. 1. 11. 02:05

트럼프가 당선된지 2달이 지나, 이제는 취임일이 열흘 남짓 남은 상황이다. 전선은 붕괴되고 있으나, 협상은 시작할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며칠 전 젤렌스키는 트럼프에 대한 아부로 일관한 Lex Fridman과의 인터뷰에서 여러가지의 거짓말과 함께, 푸틴을 살인자로 칭하면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차기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파나마 운하, 그린랜드, 캐나다 합병 등의 매우 선정적인 발언을 한 이틀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의 협상에 대해서 다소 물러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NATO가입에 대해 푸틴의 우려를 이해한다고 했다.

 

출발부터 현실과 괴리된 발언을 일관해온 우크라이나 특사 캘로그 장군은 연초의 우크라이나방문을 별다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취임식 이후로 연기하였다. 그러면서 시간에 쫒긴다는 말과 함께 100일 안에 해결하겠다는 말도 했다. 여기서 시간에 쫒긴다는 것은 전장의 현실에 대해서 좀 더 잘 알게된 것이지 않을까 하는 짐작을 가능하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100일이라는 비현실적인 주장을 보면, 아직도 제대로된 정보조차 없는 것으로도 보인다.

 

이에 비해 트럼프는 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기간도 켈로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선거 때 말했던 선정적인 24시간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시간이다. 아직 현실인식이 사실에 부합하는지의 여부는 불명확하다. 협상에 이르는 길과 협상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중요한 쟁점을 분석해본다. 

 

협상에 이르는 길: 협상시작 사격 중지 → 의지 확인 → 회담 평화

 

협상의 궁극적인 목표는 평화를 달성하는 것이다. 평화라는 목표로 가는 중간과정에는 사격 중지가 있을 것이다. ceasefire는 직역하면 사격중지이지만 대부분은 의역하여 정전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6·25정전협정과 같이 공식적으로는 평화협정으로 전이되지 않고 70여년간 유지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 포스팅에서는 좀더 장기간을 내포할 수 있는 정전이라는 용어 대신에 사격 중지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정전이라는 본의미에 가까운 의역을 하면, 현재의 우크라이나 상태에 대해서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다. 용어 선택에서부터--사격중지든 정전이든 사실상 같은 뜻이지만--매우 한시적인 의미의 정전을 강조하는 것이다.

 

만약 사격중지가 이루어지고, 이것이 최소한 수개월 이상~상당기간 유지가 되면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평화협상이 지속될 수 있다. 따라서 내용없는 명목상의 회담이 상당히 이루어지겠지만, 결국 평화를 위한 양측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결국은 의미있는 회담으로 이어질 것이다. 사격중지가 전세가 불리한 우크라이나군의 전투력 복원을 위한 시간 벌기를 할 것이라는 (특히 러시아 측의) 의심을 지울 수 없을 것이므로 사격중지 그 자체도 매우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이 전쟁은 평화라는 궁극적인 목표가 달성되기 전까지는 결코 멈출 수 없으므로 어떤 중간과정도 수단적인 의미를 벗어나기는 어렵다. 평화회담이 끝나기 전까지는 전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격 중지를 위한 조건

 

사격 중지라는 중간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협상 시작에는 상황인식에 대해서 어느 정도 수렴해야 한다. 지고 있는데 이기고 있다고 생각하든지, 내가 더 불리한데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든지 해서는 협상의 시작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상황의 유·불리는 가변적이지만, 어떤 시점에서의 상황이든지 인식에 대한 공감대가 없으면 협상의 시간은 계속 낭비될 뿐이다.

 

상황인식에 대한 수렴이 필요한 특별한 이유는 ① 내러티브 전의 장기적인 부작용과 ② 정권교체 부진으로 인한 정보실패 등이 있을 수 있다. 오랫동안 내러티브 전을 수행한 결과 부작용으로 현실과 무관한 인식이 너무 많아서 현실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또한 서방(특히 미국)이 전황에 대해 우크라이나측에서 제공한 정보를 검증도 하지 않고 받아들여서 발생하는 정보실패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아래 기사는 러시아 예비군이 야전삽으로 전투한다는 BBC의 기사이다. 이 기사의 출처는 영국의 국방부의 공식 정보 업데이트이며 지금도 게시되어 있다.

 

Ukraine war: Russian reservists fighting with shovels - UK defence ministry

Troops could be engaging in hand-to-hand combat in Ukraine, Britain's defence ministry says.

www.bbc.com

 

북한군이 크루스크에 참전했다는 것도 명백한 거짓이지만, 아직도 계속 보도하고 있다. 심지어는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이라는 자가 직접 거짓말하고 있다. 아직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주장만 있다. 이들은 반복 재생의 선전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같은 광고를 계속해서 틀어놓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어떤 증거를 본 적도 없지만, 사람들을 세뇌할 수 있다. 결국 내러티브전과 정보실패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크게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1. 미국 신정부의 상황인식의 현실화 필요

전혀 협상의 의지가 없었던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의 기치를 내걸고 있다. 분명히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정말 협상 의지가 있다면, 일단 전장에서의 현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현실인식이 다르면 의견조율이 불가능하다. 우크라이나군이나 러시아군은 전장의 현실을 잘 알고 있다. 미군과 NATO군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러나 32개 군의 이해 정도가 비슷한지는 모르지만 다소 차이는 있을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군에서 정치지도자들에게 얼마나 정직하게 보고하느냐의 문제가 있다. 젤렌스키의 발언을 보면, 전장의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내용이 많다. 그렇지만, 이는 패배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통수권자로서 또한 NATO와 EU 및 우방들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다소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는 좀 다르다. 대통령의 교체시기에 있고, 바이든 행정부는 거짓말로 일관해왔으므로 그 자세를 마지막까지 유지할 수도 있다. 구정권과 신정권 사이에 협조라는 것을 거의 볼 수 없는 수준의 간격이 존재한다. 트럼프 정부는 취임한 뒤에야 제대로된 정보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정보보고의 정확성이 어떤 수준으로 담보될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왜냐하면 아직도 딥스테이트는 Tulsi Gabbard의 DNI 실장 상원 인준을 계속 미루고 있다. 이는 고의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 만약 인준을 하게되면 현재의 정보를 즉시 보고해야 하는데, 이 경우 앞으로도 계속할 우크라이나 지원이 곤란해질 수 있다.

 

즉, 우크라이나 전에 대한 내용을 트럼프 팀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는 상당기간 정보 부재 상태에서 이끌어 가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 트럼프는 바이든이 smooth transition을 약속해놓고 그날부터 방해하기 시작했다고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켈로그 특사가 우크라이나 방문을 연기한 결정적인 이유가 정보부재일 수도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8일 자신의 Truth Social에 러시아가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돕지 않은 이유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약 60만 명의 러시아 군인이 부상당하거나 사망"했기 때문이라고 글을 올렸다. 같은 게시물에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의 손실을 "40만 명의 군인"으로 추산했다. 3년간 우크라이나전을 면밀히 추적해온 필자는 차기 미국대통령이 이 전쟁에 대한 지식이 너무도 일천하다고 생각한다. 즉각, 크렘린에서는 이 정보가 우크라이나가 만들어낸 것이라면서 실제로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보다 손실이 몇배 많다고 답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사실이다. 왜 사실인지는 증거가 넘친다.

 

 

2. 러시아의 조건들

 

협상은 상대방이 있는 것이다. 협상을 실제로 꺼내든 미국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3년전 이 전쟁을 시작하고 현재도 계속 승리하고 있는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이끄는 것이다. 트럼프는 바이든과 다르지만, 미국은 3년전 우크라이나를 협상테이블에서 끌어내었다. 따라서 러시아가 미국을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3년 사이에 지상의 현실에 큰 변화가 있었다. 러시아는 협상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지만, 기다렸다는 듯이 협상에 임할 것은 아니다. 실제로 작년까지도 터키가 몇 차례 러시아를 협상테이블로 이끌려 하였지만, 협상의 진의를 확인하고 주선해라는 한 소리를 듣고 터키는 더 이상 협상제안을 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가 왜 협상에 임해야 하는가?

현재 전장에서 승리하고 있는 러시아에서는 이 전쟁에서 완전한 승리 이외에는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의 성공은 전쟁에서든지 협상테이블에서든지 상관이 없겠지만, 의문의 여지가 없는 승리만이 의미가 있다. 푸틴의 관점에서는 우크라이나가 패배해야 한다. 그리고 서방이 우크라이나의 패배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야만 한다. 이 점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전쟁목표의 달성 여부

러시아는 전쟁을 계속할 인적, 물적 자원이 무한하다. 서방이 러시아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도한 것은 러시아와의 군사적인 대결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러시아의 힘을 빼기 위한 것이었고, 그것을 러시아는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말하는 특수군사작전은 서방의 수를 모두 읽고 준비하여 시작하였다. 작전을 수행하면서 발생하는 시행착오와 전쟁계획과 혼동하면 안된다. 현재 러시아는 자신들이 설정한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협상이건 아니건 목표를 달성하려고 할 것이다.

 

전쟁수행능력

현재 사상자의 발생에도 불구하고 부대는 전진하고 있으며, 방위산업은 풀가동하고 있다. 병력이 부족한 우크라이나에 비해 러시아는 병력이 넘칠 정도로 준비되어 있다. 북한, 이란, 중국으로부터 외교적이나 물질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만약에 우크라이나나 서방이 선택지를 제공하지 않으면, 러시아는 현 상황을 지속하면 된다. 러시아는 영토가 탐나서 우크라이나와 전쟁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서방의 선전전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영토에 대한 옵션도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띨 것이다.

 

영토 문제1- 합병영토

러시아는 이미 합병한 4개 주와 크림에 대해서는 협상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에 분쟁을 동결한다면 아직도 우크라이나가 점령하고 있는 4개 주의 일부 영토에 대해서는 만약 협상팀이 이를 논의한다면 반역죄에 몰리게 된다. 결국은 러시아의 내부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매우 잘 못 알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푸틴이 강경론자라는 것이다. 정반대이다. 푸틴은 온건론자이며, 이에 따라 내부적으로 많은 도전을 받았다. 우크라이나전쟁의 수행으로 60%수준에 머물던 그의 지지율이 다시 80%대로 상승한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미국은 이 문제를 혼자서 결정할 수는 없다. NATO/EU와 우크라이나의 의사를 조율해야 한다. 연합의 경우에는 이런 문제가 복잡해진다.

 

영토문제2-잠재적 영토

영토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은 앞으로 벌어질 전개양상과 관련이 있다. 현재는 돈바스 전선의 일부가 붕괴 직전의 상태에 있다. 포크로프스크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는 거의 최후의 방어선에 있는 입장이다. 반면에 러시아는 충분히 보급선을 연결한 상태에서 우크라이나군을 완전히 고갈시키고 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가 어떤 형태의 반격이라도 가능한 상태가 아니다. 철저히 분쇄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시간이 지나면 방어가 불가능해지는 상태가 반복되고 있는데, 이제 거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

 

만약 포크로프스크가 붕괴되면 드네프르까지 일사천리로 통과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러시아는 법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점령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선언한 영토를 탈환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그런데, 러시아는 특수군사작전의 목표에 ①Demilitarization과 ②DeNazification 만을 명시하고 있다. 영토는 전쟁의 목표와 상관이 없으므로 작전에 제한을 받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영토의 점령의 문제가 어디까지 전개될 지는 큰 미지수이다. 드네프로와 오데사는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도시이다. 드네프로는 코사크들이 살았던 곳이지만, 도시의 건설은 1787년 Yekaterinoslav 라는 명칭으로 건설된 도시다. 한편 오데사는 흑해의 항구도시로 기원전 6세기 그리스인들의 유적도 있고, 리투아니아, 오스만 등 여러나라들이 점령했던 곳이지만, 최종적으로는 러시아-터키 전쟁의 결과 러시아 영토가 되었고, 예카트리나 대제 때 해군항을 건설하는 등 안정화된 곳이다. 역사적인 의미가 깊은 이 두 곳에 대한 점령의 필요성을 러시아에서는 크게 생각할 수 있다. 

 

오데사를 점령하면, 우크라이나가 내륙국가화될 것이고, 국가로서 우크라이나의 경제적인 활성도는 거의 사라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몰도바를 합병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적대관계에 있었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국경을 재설정하면, 과거와 달리 완충지대가 필요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매우 복잡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아직 미지수이며, 협상의 진행과 상당히 관련성이 있을 것이다.

 

이 잠재적 영토와 관련해서는 NATO의 역할도 매우 중요해진다. NATO와 어떤 관계를 형성하느냐 좀더 크게는 전후의 유럽의 안보구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와 관련성이 있다. 트럼프는 공짜로 유럽의 안보를 보장해주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유럽의 입장에서는 안보부담이 늘어난다. 그런데, 경제는 망가져있다. 결국은 NATO 체제 자체가 무너질 가능성도 매우 높은 입장이다.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인 독일은 이 때까지 아무런 말도 못했지만, 정권이 바뀌면 달라질 것이다. NATO를 탈퇴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유럽의 안보구도와 우크라이나의 남은 땅의 처리가 상당히 맞물려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서방의 제재와 러시아 동결자산 문제

4만 가지가 넘는 서방의 제재는 협상의 조건에 들어가기는 한다. 그런데 러시아가 제재 해제를 필수조건으로 걸지는 않을 것이다. 제재는 유럽에만 피해를 준것이 분명하고, 러시아는 제재 상황이 그다지 부담되지 않는다. BRICS를 통해서 더 큰 교역이 일어나고 있는데 굳이 제재 해제를 가장 큰 문제로 들고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러시아의 동결자산도 마찬가지다. 자산의 동결자체가 서방의 금융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것인데, 서방에서는 이미 손을 대어버렸다. 나아가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는 3000억불의 동결자산을 우크라이나의 무기사는데 달라고 하고 있다. 마음속으로 원해도 말해서는 안되는 것을 말함으로서 젤렌스키는 도둑과 같은 수준이 된 것이다. 이 문제도 서방이 스스로를 해치고 있다. EU는 나중에 발생할 엄청난 법적인 문제를 스스로 만들었다.

 

제재해제와 동결자산의 문제는 이 문제는 러시아가 요구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사항이다. 현재까지의 스탠스로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특히 영란은행은 우크라이나의 국채에 올인한 이유인지, 가장 강경한 입장이다. 이 문제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나, 제재 해재 없이 종전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크라이나의 NATO가입 금지 규정

젤렌스키는 Lex Fridman과의 인터뷰에서 NATO가입을 요구했다. 물론 그전부터도 그런 요구를 했다. 그러나 이 전쟁이 무엇때문에 발생한 것인가에 대해서 모른체하는 것은 협상에 나설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 물론 그는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협상에 나서도 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임기를 8개월이나 지난 그는 현재 아무런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 러시아의 입장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의 협상대표가 누구일지를 설정하는 일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젤렌스키의 NATO 가입요구는 지금은 그럴듯하게 보일수 있어도, 몇 달 지나면 매우 사치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어쨌든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연기를 50년이나 100년과 같이 길게 잡더라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 군의 규모 설정

러시아는 자주국방이 불가능할 정도의 소규모의 우크라이나군을 요구할 것이다. 만약에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에 위협을 가할 수 있을 정도의 군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지금 그 싹을 잘라버리려 할 것이다. 이는 NATO 국가들이 콘센서스를 먼저 이루어야 한다. 시간이 매우 많이 걸릴 것이다. 미국이 나서서 혼자서 결정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것이다. 90년대 CFE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걸릴 문제이다. 

 

협상당사자와 보증자

사실상 이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이다. 이미 2014년 사태 이후 2014-2015년간 1,2차 민스크 협정을 맺었다. 노르망디 포맷으로 맺은 협정은 우크라이나-돈바스 자치정부가 협정당사자이고 프랑스/독일, 러시아/벨라루스가 보증을 맺었다. 그러나 보증을 맺은 프랑스/독일은 협정을 지킬 의도로 협정을 맺은 것이 아니라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 실토한 바 있다. 따라서 러시아는 이미 한번 속은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당사자가 필요다. 그런데 NATO/EU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당사자이다. 현실적으로는 BRICS에서 보증을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은 우크라이나를 보증해줄 수 없다. 한국/일본 등도 NATO에 협력하였고 EU의 제재에 동참했다. 러시아의 비우호 국가가 되었다. 노르망디 포멧은 이제 불가능하다. 결국 베르사이유 조약처럼 당사자간에 협정하고 끝내야 한다. 우크라이나/서방 대 러시아/남방의 형태도 가능할 것이다. 어쨌든 러시아가 생각하는 모든 국가들과의 관계설정이 불가피하게 된다. 할 일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평화유지군

우크라이나의 중립을 선언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군대를 파견하는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지만, 참가하는 국가를 결정하는 문제가 들어가면 매우 복잡해진다. 대부분의 나라가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을 지원해줬기 때문에 사실상 적대관계에 있었다. 그러니까 평화유지군의 자격이 되지 않는다. 결국의 이번전쟁에서 중립적인 지역의 군이 들어와야 하는데, 슬로바키아와 헝가리를 제외하면 러시아가 반대할 것이고, 능력도 없고 원치도 않는 슬로바키아나 헝가리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평화유지군은 말만 할 수 있지 실제로 구성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트럼프팀이 대안을 찾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러시아의 인센티브

 

앞에서 언급한 협상의 조건들에 비해, 러시아가 협상을 해야하는 어떤 인센티브가 있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우선 푸틴은 트럼프를 믿지 않는다. 2016년도에 트럼프가 당선되었을 때는 러시아에서 상당히 환영하는 분위기였지만, 2024년 당선 때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거의 이틀이나 지나서 푸틴이 트럼프의 당선에 대해 축하를 해주었다. 그것은 트럼프의 1기 때 우크라이나 나치에 대한 지원 금지조치를 해제하여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을 승인하여 제블린 등을 제공하였던 것이다. 미국 땅에 우크라이나군을 데리고 와서 훈련시킨 것도 트럼프가 한 일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푸틴에 대한 구애와 달리, 푸틴을 트럼프를 믿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러시아를 협상으로 이끌 수 없는 이유는 바이든 정부 때 모든 수단을 다 사용했지만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를 쓰러뜨리려 한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독일과 유럽을 완전히 몰락시킨 결과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과실을 따먹었던 것도 사실이다. 경제적인 공격은 거의 아무런 소용도 없었고, 우방들인 유럽이 몰락해버렸다. 더 고통스러운 제제재가 있을 수는 있으나, 자신에게 더한 고통이 돌아올 뿐이다. 이를 러시아는 잘 알고 있다.

 

군사적으로는 미군이 러시아군에 아주 열등함을 드러낸 것이므로 러시아군을 속일 수는 없다. 따라서 러시아에 군비경쟁에서 패배한 미국이 핵전쟁 이외에는 러시아에게 군사적으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핵전력에서조차 러시아가 미국을 압도한다. 핵탄두 수는 비슷하나, 러시아는 현대화되었고 미국은 현대화되지 못하였다. Trident II D5 SLBM을 제외하면 대부분 노후화된 미국은 투발수단도 방어수단도 다 뒤진다. 미국이 러시아에 앞서고 있는 것은 후티반군에 시달리다가 도망가는 항공모함과 함재기 밖에 없다. 

 

푸틴이 트럼프를 특히 믿어야 할 이유?

 

러시아는 90년대 클린턴 때, 제대로 된 미국의 지원이 없어서 고통속에 지낸 경험이 있다. 남성의 평균 수명이 10년이나 감소한, 말그대로 고난의 행군과 같은 세월을 보내면서 푸틴은 대통령이 취임하였다. 부시대통령시절에는 911이 났을 때, 푸틴은 부시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프간 전쟁을 위해 러시아의 공역을 미국에게 제공했다. 그런데 2008년 부시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를 NATO에 가입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조지아 전쟁이 발생하였고, 오바마 대통령 때는 유로마이단으로 우크라이나의 쿠데타를 일으켜서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트럼프도 특별히 다르지는 않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크라이나 나치를 지원하는 일을 트럼프 1기 때 실행했다. 바이든은 거의 미쳐 날뛰는 수준으로 러시아를 대했다. 지난 30년을 속아왔는데 특별히 트럼프를 다르게 볼 이유가 없다. 미국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상관없이 러시아를 우습게 볼 것이다라고 푸틴은 생각하고 있다. 트럼프의 슬로건인 Peace through Strength는 사실 푸틴의 슬로건일 수 있다.

 

유럽이 러시아에 원하는 것

 

유럽은 뭉쳐져 있어서 대단한 것으로 보이지만 난장이들이 모여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종전이 되면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곤란해지겠지만, 가장 곤란한 국가들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구소련 및 동구권 국가들이다. NATO라는 기구가 강력하지도 않은데, 앞으로 돈만 많이 내고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 모순적인 상황이 다가 오는 것이다. 당연히 러시아로부터 군사적인 위협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 이 군사적인 위협은 본래 존재했다기 보다는 러우전으로 인해 러시아에 많은 타격을 가하게 됨으로써 새로 발생한 위협이다. 즉 스스로 야기한 위협이다. 따라서 이들은 러시아로부터 어떤 형태의 안보를 희망할 것이다. 

 

서방의 우크라이나 방기 시나리오

 

그런데 변수가 있다. 우크라이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콘센서스가 필요하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지원이 없으면 몇 달을 버틸 수 없는 국가이다. 인력이 멸절하였고, 국토가 파괴되어 재건을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의 재정이 필요하지만, 누가 부패한 나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는가?

 

만약에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방기해버리면 필연적으로 영토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이 때 역학관계가 많이 변할 수 있다. 오데사를 러시아가 확보하면, 몰도바와 벨라루스 등이 러시아와 영토적인 연결성을 가지게 된다. 이들은 내륙국가를 면하는 방법으로 러시아와의 합병을 원할 수도 있다.

 

드네프로에서 키에프에 이르는 대부분의 동쪽 영토를 러시아가 점령하게 되면, 드네프로 서쪽의 일부 영토는 폴란드로 복속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는 남은 땅 일부를 가지고 지내야 할 수도 있다. 아래 지도분할은 우크라이나언론에서 러시아의 2045년 우크라이나 분할 계획이라면서 만든 것인데, 사실 여부보다는 앞에서 언급한 시나리오와 유사한 모습을 띄고 있다. 많은 시나리오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러시아의 2045 우크라이나분할계획 주장(출처: Kyip Post)

 

우크라이나의 평화는 시간 소요

 

평화는 협상이라는 터널을 통과하여 달성되는 것이다. 상당히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협상이 단기간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협상을 더 힘들게 할 뿐이다. 6·25 전쟁에서 휴전협정에 이르게 되는데에는 최초회담이 1951년 6월 23일 최종서명이 1953년 7월 27일이니까 2년 1개월이 소요되었다. 양측이 팽팽한 공방전을 치르고도 긴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러시아가 일방적인 전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100일, 6개월 등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무지한 것이다. 트럼프는 바이든을 비난하지만,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동일한 미국정부일뿐이다.

 

싸움은 나기전에 말리는 것이 가장 쉽다. 일단 싸우고 나면 계속 싸울 일만 생긴다. 싸우는 도중에 말리는 것은 정말 어렵다. 2021년만해도 수도 없는 기회가 있었고, 러시아는 수도 없이 제안했지만, 바이든을 러시아를 우습게 여기다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라는 나라의 안위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자신들의 아젠다만 있을뿐이다. 평화협정으로 가는 과정은 자신의 일처럼 생각해야 가능한 일이다. 평화에는 헌신이 필요한데, 전쟁 때에는 서로 나서서 러시아를 성토하고 제재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우크라이나의 안위를 말하거나, 귀중한 생명들에 대한 염려를 보이는 서방국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2022년 4월 협상이 끝난 무렵에 와서 방해했던 보리스 존슨과 바이든에게 책임지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나이브한 것이다. 

 

결국 트럼프의 협상 시도는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전장에서 끝날 가능성도 높다. 협상보다 항복이 더 빠를 것이다. 지도자들이 나서지 않으면 병사들이 도망가버릴 것이다. 결국에는 트럼프도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하게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고 그러면 전쟁은 또 새로운 국면을 띌 것이다. 트럼프가 이스라엘의 인질협상과 파나마운하 환수, 그린랜드 매수, 캐나다 합병 등을 거론하는 것은 그레나다2.0과 같은 느낌이 든다.